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과 같다. 새로움이라는 감정은 여러 감정 앞에서 상대방의 세계로의 탐색을 시작한다.
나는 항상 나와 같은 세계를 만나길 바랐다. 심드렁한 반응이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한 표정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나를 이방인처럼 여기는 낯선 세계보다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통하는 세계가 필요했다.
덩그러니 홀로 서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나는 게임을 너무 좋아했고, 당장이라도 잔뜩 신이 난 채로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방인이니 뭐니, 엄청나게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했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은 때때로 굉장히 외로운 것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는 초여름에 만나 늦가을이 된 지금까지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 두려움을 잔뜩 안고 디딘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우리는 첫 만남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만나, 두 번째 만남에서는 PC방에 갔다. 함께 즐긴 게임은 전략적 팀 전투, <롤토체스>. 롤토체스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바탕으로 한 오토배틀러 게임으로, ‘롤+오토체스’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롤토체스는 꿀벌술사, 형상변환자 등 성향과 종류에 따라 캐릭터를 배치하여 상대방과 싸우는 게임이다. 캐릭터를 뽑을 수 있는 금전 시스템과 다양한 캐릭터 조합을 맞춰가며 점수를 쌓는 전략 게임인 것이다.
처음 접해보는 게임이었지만, 우리는 나름 빠르게 룰을 익히고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PC방의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게 몰입했던 것 같다.
서로 다른 전략, 서로 다른 캐릭터로 시작한 게임은 매 순간 승패가 바뀌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즐기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함께 즐기는 게임은 그만큼 재밌었다. 승리를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아이템을 선점하기 위해 옆사람을 견제하지만, 그런 것 하나 하나에 웃음이 나올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나란히 앉은 세 자리에는 마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것 같았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빠르게 알아채는, 좋아하는 것을 서로에게 나눌 수 있는 이 세계가 좋았다.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각자만의 삶을 살아 나가다가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전장이 있다. 모니터 속 작은 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또는 편안한 안식을, 그리고 함께라는 즐거움을 안겨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