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많다. 때로는 그 생각들은 걱정을 거쳐 불안이 된다. 작은 일을 크게 생각하고 걱정으로 만들어 불안해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사는 건 삶에 도움이 되지만, 매일 긴장하고 사는 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나의 불안도 비슷하다. 필요 정도를 지나쳐 콸콸 쏟아지는데 나에겐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런데 불안은 몸을 해칠 정도로 과하게 생산된다.

 

나는 그만하고 싶은데 오랜 기간 그렇게 살아왔더니 이젠 스위치 살짝만 스쳐도 생각에서 불안까지 쏜살같이 달려간다.

불안에 잠식된다. 불안에 묶여 옴싹달싹 못한다. 나를 칭칭 묶고 있어서 어디 가지 못하고 불안 근처만 맴돈다. 잠시나마 불안을 잊어보려고 집중할 것들을 찾는다.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의미 없는 유머글을 보면서 인터넷을 배회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불안한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다. 어렵게 잠에 들거나 기운이 빠진 채로 아침을 맞이할 내가 그려진다.

나는 왜 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지 못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을까. 지난 번 얘기했던 불안의 원인은 모두 해결되었다. 그러니 한동안 불안과 본격적으로 거리두기를 시행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불안 뒤에 다시 불안, 또 불안이었다.

사실 별거 아닌 일에 혼자 호들갑떠는 일일 수도 있다. 확인해보고 맞으면 대책을 생각하고 아니면 마는 건데 굳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떡하지만 되뇌인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저 나의 할 일은 불안밖에 없는 것처럼, 강박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무서워한다. 정말 이건 오랜 시간 고민해도 답은커녕 힌트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나조차도 왜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 당장 안정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그 사실에까지 불안을 느끼는 건지, 신경쓰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이게 내 천성인 건지.

 

어느 쪽도 속 시원한 결과는 없고, 그래서 나는 한 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고민과 걱정과 불안을 반복한다.

내 불안은 내가 만들어냈다. 내가 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데려온 아이다. 누가 던져준 것도 아니고 내가 걱정을 먹이로 내던지며 열심히 키웠다. 그러지 않는 법을 알지 못해서. 방법을 몰라서. 늘 이러고 있었더니 이게 내 것이 되고 말아서.

주변의 조언과 걱정도 있었다. 내 마음의 거취를 누가 대신 분명히 해줄 수 있을 것처럼 주변에 물어보며 답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어서 불안을 꼭꼭 안고 앓았다. 그러다가 탈이 나더라도 삼켜지지도 않고 어디로 내뱉을 수도 없으니 그 상태 그대로 앓는다.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비관주의자는 언제 맞을지 몰라 늘 배에 힘을 주고 있어서 맞아도 덜 아프다고. 하지만 나는 늘 처음과 똑같이 어떤 변동도 없이 똑같은 강도로 똑같이 힘들다. 불안 맷집이 늘지 않는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내 마음, 누군가에게 외주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