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사진이란 누군가에게 물음표를 찍어 놓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얼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전달하는 것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앙리 마티스부터 윌리엄 포크너, 알베르 카뮈 등 많은 예술가를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인물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사진을 찍었다. 가장 자기다운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박제된 인물에게선 영혼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실존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사시와 작은 키로 사진 촬영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브레송은 돌다리 위에 서서 담배를 물고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포착했고, 그 사진은 지금까지도 사르트르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남아다.
투병 중이던 화가 마티스는 사진을 찍는 일조차 버거운 상태였지만, 브레송은 매일같이 그의 작업실에 방문하며 기척도 없이 머무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재채기를 하듯 촬영을 한다. 마티스의 사진을 최초로 찍게 된 카르티에 브레송. 그렇게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표지는 마티스가 그려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