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캣콜링]으로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 2022년 펜 아메리카 문학상 후보작에 선정된 이소호 시인의 산문집으로, '삼십 대 여성의 노화'라는 주제를 특유의 거침없고 도발적인 화법으로 풀어낸다. "서른다섯, 내 몸의 자유 이용권은 끝났다"라는 파격적인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서른다섯을 앞둔 이소호가 자신의 노화에 대해 실감하면서부터 본격화된다.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초를 한 호흡이 아닌 두 호흡으로 나누어 끌 때 노화의 시작을 예감한 저자는 서른다섯, 어쩌면 "노화를 이야기하기 가장 실감나는 나이"가 아닐까 직감한다.
하지만 정작 곤혹스러운 건 저자의 나이를 '늙은 여자'로 단정하는 사람들과 사회의 분위기에 있다. 이 글들은 저자가 사회적인 죽음을 예감했을 때 쓰였다. 사회적 죽음이란, "애 없는 애기 엄마"라 불리기 시작했을 때, 나이가 많아 부담스러워 재취업도 어려울 거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결혼 정보 회사에서 경력 단절 여성으로 커리어가 매도당했을 때를 의미한다. 노화가 잔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저자를 이루고 있는 신체의 변화나 내면의 변화를 넘어 시들어갈 일만 남아 있다는 듯 삼십 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태도에 있다.
이소호 시인은 이러한 "사회적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며 끝내 하나의 메시지로 나아간다. "미숙은 부끄러움이 아니며, 하루하루 육체적인 나이는 들겠지만, 다행히 어제보다 나은 삶을 발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책은 자유 이용권이 만료된 서른다섯 살의 여성이 성장하는 모험기이자,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 35년이 걸렸다는 고백이며 동시에 "어제보다 더 나은 삶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다.
파격적인 형식과 거침없는 화법의 작품들로 주목받아 온 이소호 시인답게 [서른다섯, 늙는 기분]의 구성 또한 독특하고 새롭다. 1막과 2막, 그 사이 인터미션으로 구분된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구성되어 있다. 산문집을 펼치는 순간,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되어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너는 너무 늙어 시집도 가지 못할 거야. 나이가 많잖아"라고 막말하는 사람들, "이젠 너도 관리가 필수잖아"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는 이웃의 무례, 가임기 여성으로 값이 매겨지는 결혼 정보 회사의 웃픈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 글이 희극이 아닌 비극인 건 이 모든 현실이 삼십 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라는 데 있다.
저자는 "늙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진화하겠다"고 선언하며, 늙는 기분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더는 흰머리를 새치라고 우기지 않는 것, 쓸데없이 예민했던 지점들은 무던해지고 꼭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지고 가는 것, 내 몸을 위해 몇 가지 영양제를 더 챙겨 먹고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늙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