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관객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 및 역할에 대해, 크게 관람 전 / 관람 중 / 관람 후로 나눠보았다.
첫째로 관람 전 관객으로서 염두해 두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관람 예절이다. 특히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는 공연이나 전시장과 같은 어떤 특정적인 오프라인 공간이 있는 경우에 관람 예절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컨대, 적어도 공연 시작 10분 전에 도착하기, 배우가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하기, 관람 시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 주지 않게 배려하기 등이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단연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고, 둘째는 중요한 약속임에도 안타깝게도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포털 사이트에 ‘관객 예절’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얼마나 기본적인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 울림소리로 연주가 중단되거나, 관람 중에 갑자기 탈주를 한다거나, 간혹 공연 중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켜는 관객도 있다. 최근 필자는 공연 관람 중에 뒷좌석에서 옆 사람과 말을 섞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발 차임을 당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당연히 지켜져야 할 에티켓들이 지켜지지 않아 벌어지는 불쾌한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공연 자체가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에티켓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지만 공연의 전체적인 만족도와 몰입도를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둘째로, 관람 중에 관객은 무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및 적극적인 호응을 표현할 의무가 있다. 이는 관객 참여 공연 또는 판소리처럼 직접적으로 관객의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특정한 연극 및 공연에서 중요시된다.
이때 관객은 판소리의 흥겨운 장단에 맞추어 다 같이 몸을 맡겨 리듬을 타고 추임새를 덧붙이거나, 때로는 굵직한 연주나 노래를 마치고 암전이 된 틈을 타 두 손 모아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반응은 무대의 흥과 열기를 돋우기 위한 일종의 무대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동시에 배우 및 연출자에게는 직접적인 말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격려와 응원의 움직임으로 작용한다.
관람이 끝났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보여야 할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다.
셋째로, 관객은 관람 후 ‘후기’를 남길 의무가 있다. 사실 이 행위가 어떻게 '자유'가 아닌 ‘의무’라고 여겨져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주장에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보다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필자의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후기’는 직접 콘텐츠(전시, 공연, 연극, 영화) 관람 및 경험 후 대개 글로 남겨지는 것들인데, 대개 감상과 생각이 휘발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후기는 생산자와 관람객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의 흔적이며, 넓게 보면 이 또한 무대의 결과이자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연의 경우, 장르의 특성상 영상 미디어나 출판물과는 달리 관객의 반응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이 관객의 첨예한 비판의 목소리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관객의 반응은 현장에서의 관객의 반응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작품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것처럼, 작품을 보아도 반응이 없으면 비슷한 맥락으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후기를 남기는 행위를 통해서 관객은 관람 후 울림을 느꼈던 부분의 흐릿한 감상과 부유하는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토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생산자 및 창작자는 관객들이 남긴 생생한 후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콘텐츠로의 성장 및 발전에 도모할 수 있다.
그러니 감상한 작품이 좋든 나쁘든, 그래서 후기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감상은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시선으로부터 쓰일 테니 말이다. 다만, 아주 솔직한 태도로 감상을 남기되, 적절한 언어의 사용으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더라도 그것대로 무분별한 비난의 말이 아닌 솔직 담백한 아쉬움과 함께 비판의 말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마음만 더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비평에서 진중한 관객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좋은 관객이 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