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기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묵화가 연상되는 표지부터 듣도 보도 못한 단어로 꾸며진 제목까지. 이 세상의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체 원청이 어디길래, 잃어버린 도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걸까?
첫 장을 펼쳤을 때, 역시나 기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진의 대부호라는 린샹푸. 그런 그가 17년 전, 처음 시진을 찾았을 때에는 한파를 뚫고 젖동냥을 다니던 홀아비였다는 묘사에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대부호와 젖동냥 중, 진짜 그의 모습은 무엇일까?
중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책 <원청>에는 전기소설을 집필하겠다는 위화의 오랜 꿈이 담겨 있다. 사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섞어 탄생한 난세의 이야기, 책 <원청>은 1900년대 근대 중국을 문학으로 재구성해 보겠다는 포부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집필 기간만 약 8년.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자랑하는 책 <원청>은 출간 자체만으로도 중국문학계의 중대 사건으로 꼽혔을 만큼,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책 <원청>이 위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무척 궁금했다.
책 <원청>의 주인공 린샹푸는 거대한 몸집에 우직한 성품이 흡사 곰을 닮았다. 황허 북쪽에서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도 여전히 고향과 가산을 묵묵히 지켜오던 린샹푸.
그런 그에게도 어느덧 자신의 혼사를 고민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렇게 고민만 깊어가던 그때, 린샹푸 앞에 원청이라는 저 먼 남쪽 도시에서 온 남매가 등장한다.
그것이 샤오메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샤오메이는 그렇게 찾아왔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남쪽의 도시에서 온 손님. 그 손님을 아내로 맞이하게 될 줄은 린샹푸 역시 감히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실이 두 사람을 꿰었고 린샹푸는 진심으로 샤오메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샤오메이도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었다.
샤오메이의 마음은 그와 달랐던 모양이다. 그녀가 금괴 몇 개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린샹푸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샤오메이가 사라진 것도 그렇지만, 그녀가 자신의 가산에 손을 댔다는 사실에 몹시 괴로웠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괴로워만 할 수는 없는 일. 다시 마음을 잡고 살아보려 애쓰던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그날처럼 또 홀연히 샤오메이가 돌아왔다.
자신의 아이를 밴 채 돌아온 샤오메이. 마음 같아서는 매정하게 내쫓고 싶었지만, 혈육이라는 존재는 린샹푸을 무력화시켰다. 다시 한번 그녀를 받아들인 그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스스로를 달래고 또 달래본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출산과 동시에 다시 자취를 감췄다.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젖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린샹푸는 아이와 함께 원청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렇게 도달한 곳이 시진. 샤오메이가 묘사했던 원청과 매우 흡사한 시진에서 린샹푸는 터를 잡고 새로운 삶을 꾸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