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tell ourselves stories in order to live - Joan Didion
어렸을 때부터, 서사의 힘에 끌렸다. 서사(敍事)는, 마법과 같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다.
안식처인 존재이자, 중독성이 극심한 존재이고,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일들에게 의미와 논리와 정당성을 부여한다.
역사는 서사의 기록이며, 정치와 경제 또한 서사에 의거하여 움직인다. 운 또한, 서사의 큰 흐름 속에서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라서, 서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인간 사건과 문화 뒤에는 서사가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바로 서사(narrative)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붙이지 못하면 자신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든 본인의 추악함과 복잡성에 잠식되어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인류는 비논리적이고, 앞뒤가 다르며,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본인의 시점에 입각하여 서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행동을 본인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극도의 우울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살아가려고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사의 창조는 어쩌면 인간과 동물을 분리시켜주는 가장 결정적인 능력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인간은 이를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영상으로 서사를 재창조하고 재편집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인류가 소셜 미디어의 세상으로 들어오면서, 서사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크고 노골적이다. 유동적인 한 사건을 가지고도 극단적으로 다른 두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태어나는 것에도 인간은 서사를 붙인다. 뒷담 또한 서사의 연장선이 아닐 수가 없다. 인간이 말하는 모든 것들, 쓰는 모든 것들, 찍는 모든 것들은 전부 서사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신성하고도 기묘한 힘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서사의 힘이라고 말할 것이다.
서사가 한 인간을 만들고, 한 인간을 죽이고, 한 인간을 영웅화 시키고, 한 인간을 빌런화 시킨다. 서사가 없다면, 인간은 이미 파멸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사, 즉 스토리텔링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