정말 연어 덮밥 한 그릇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짭조름한 간장 소스로 간이 된 밥을 한 숟갈 뜨고, 그 위에 두툼하게 썬 연어를 한 조각 올려 본다. 양파도 같이 얹어서 입안에 넣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사 먹었던 연어 덮밥도 맛있지만, 제일 맛있는 연어 덮밥은 엄마가 차려주신 연어 덮밥이다.
엄마의 연어 덮밥은 일식집에서 파는 연어 덮밥과 달리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연어, 밥, 간장, 와사비, 흰 양파가 전부다.
레시피도 간단하다. 먼저, 양파를 잘게 썰고 10분간 물에 불린다. 양파의 매운맛이 모두 빠질 동안 와사비와 간장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간장 소스를 만들고, 연어를 두툼하게 썬다. 밥 위에 간장 소스를 티스푼으로 세 숟가락 부은 다음에 잘게 썬 양파를 얹는다. 마지막으로 연어 조각을 양파 위에 시계 방향으로 빙 둘러싸면 완성이다.
완성된 연어 덮밥은 앰비언트 뮤직을 생각나게 한다. 어쩌면 엄마의 연어 덮밥은 앰비언트 뮤직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가장 잘 담아냈을지도 모른다.
재료와 레시피 모두 단순하다. 연어 조각이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을 때마다 번잡한 고민도 같이 흐려진다. 이상하게도 잘게 썬 양파만큼은 넉넉히 남곤 했지만, 한 그릇을 다 비울 즈음에는 우울하거나 피곤한 일은 모두 잊게 된다.
아무튼, 양파만 골라서 남기던 어린 시절 버릇 때문이었을까. 내가 수북이 쌓인 양파 산을 보고 있으면 엄마는 “딸, 배만 채운다고 다 잘 먹는 게 아니야. 집에 있을 때 많이 먹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난다. 내가 언젠가 괜찮은 연어 덮밥을 만들 수 있어도 엄마 것보다는 맛이 좋지 않겠다고. 간장 소스에 설탕이나 다진 마늘을 섞고, 잘게 썬 양파는 많이 줄이고, 그 위에 연어 조각 여럿을 빙 둘러싸고 남은 자리에 무순을 툭 얹어도… 엄마의 마음이 들어가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집에 오면 무엇이든 수북하고, 두툼하다. 양파도, 엄마의 마음까지도.
전부 마음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