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피드백 모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신청에 대한 고민을 길게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드백'이라는 단어에 괜한 공포심을 느꼈던 것도 같다. 선생님들 앞에서 진행했던 크리틱처럼 나와 나의 작업에 대한 무언가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것인지, 진행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건지,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일지.
그럼에도 예술에 관심이 있는 (그것도 학교라는 테두리 밖에서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내게 더없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피드백 모임을 신청했다.
성격상 다른 사람들과 초면부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였지만, 무척 다행스럽게도 첫 모임은 큰 탈 없이 흘러갔다. 내가 걱정했던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긴장해야 하는 일은 없었고, 첫 모임을 함께 해주었던 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각자가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에 느껴지는 왠지 모를 해방감이 있었다. 단어 몇 개를 틀리게 말하지는 않았을까, 혹여 내가 선택한 언어들이 나와 내 작업을 틀리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따위의 자기비판적인 질문들은 잠시 넣어둘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을지로의 카페,
덕분에 숨겨진 좋은 공간들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모임 구성원들 모두가 각자의 일로 바쁜 것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모임에 즐겁게 참여해준 것이 느껴져 기쁨과 동시에 감사했다.
나 역시도 졸업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였으나, 되려 바쁜 나날 중에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삶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예술과 너무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무게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란 무척 드물기에 오프라인 피드백 모임이 쉼터의 역할을 해주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마음껏 말하기 어려워진 세상이다. 한 달에 한 번,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텀을 두고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 그리고 기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타인의 세상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나의 세상 또한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모임을 떠난 이후에도 각자의 예술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