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같은 관심사로 모여 나누는 대화는 매번 새롭고 유쾌하다. 아트인사이트 모임을 경험하며 느꼈던 긍정적인 인상 때문에 이번에는 또 다른 주제를 한 '공연 모임'에 참여해 보았다. 새로운 모임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하며 다가올 모임 날짜가 기다려졌고 곧 만나게 될 일정이 다가왔다. 그렇게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공연과 맛집 투어 그리고 카페에서의 대화를 하며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우선, 공연 모임 그러니까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아트인사이트 모임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공연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비해 실제로 공연을 보았던 실행은 부족했던 점이었다. 그래서, 공연 모임을 참여하게 되면 많진 않겠지만 적어도 공연은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하나는, 공연을 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 이외에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볼 때 있어서는 단순히 감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마무리 짓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이유로 줄곧 아트인사이트에서 관련 작품을 보고 난 후 리뷰 글로 생각들을 옮겨 적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감상을 넘어 글로 옮겨 적으며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나중에라도 보았을 때는 그 때의 기억을 상기할 수도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내 생각에서만 머무르고 마무리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작품 감상에서 더욱 시야를 넓히기 위해 모임에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유사성과 차이성에서 오는 그 흥미로움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흥미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자가 살아온 생활 방식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질 때는 공감을, 상이한 생각을 가질 때는 생각의 유연함을 가지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기존에 가졌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어 크고 작게 배우는 것들이 생긴다.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참여한 점에서 바라보자면 이번 공연 모임은 결과적으로 만족이었다. 한편, 공연 모임에 함께한 구성원은 나를 포함한 총 4명이었고 함께 한 분들은 대학(원)생, 취업 준비생, 직장인도 계셨다. 그래서,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살아가는 환경과 상황은 달랐지만 앞으로의 진로와 학교에 대한 고민으로, 취업 준비에 대한 고민과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공감하고 이해했다. 한 달에 한 번씩 각자 다른 생활을 하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일상과 관심거리로 이야기 나눴기에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모임이었다.
그동안 모임에서 했던 활동을 하나씩 되짚어보자면, 먼저 함께 보았던 창작 뮤지컬 공연 <카르밀라>가 기억에 남는다. 큰 틀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성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고딕 소설 《카르밀라》를 모티브로 작품으로 인간 소녀와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 이야기였다. 단순한 사랑을 넘어서 얽히고 설킨 3각 내지 4각 관계로 극을 전개하는데 공포와 로맨스가 겹쳐져 팽팽한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르물 공연을 실제로 본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이야기의 소재 또한 독특해서 호기심을 갖고 본 작품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는 잠시 근처에 앉아 각자 공연에 대한 평을 나눠보기도 했다. 대체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결말로 갈수록 신파적이었다는 점과 배우들의 연기와 뮤지컬 넘버가 듣기 좋았다는 점, 다소 아쉬운 무대 연출 등 좋았던 것과 개선되었다면 좋았을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공연이 끝나고 서로 리뷰를 공유하자는 의견으로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그 덕분에 모임 분들의 리뷰를 보며 함께 나눈 대화 이외에도 같은 작품을 보고서도 가졌던 생각과 느낀 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한, 글을 적고 여러 글을 참고하며 나 또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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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연 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여타의 다른 활동도 해보았다. 함께한 모임 분들 모두 공연 관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도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식사로 '레드리본 맛집' 투어도 해봤다. 이는, 코카-콜라가 블루리본 서베이와 함께 코카-콜라 음료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리뷰나 평가가 좋은 음식점이자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맛집으로 선정하고 홍보하는 것이었다. 모임에서 한 분의 추천으로 가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맛집 소개도 처음 알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맛집을 소개하고 있어 색달랐고 신기했다. 그리고, 음식에 어울리는 홍콩 관련 영화 포스터와 가구들 그리고 그릇 등 분위기도 좋아 참 즐거웠던 식사였다.
또한, 카페에서 나누었던 여러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도 있다. 특히, 첫 모임에서 서로 MBTI 공개하며, 공통으로 'N'이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화할 때마다 'N'이었다면 해보았을 법한, 상상했을 법한, 'N'이라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오고 갔다. (물론, MBTI 유형별로 한 사람의 성격을 전부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 중 인상에 남는 질문은 이를테면, '눈앞에 보이는 실제가 사실 전혀 다른 실제이거나 색채였다면?' 또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특히, 어느 시점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체로 지금이 좋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특정 나이대로 다시 돌아가서 지금의 경험치를 누리며 살아보고 싶다는 소수의 의견도 꽤 흥미로웠다. 그 중 나는 전자에 속했는데 다양한 순간 속에서 여러 선택들로 지금의 나로서 존재하는 지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든 싫든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제로는 모두 우주나 천문학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어서 다중 우주에 대한 이야기나 서로 최근에 알게 된 우주 소식도 얘기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공감대 형성이 어려울 것 같아 보통은 깊이 얘기하지 않았던 철학이나 과학 등 특정 주제에 대해서도 모임에서는 흥미롭게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함께 아트인사이트에 컬쳐리스트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로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누구나 공감했던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고충, 적고 싶거나 적을 예정인 자신의 관심 분야나 일상 소재에 관한 내용, 현재 읽고 있는 책과 적어온 글에 대한 이야기, 글을 쓰는 자신만의 방법 등에 대한 주제로도 생각을 공유했다. 이제 막 컬쳐리스트 활동을 시작한 분도 꽤 몇 년 간 활동을 지속해 온 분도 계셨다. 글쓰기를 막 시작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글을 적을지에 대한 부분으로 글을 꽤 써왔던 분들은 자신만의 문체나 생각과 표현을 어떻게 잘 작성할 수 있을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 글은 써왔던 기간과는 상관없이 계속 수행해나가는 과정이자 쓸 때마다 발전하고 변화되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듯, 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이야기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라 가능했다. 대화를 통해 한 번 더 글쓰기에 대한 자극도 받았고 지속해 온 글쓰기를 충실하게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아트인사이트 모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아쉬운 시간이 다가왔다. 이제 4개월 간 진행했던 모임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만나왔던 모임을 정리하고 나니 변화된 시간과 계절을 체감하고 예전보다 성장한 나를 만나게 됐다. 사는 환경도 지역도 나이도 달랐지만 우리는 아트인사이트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였다. 그리고, 한 장소에 모여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깊이 있는 대화까지 편안함 속에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은 함께 모임했던 분들께 전하는 간단한 메세지로 이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한다.
"함께 모임 했던 여러분, 짧은 4개월이었지만 이야기 나눠서 정말 즐거웠어요! 모두 멋지게 사시는 모습에 원동력과 자극도 받고 갑니다!^v^! 추워지는 날씨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행운과 행복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