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라니, 표현이 재밌지 않은가?
모기가 코끼리 뒤에 가려질 수는 있다만, 어떻게 코끼리가 모기 뒤에 숨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일은 없으니 분명 비유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겠구나 짐작했다. 사실 부제를 보면 어느 정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
‘우리가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이유’에 분명 이 책 속 모기와 코끼리가 관련이 있다. 여기서 모기는 무엇이고 코끼리는 무엇인 걸까.
해당 책은 40여 년간 수십만 명의 내담자를 치유해온 심리학자,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와 에바 분더러에 의해 쓰인 심리학 책으로,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모기와 코끼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본인이 내지도 않은 소리 때문에 부당하게 비난을 받고 마음이 좋지 않은 사람, 자동차 범퍼를 건드리고는 멀쩡하다는 이유로 발뺌하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난 사람, 양말을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아내,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문을 받는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회사원,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해버린 남자의 이야기까지. 모두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종종 그냥 넘어가고 싶어 하는 단순하지만 감정적으로 무거운 일상의 상황들.
모두 사소한 계기로 매우 흥분하거나 불쾌한 감정에 빠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사소한 일에 이유 없이 흥분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 축적되다 작은 일에 감정이 펑 하고 터져버린 것일 뿐. 이때, 일상에서 사소하게 일어나는 불쾌한 일이나 오해, 불화 등과 같은 것을 ‘모기’, 그리고 이러한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기본욕구를 ‘코끼리’라고 칭한다. 즉, 모기가 흥분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코끼리가 흥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작아서 별것이 아니라 여겼던 것이 알고 보니 별것, 그것도 삶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거대한 코끼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가? 당황할 것이다. 이렇듯 겉보기에 사소한 일로 생겨나는 불쾌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본질적인 원인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본질적인 원인(코끼리)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바로 이어지는 2장에서 앞선 일화를 바탕으로 겉으로 보이는 모기와 보이지 않는 코끼리를 하나씩 분석한다.
이때 저자는 불쾌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과거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며, 대부분 기억 속에서 거의 잊힌 경험의 층 아래에 감춰져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거에서 아주 근본적인 기본욕구가 손상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기본욕구라 하면, 견고한 유대관계와 인정과 존중, 자율, 안전, 호기심, 동등한 대우와 공평함에 대한 욕구와 같은 것들이 있다.
기본 욕구가 손상되거나 손상될 위기에 처하면 약점이 드러나고 평정심도 위태로워진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계속하다 보면 흉터처럼 ‘흔적’이 남는다. 대개 무력감, 두려움, 분노, 슬픔, 상심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니 그 감정의 고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이면에 자리한, 어쩌면 놓치고 있는 나의 기본 욕구, 즉 나의 코끼리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코끼리에서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도 낯설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코끼리를 골라 각자의 상황에 대입해서 읽으면 그 연관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우리의 기본욕구와 우리 자신의 코끼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기본욕구의 흔적을 찾고, 그것이 현재 나의 삶에서 얼만큼 충족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