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Han SeungMin)
종이 자급자족 실험
한 채널 컬러 비디오, 사운드
2022
같은 종이여도 어떤 것은 코팅이 되어있고 어떤 것은 재활용지이다. 어떤 것은 지식이 담겨있고 어떤 것은 정보가, 어떤 것은 감정이 담겨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종이는 규격화되어 탄생한다. A4, 영수증, 색종이, 공책, 스케치북 등 우리 주변에서 규격화되지 않은 종이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종이의 용도와 소유자에 따라 종이는 성격을 달리한다.
무엇이라도 자급자족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이번 재활용, 새 종이의 의미보단 종이라는 존재를 규격에서 해방하는 종이 해방운동에 가까워졌다.
직접 나무를 잘라 그간 없었던 규격의 틀을 만들고, 주변에서 버려진 종이를 구해 갈고, 다시금 사용 가능케 만들었다.
이번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필요에 의해 태어나 쓰임을 다하고 죽어있던 종이들을 내 손으로 심폐 소생하는 과정이었다. 사물은 목적을 달성하면 버려진다. 그러나 인간이란 필요에 의해 태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목표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 과정에서 우린 이리저리 뭉개져 사회의 톱니바퀴가 된다. 그렇게 필요를 달성하고 나면 우린 버려지기도,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사회란 중요하다. 삶의 목표와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러나 때가 되면 사물로서의 나와 사람으로서의 내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