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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나 보던 열대 과일이 자라나고, 춥기로 소문난 러시아보다도 더 추운 한국. 점점 녹아 내리는 남극과 북극,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 평소 여름에 에어컨을 손에 꼽을 만큼 잘 안 트는 우리집도,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 해 이번 달에만 벌써 다섯 번을 넘게 켰다.
정말로 지구가 아파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은 100년 가까이 더 살아가야 하고, 나 역시 앞으로 몇 십년은 이 땅 위에서 더 살아가야 한다. 이런 기후 환경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내 삶에 평안을 찾아보고자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도서를 받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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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서를 받아볼 땐 단순히 이 이상기후를 대비하기 위해 인간이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알려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좀 더 심오있게 지구의 기원 역사부터 지구의 온도의 중요성, 그로 인한 미래 예측을 소개해주고 있다.
한 예로 우리가 많이 들어본 온실효과에 대해 단순히 정의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과학적 지표로 설명하고 접근하고 있다. 도서를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창시절 공부한 지구과학에서 나아가 '환경'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했던가, 지구에 대해 알고나니 우리가 이후에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해서도 감이 조금 잡히는 듯 했다.
그럼에도 여실히 느낄 수 있던 점은, 인간들이 제 손으로 명을 갉아먹고 있단 느낌이었다.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삶은 한층 편하고 여유로워졌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미래가 암담해지니, 의도치않게 자아성찰로 내 미래라도 챙겨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만 도서에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개인이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일들이었다. 주로 기업이나 크게 나아가 국가가 나서줘야 하는 일들이 적혀있었다. 한 명의 개인이 석탄 사용에 관하여 좌지우지 하긴 어렵지 않은가. 한낱 작은 기업에 다니는 내가 기후 환경에 관한 거액의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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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이미 지구를 위해 해야될 일을 잘 알고있다. 자가용 덜 이용하고 대신 좀 더 걸어다니기라든지, 페트병 사용 대신 텀블러를 들고다닌다든지, 그 외 전력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 등등 말이다.
나 역시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버리는 입장이기에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을 보태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회용품은 최대한 덜 쓰게, 옷은 덜 사게, 버릴 때는 최대한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함들, 사고 싶지 않지만 다 떨어져서 지속적으로 사야하는 물건들. 갑작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마스크 등등.. 삶은 풍족해졌지만 그로 인한 대가가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예전에는 "싹 다 태워버리면 남는 것도 없고 좋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해나가면서 이는 그다지 좋은 대처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오히려 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내 삶을 좀 더 쾌적하게 보낼 수 있지? 하고.
기업이나 국가, 세계에서 좀 더 강력하게 환경을 관리하고 제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나 개인은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미래는 나아지지 않을까.
본래 한국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그 중에서도 여름과 겨울은 좀 덥고 춥더라도 그 계절만의 특징을 느끼고 다양한 활동-수영이나 스키 등과 같은-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더 이상 따뜻한 봄과 시원한 가을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아주 잠깐 그런 느낌만 받고서 바로 날이 더워지거나 추워졌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좋아하던 그 계절을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