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는 올 여름이 너무나도 힘들다. 체감상 6월부터 30도를 넘는 습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어, 이제 더위에 질려버렸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몸을 짓누르는 더위 때문에 시원한 노래들에 자주 손이 간다.
올 여름에 가장 많이 들은 밴드는 스트록스다. 아마 8월에도 스트록스가 이 자리를 지킬 것 같다. 평소에도 스트록스의 노래를 자주 듣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에는 스트록스의 노래가 필수다.
스트록스는 모든 방면에서 가장 ‘쿨’한 밴드다.
스트록스의 노래는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로 완성된다. 그가 작곡한 노래이고, 그가 밴드의 프론트맨이니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트록스에서 줄리안 카사블랑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프폰트맨 그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 떡 진 장발의 머리로, 허스키한 목소리를 큰 힘 들이지 않고 내뱉는 젊은 시절의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는 무심하게 멋지다.
‘무심함에서 오는 멋’은 스트록스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에 아무 것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척 나른하게 노래하는 줄리안 카사블랑카스, 그리고 터져야 할 때는 제대로 터뜨려 주는 화려한 기타 리프 까지. 일자핏 청바지에 오버핏 셔츠나 티셔츠, 반팔티 등을 가지 각색으로 매치한 그들의 패션마저 보는 재미가 있다.
데뷔 앨범부터 성공시킨 밴드를 찾기란 참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스트록스는 해낸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밴드 스트톡스는 2001년 데뷔 앨범 [Is this is] 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이 앨범은 미국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유명해진다.
데모 테이프 하나만 듣고 영국의 NME는 완전히 신인이었던 스트록스를 그들의 표지 모델로 사용하기도 하며, 스트록스의 열혈한 서포터를 자처했다.
스트록스의 데뷔 음반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장르의 문을 열었다고도 평가받는다. 과거 유행했었던 록 장르들의 특성에서 영향을 받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악틱 몽키즈 등의 2000년대 초반의 많은 밴드들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동시에 동시간대의 밴드들에도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스트록스의 음악이다.
스트록스의 시간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이미 해체하거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밴드들과는 달리, 스트록스는 2020년 6번째 정규 앨범 “The New Abnormal”을 발표했고, 이 앨범으로 데뷔 20년만에 마침내 그래미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스트록스의 음악은 여전히 젊고 그들은 여전히 쿨하다. 아저씨가 되어서도 여전히 멋지다는 말이 어울리는 줄리안 카사블라카스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말로 늙지 않는 것들이 있다. 어떤 음악들은 그렇고, 그런 음악을 만드는 이들 역시 그렇다.
Someday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둔 스트록스 1집 [Is this it] 의 수록곡. 초창기 스트록스의 정체성과도 같은 곡이다.
백스테이지와 퀴즈 쇼, 무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를 통해 젊은 시절 스트록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답던 시절의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덤이다.
Last night
[Is this it] 엘범의 또 다른 수록곡. 마찬가지로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나른한 보컬과 스트록스 특유의 간결한 멜로디 라인과,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곡이다.
힘을 빼고 부르는 노래에서 느껴지는 젊은 에너지가 인상적인 곡이다.
Reptilia
스트록스 2집 [Room on Fire]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곡 후반부에 기타 소리가 층층히 쌓이며 에너지가 폭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스트록스의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Yeah, the night’s not over yet, you’re not trying hard enough / Our lives are changing lanes, you ran me off the road / The wait is over, I’m not taking over” 이라는 가사를 소리지르듯 불러 내는 후렴구가 가진 에너지를 좋아한다.
스트록스의 곡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특유의 에너지이다. 분명 나른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무겁지 않고 가벼운 멜로디들에는 어딘가 활력을 주는 구석이 있다. 멜로디라인과는 다르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가사들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있다.
You Only Live Once
스트록스 3집 [First impressions of Earth]의 수록곡. 담배 타르를 비유한 듯한 검은 액체에 밴드가 잠식되어가는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YOLO 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다. 삶은 한 번 뿐 이라는 다소 무거운 제목과 다르게 이 곡의 가사는 조금은 찌질하고 사랑스럽다.
The Adults Are Talking
가장 최근에 발매된, 그래미를 수상한 스트록스 6집 [The New Abnormal] 의 수록곡. 스트록스 1집의 분위기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곡이다.
가사가 다양한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를 비롯한 스트록스의 멤버들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이 때문에 초창기 스트록스는 ‘브르주아’적인 밴드라는 질투 섞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The adults are talking에서는 이러한 비판들을 반영하며, 기득권층의 문제들과 자신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스트록스가 전하고 싶은 말을 은유해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