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도한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평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별다른 부담 없이 신청했는데, 예상보다 더 만족스러운 자리였기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어쩌면 평생 마주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났다. 일상을 살다 보면 보는 사람만 보게 되기 마련이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이 주는 안정감도 있지만 새로운 만남의 시도를 했을 때 얻게 되는 인사이트도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만남이 그러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4번의 모임 내내 '안정감'이 부재했던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처음 대면했을 때에는 물론 어색했지만, 그 와중에 이상한 편안함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니, 우리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전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모두 예술을 향유하고, 깊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써 정리하는 사람들이었다.
글을 쓰는 행위에는 묘한 힘이 있다. 생각과 감정은 추상적이고, 머릿속에 아무리 차고 넘쳐 봤자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가시적으로 읽어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글쓰기는 바로 이런 지점을 일부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해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그런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정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안정되어 보이는 것이다.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내가 이번에 만난 분들은 그런 정돈된 분위기가 풍겨서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도 마음 편히 꺼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엉뚱한 말을 해도 다 이해하고 공감해 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참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다른 곳에 가서는 관심 없을까 봐, 혹은 특이하게 볼까 봐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주제들. '우주'에 관한 이야기라던지, '만약 ~하면 어떨 것 같아요?'와 같은 가정 질문들. 평소라면 터무니 없는 질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테지만 이번 모임에서만큼은 달랐다.
"흠, 글쎼요? 아 고민되네~" 하고 몇 시간씩 떠들던 자리.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 있어요" 하고 공감해 주던 사람들.
새삼 신기했다. 이제껏 전혀 다른 환경에서 각자 살아온 우리가 '아트인사이트'라는 공통점으로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이렇게 대화 코드가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동시에,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채워지지 않던 살짝의 공허함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이렇게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번 오프라인 모임의 첫 도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역시 예술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무한대로 이루어진 경우의 수 중에 아주 희박한 확률로 만난 세 명의 사람들, 4달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