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의 정서 -
어차피 내릴 비라면
차라리 지금 시원하게 내리고 지나갔으면 싶다.
우산도, 우비도, 아무것도 내겐 없지만
그런대로 비는 맞을 만하다.
혹여 비를 피해 지붕 아래로 몸을 숨길 때에는
가만히 서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집중한다.
고여있던 물웅덩이 위로 한 방울의 빗방울이 떨어지면
그 주변으로 파도같은 물결이 인다.
그리고 내 마음 따라 일렁인다.
나의 파동이 너에게 닿기를.
너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비가 오는 날이면
아파 오는 무릎과 함께
괜한 감정이 일어난다.
*
- 물결 -
일렁이는 내 마음과 닮았다.
분명 가만히 멈춰 있다 생각했는데
작은 바람에 어느새
끝없이 끝없이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