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달리 말하면, 몰입할 줄 모른다면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깊이 파고들어 실력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잉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하다못해 책을 한 권 읽더라도, 그에 몰입하지 못하면 다 읽고 나서도 느낀 바가 없을 것이다. 그 행위는 그냥, 누군가에 의해 쓰인 여러 글자들을 훑어본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책을 읽고 이렇다 할 감상이나 교훈을 얻고 싶다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줄거리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글을 읽으며 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몰입은 이렇듯 중요하지만, 과해진다면 어떨까?
자칫하면 현실에서의 자신과 몰입할 때의 자신이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좋아하는 뮤지컬을, 애호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관람한 뮤덕의 경우가 있다. 그들은, 공연이 끝나버렸을 때 문득,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한다. 현실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며 버티던 자신의 모습과 공연 속 배우들의 연기에 동화되어 함께 호흡하던 자신의 모습이 분리된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자아가 분열하는 듯한 감각은 그리 기껍지 않다. 누군가에게 동화될 정도로 완전한 이해와 몰입을 이루고, 그 현장의 분위기에 취해 온전한 행복감을 느끼던 것이 끝나버린. 앞으로 남은 며칠 간의 평일들을 견뎌야 하는 루틴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될 듯하다.
그렇다면 과한 몰입, 즉 과몰입은 나쁜 걸까?
누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그럴 수도.'라고 대답할 것 같다. 만약 멘탈이 건강하고 본인의 인생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과몰입을 통해 느끼는 완벽한 고양감에 잠시 취했다가도 현실로 금방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자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또는 흥미가 없는 일을 하며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 고양감에 대한 향수를 일상 속에서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예시로 들었던 공연으로 설명하자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다음에 볼 공연 날만을 기다리며 그때까지의 일상을 꾸역꾸역 버티듯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몰입은 건강하지 않은 취미가 된다. 뭐든 적당한 게 가장 좋다고 하지 않나. 일시적이고 감정의 동요를 급격하게 일으키는 취미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몰입이 완전히 나쁘다고 말하기엔, 건강한 방식으로 과몰입을 즐기고 현실과의 대비감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 언급했던 '손민수'가 그 극복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하나이다. 좋아하는 공연의 굿즈를 사서 사무실 책상을 장식하거나, 애호하는 가수의 음반을 소장하는 것을 넘는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입었던 옷, 추천했던 가방을 따라 사는가 하면, 그가 주로 가는 장소에 가서 인증샷을 남기거나 그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과몰입하는 대상을 일상에 끌고 온달까. 일상과 과몰입 사이의 격차를 찬찬히 줄여나가는 그 아기자기한 따라함들은 시끌벅적하면서도 귀여운 삶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방식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