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무렵 피드백 모임을 함께 할 분들을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 작업을 하시는 분, 미술 작업을 하시는 분, K-pop을 중점으로 에세이와 칼럼을 쓰시는 분까지 다양했다. 우리의 관심사는 겹치는 부분도, 다른 부분도 많았지만 나는 단번에 모두가 조심스럽고 다정한 사람이란걸 알아봤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MBTI로 따졌을 때 I가 세 명, E가 한 명인 조합이었다. 지금껏 썼던 글의 피드백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적은 있었지만, 아예 모르던 사람에게 듣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첫 만남에서 간단히 서로를 소개하고 각자 가져온 글을 읽고 좋았던 점과 공감했던 점을 위주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장점을 얘기하는 칭찬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모임에서 서로의 글에 좋은 부분을 짚고, 의미 있게 다가온 부분을 전하는 일은 분명 글을 쓰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내가 좋으려고 쓰는 글도 가끔은 효용이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쓴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기도 하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독자의 얼굴을 실제로 보고 소감을 말로 전달받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10월에 만났을 때는 할로윈이 곧이라며 달콤한 간식을 소분한 꾸러미를 선물 받았고, 진심이 담긴 많은 걸 나누어 받았다고 생각한다. 음악부터 미술, K-pop까지 두루두루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전혀 다른 장소와 분야에도 있었구나, 이걸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구나, 하며 좋은 환기가 됐다. 모임에서 추천받은 노래나 작품을 보며 몰랐던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보다 서로의 글로 먼저 만나다 보니 만남의 밀도가 짙었다.
낯을 가리는 이들이 점차 마음의 장벽을 내리고 점점 서로에게 살가워지는 일은 재밌었다. 어떤 아늑한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눌까 궁리하면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카페란 카페는 다 섭렵한 것 같다. 여러모로 다사다난하고, 분노하게 되고, 평범한 일상이란 것이 실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다시금 깨달은 작년 12월을 피드백 모임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그 사람들의 수만큼 마음속에 따뜻한 불을 지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새로운 도전, 졸업을 축하하며 모임에 함께 했던 분들과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 2025년을 평안히 보내기를 바란다.
시간은 1년 단위로 나뉘지 않고 작년에 있던 일은 올해 영향을 미치고 재작년에 있었던 일은 작년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가 모두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단단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