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첫날, 00시
00분에 맞춰 축하 문자를 너와 주고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을
하루 앞두고 있네.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던 추위는 물러가고 몇 주 새에 온도가 오르더니 예쁜 꽃이 활짝
만발했어.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들뜨면서도 너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는데 그에 비해 내가 이루는 것들은 느릿하고 소박할까봐.
분명 이 얘기를 들으면 너는 나를 혼내겠지. 자꾸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스트레스 주지 말고
이미 잘하고 있으니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해 줄 게 뻔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열정은 넘치는데 아침잠이 많고 체력이 약한 편이잖아. 작년에는
체력을 기르려고 홈트(집에서 하는 운동)를 결심했는데, 성공률을 따져보면 10%가 채 안 돼. 10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했다는 소리지. 아침잠만 많은 줄 알았는데, 저녁잠도 많더라고. 특히나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에는 귀가하자마자
씻고 침대 위에 빨리 누워야 하는 나만의 법칙이 있어. 사실 법칙은 아니고 그냥 체력이 약한 것 같아.
올해에는 꼭 내 로망인 발레를 배워보려고 해. 요가 선생님인 너에게
멋쩍어서 아직 보여준 적은 없지만 내 몸은 유연성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뻣뻣해. 어느정도 유연성을 기른 후에 발레 학원을 등록하려고 매일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야. 하늘하늘 발레복을 입고 다리를 일자로 들어 올린 후 멋지게 턴 동작을 할 나를 생각하면, 조금 아픈 스트레칭 과정도 행복해. 상반기 안에는 유연해진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요즘 5월 말에 계획한 우리의 부산 여행을 기대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어. 너는 항상 놀라곤 하지만 MBTI가 INTJ(계획형)인 나는 이번에도 벌써 예약할 숙소를 정하고, 맛집과 관광지를 적절하게
배열한 1박2일 일정까지 다 세워놓은 상태야. 언제부터인가 뭐든 실행하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플랜 B, C까지 마련해 놓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고. 그래서 물론 피곤하기도
하지만, 내 계획대로 흘러갈 때만큼 그렇게 뿌듯한 게 없더라.
인생도 내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오곤 하잖아.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너에게 먼저 달려가서 말한 만큼 내가 작년에 얼마나 파란만장한 일상을 보냈는지 잘 알지. 정말 희노애락이 다 함축되어 있던 한 해였어.
(운동을 제외하고) 계획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마주했을 때 처음에는 무기력함을 느꼈어. 화가 나고, 답답하고, 또
해결 못 하는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도 했지. 근데 다 지나고 나니 이제는 알겠더라. 당시에는 막막하고 앞이 캄캄했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해결되기도 하고, 모든 일들이 생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걸.
그냥 일상에서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감동하며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것 같아. 너무 애쓰지 않고 내 할 일 하며 스스로에 집중하다 보면 원하는 곳에 도착해 있지 않을까? 지금껏 우리가 마주친 수많은 난관에도 우리는 100% 살아남았잖아. 또 우리 둘 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고 늘 기뻐하며 살자.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베스트 셀러 작가와 유명한 요가원 원장님이
되어 지금을 회상하고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할게.
그간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옆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또 기뻐해 준 내 친구 YJ야. 늘
애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