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씨네마는 동네 한 가운데에 있는지. 여러 사람들이 지나친다. 마치 택배 물류 허브같달까. 모든 택배가 들락날락 거려 모르는 얘기가 없을 법하다. 동네 사람들이 가던 길을 가다 지칠 때마다 쉼터처럼 찾아오니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나는 도시에서 살다보니 끈끈한 이웃간의 정은 모른다. 이웃간의 대화가 낯설다. 흔히 도시 사람이 시골에 내려가면 적응 못한다는 말이 이런건가 싶었다. 그런데도 남의 집 사람에게 받는 위로가 뭉클하니 이런건가 싶었다. 남의 집이라 인물의 서사를 모를테니, 핵심만 골라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만 던지더라.
보통 시골 동네 하면 하는 말이 있다. 한 집 건너면 그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아맞춘다고. 헌데 작은 시골 동네에 사연이 뭐 그리 많은지. 작품에선 교내 따돌림, 부양 문제, 동성애 등의 고민을 품고 있는 캐릭터를 설정해 레인보우씨네마로 아픔을 집결시킨다. 이를 풀고자 포기 하지 않고 말을 꺼내는 사람과 지나간 일은 묻고자 말을 자르는 사람,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응어리를 견디지 못한 사람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견디고 있었다.
대사를 통해 관객은 극 중 인물이 아픔을 혼자 삭힐 수 밖에 없었는지 담담하게 이해하게 된다. 캐릭터별로 아픔을 승화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하지만 이를 풀 수 있던 건 결국 대화, 가장 간단하지만 자주 잊게 된다. 또한 캐릭터들이 대화할 수 밖에 만드는 작가의 탄탄한 개연성이 상징적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정전으로 인해 각자의 어두운 속 마음을 마주하고, 이를 털어내며 밝아지는 건물과 폐관의 마지막 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에 맞춰 뜨는 무지개가 새 시작을 앞둔 인물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시작점이 바로 ‘대화’였다는 점.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가 일그러진 마음을 털어내고, 완급 조절이 완벽했던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2023년 1월, 관객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