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 모집 공지를 볼 때마다 고민했다. 이걸 할까 말까, 하면 잘 될까,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안 맞아서 제대로 안 돌아가면 어쩌지 전전긍긍하다시기를 놓치기를 몇 번을 반복했을까.
결국 부딪혀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미 모임을 가져본 사람들과는 서로 다른 감상을 공유하고, 아직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사전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첫 모임은 대구 현대 백화점에서 열린 기안 84의 기안도 전시였다. 모든 게 그러하듯 첫 만남인지라 다들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어딨는지 못 찾아 허우적거리다 겨우 서로를 발견하고 모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자마자 전시를 본다는 건 상당히 낯설면서 신기한 경험이었다. 세 명 중 두 명이 내향적인 성향인지라 거의 혼자 보다시피 했다. 대화라도 좀 나눈 뒤였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그나마 덜했겠다는 생각도 지나고 나서야 드는 걸 보면 그때는 나도 꽤 정신이 없었나 보다.
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소박한 규모의 전시였기에 1시간을 조금 안 넘겨서 작품을 다 둘러본 것 같다. 메인 이벤트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카페로 향했고, 그제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전원이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
이전 대학교에서는 동문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학교를 옮긴 뒤로는 어째 가는 곳마다 같은 학교 사람들을 만난다. 세상이 좁은 건지, 이 학교 사람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이 삭막한 사회에서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Marcus Wallis via Unsplash
모든 게 서울 중심이라는 열악한 현실이 와닿은 계기였기도하다.
처음에는 대구 지역에서만 모집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부산으로 확장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인원조차 3명이 전부였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조직에서 모집하고 있음에도, 이 인원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건, 거기다 대구와 부산을 통틀어 모은 결과가 이러하다는 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증거이거나, 관심은 있더라도 커뮤니티의 형식으로 즐기는 문화가 활발하지 않다는 게 분명하다. 서울이나 경기도 권역에서는 어떤 기관이나 조직이 이끌지 않아도 개인 차원에서 서로 모여 같은 취미나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지방의 현실이 더 쓰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아트인사이트같은 조직이 지방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이끌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 차원에서 실패했다면 조직 차원에서 유도가 필요하다. 아트인사이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알려지지 못하고 잠들어있는 예술가들을 끌어내는 것이라면 살아나지 못한 지방의 커뮤니티를 살려내는 것도 궤를 같이하는 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듯, 먼 곳에서 활동하는 이들보다야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낼 확률이 높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지방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면 저마다 제 주변의 사람들부터 찾을 테니 숨어 있는 보석을 어디서라도 들고 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