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읽고 싶었다. 한국인이 쓴 누군가의 이야기를. 외국 작가의 번역된 글도 아니고 인사이트를 찾는 글이 아니라 정말 순수한 '글'이 읽고 싶은 욕구가 요즘 들어 생겼다. 내 취향의 필력을 찾고 싶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도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었는데, 뇌가 습기에 잔뜩 절인 것처럼 무겁고 눅눅한 것이 마치 살이 찐 것처럼 답답했다. 갑자기 찐 살 때문에, 걷는 게 숨이 차는 그런 기분? 그래서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수건을 짜내듯 시원함이 필요했다. 순수한 '글'이라는 표현과 맞지 않지만, 뭔가 발칙하고 독특한 것이 당겼고, 그것은 글쓴이의 무의식이 잔뜩 담긴 일련의 글자 모둠을 종이책으로 접하고 싶다는 나의 욕구라 말할 수 있겠다.
순수한 감상을 적고 싶었다. 정의를 찾고 구조를 짜며 쓰는 글이 아니라 감상을 자연스럽게 써 내려가는 글을 오랜만에 적고 싶었다. 한 플랫폼에 기고하는 에디터로 실력을 가꾸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 때지만 가끔은 순전히 나만을 위한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다.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풋내기의 그런 멋들어진 허세를 걷어내고 쓰고 싶은 대로 어떻게든 이어나가는 순수한 글이 그리웠다. 그렇게 '순수한 글'에 대한 소비 욕구와 순수한 감상의 기록 욕구가 맞물려 나는 이 무심히 신간 도서를 클릭하다 발견하게 된 <폴더명 울새>를 발견했다. 내가 찾는 완벽한 타깃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소원한 '순수한 글'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글에서 어떤 매력을 찾고 싶었는지 선명해졌다. 아, 나는 작가의 문장이 담긴 소설을 찾고 싶었구나. 작가의 의도와 개성이 묻은 감각적인 문장의 콜라보가 보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콜라보가 내 취향에 맞게 예뻤으면 한 것이다. 대책 없이 예쁜 것만 보고 쫓는 나의 탐미주의가 여기서 또 발동했다. 그것이 어떤 미학적 관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만, 휘발되지 않고 내 안에 남은 날것의 문장을 <폴더명 울새>에서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