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었던 지난 날의 나, ‘뷰티’에 빠지다
학창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피부’에 관한 스트레스가 항상 쌓여있었다. 초기에 잡지 못한 여드름이 계속해서 피부 위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자존심을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압출로 인해 한껏 자극받은 피부를 가리고 싶은 마음에 베이스 제품들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 그게 내가 뷰티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다.
‘단점은 장점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나 자신의 성장통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저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비하하고 내 처지를 비관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았었다.
그 당시 뷰티 입문자였던 나는 나름 관련 영상을 보며 수많은 궁금증들을 키웠다. 내 피부 톤은 몇 호의 파운데이션을 써야 하는지, 나는 웜톤인지 쿨톤인지, 눈썹은 어떤 모양으로 다듬는 게 좋을지. 이러한 영상들을 보며 경험치를 쌓아온 나는 성인이 되고 난 이후 어떤 브랜드가 어떤 제품이 유명한지 거의 섭렵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나도 뷰티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지속적일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발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장 특성상, 잠깐 신경을 끄면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 놓치게 된다. 정보 사회에 태어나 활동하면서 가장 이롭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혼자서 놓치기 쉬운 정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활발히 유통된다는 점이다. 많은 뷰티 유튜버, 블로거분들이 정보를 거의 떠먹여 주다시피 자세히 풀어준다. 이는 새로운 제품을 알아가는 창구이자 내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기폭제이기도 하다.
내 이목구비 살펴보기
메이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얼굴의 특징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
먼저 상안부를 보면, 아치형 눈썹에 속눈썹이 긴 편이지만 쌍커풀이 없고 가로, 세로 길이가 짧은 눈을 가졌다. 눈썹 자체는 숱이 많고 색감이 진해서 헤어 컬러와 맞춰 자연스럽게 그린다. 처음 아이 메이크업을 시작할 때는 무작정 진한 아이라인을 고수했었다. 펜슬이 아닌 붓펜으로 그렸었는데,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안 한 것보다는 눈이 커 보이니 만족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겐 아이라인보다는 긴 속눈썹을 강조해야 훨씬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색채도 높은 색감을 덜어내고 차곡차곡 섀도로 음영을 쌓아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예뻤다. 한때 마스카라 유목민이던 나는 이제 타인에게 속눈썹펌을 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속눈썹 표현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가끔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는 글리터를 눈두덩에 콕콕 두드려 펄감이 올라오도록 연출해 준다.
중안부를 살펴보면, 앞광대는 별로 없지만 옆광대가 살짝 있는 편이다. 그래서 블러셔를 바를 때 최대한 앞볼 위주로, 콧방울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끔 해준다. 색감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싶다면 브러시를 눌러가며 바르고,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다면 톡톡 두드리며 연출한다.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어 보다 입체적인 윤곽을 표현하는 것, 바로 쉐딩이다. 사실 쉐딩에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편은 아니라서, 내가 색조 메이크업에서 가장 무지하다고 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미간이 좁은 편이라 코 쉐딩은 거의 하지 않고, 턱 쉐딩도 중요한 날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쉐딩 여부가 사진이나 타인의 눈에는 한 끗 차이로 달라질 수 있는 치트키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지막은 메이크업의 완성도 및 분위기를 결정하는 립 메이크업! 개인적으로 이 영역은 퍼스널 컬러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봄 웜 – 가을 뮤트톤에 걸쳐있는 나는 다른 웜톤들에 비해 스펙트럼이 조금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고민이 있다. 화사한 컬러를 발라도 왠지 모르게 입술 표현이 아쉬울 때가 있다는 점이다. 거뭇거뭇 한 입술 라인 때문인 경우가 다반사다.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타던 오버립이 거의 고착화되면서, 이에 상응하는 제품인 ‘립 펜슬’이 다시금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전의 립 라이너들이 끈적이는 사용감에 진한 컬러감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입술 외곽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는 유용한 컬러감으로 출시된다. 이 제품들이 내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해 주었다. 이처럼 조그만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드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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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의 매력은 온전히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얼굴이라는 도화지에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에서 온다. 소소한 꿀팁들을 모으다 보면 어느새 내 얼굴,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