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 그 유명하다는 <오만과 편견>을 보지 못 했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도 다른 더 흥미를 이끄는 작품들이 생겨나 뒤로 밀리고 밀려 여기까지 와버렸다. 볼려고 찜 까지 해놓은 상태인데 말이다.
<오만과 편견> 작품이 유명하고 뛰어나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소설을 쓴 작가가 그렇다는 것이겠지. 명작 중의 명작이라 칭송받는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그럼 어떠한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 삶을 도서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복사를 해도 좋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 한창 유행이었던 행운의 편지. 사실 이 내용이 진실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행운의 '편지'인데, 우리는 이걸 편지가 아닌 문자나 이메일로 받았기 때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행운의 편지 보내기는 사실 내용을 떠나, 이 편지를 보낼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이 보낸 편지는 이런 행운의 편지와는 다르다. 허무맹랑한 소리만 늘어놓는 장난식의 편지가 아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담긴 진심어린 편지이기 때문이다. 바로 제인오스틴이 그의 자매와 친인척들에게 보내는 편지말이다.
도서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은 제인 오스틴의 생애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하지 않았다. 책에는 제인 오스틴이 쓴 편지와 편지가 작성된 지역의 경치, 그리고 당대 19세기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과 모습 등의 삽화가 함께 그려져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제인 오스틴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엿볼수' 있었다.
"내게 간통한 여자를 알아보는 특별한 눈이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낫고 견디기 수월해" 등 편지에는 제인의 말투가 드러나 있는데, 그녀의 성격이 생각보다 세고 당당하단 걸 알 수 있었다. 다소 시대적인 억양, 말투였겠지만 나는 나 스스로 누군가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편지를 통해서 살펴본 그녀의 삶을 보면 생각보다 순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스티븐턴부터 바스, 사우샘프턴 등 여러번 거주지를 옮기며 좋은 점도 있었을 것이고 불편한 점도 여러가지였을 것이다. 마냥 작가로써 평온한 삶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편지 내용에는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의 내용도 많았지만, 다소 우울하고,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드러내는 편지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로만 느껴졌던 제인 오스틴이, 한 명의 인간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안개가 너무 자욱해 꼬마 손님을 보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프랭크 오빠가 혼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마친 다음 그 애를 챙겼어. 지금 꼬마 손님은 내 곁에서 재잘거리며 내 책상 서랍 속 보물들을 뒤적이는 중이야.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꼬마 손님은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아... 세상의 부끄러움이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직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나도 제인의 편지를 다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현대에 와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체들이 많았지만, 19세기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아마 이 편지마저도 작품으로 읽힐 수 있었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감명깊에 본 독자들이라면 아마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작품을 더 심도있게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