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뭉뚱그려 표현해본다면 통통 튀는 사람, 솔직한 사람, 조금은 차가운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몇 개의 단어로는 완벽하게
나를 소개할 수 없다. 뜬금없이 노래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스텔라장의 빌런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누군가에게는 악인 사람이 누군가에겐 선이 된다는 이야기. 사람들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
날 설명하기가 어려운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설명하는 ‘나’는 단편적인 나라서. 온전히
설명해 주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한 번쯤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나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내 몇 개의 글들과 내가 찍은 사진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정도일 것 같다.
내 글들은 나를 작게 쪼갠 부분들이다. 내 살점들. 영혼의 파편들. 위의
글을 천천히 한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혹은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비쳤기를 바란다.
아마 시를 읽다 보면 ‘너’, ‘당신’, ‘사랑’이라는
주제가 잘 보일 것이다. 나는 세상의 대부분을 사랑으로 귀결시키는 사람이다. 최초의 결핍을 찾아 나서는 여행길에 오른 순례자 정도로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어쩌면
나는 죽을 때까지도 내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고 죽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나 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특히 순간의 정적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래서 찰나를 찍는 걸 즐긴다. 위 사진들은 평소에
찍는 것들이다. 가끔은 풍경을 찍기도 하지만 일상과 동떨어진 기분을 주는 것들을 주로 찍는다.
나는 언젠가 ‘내 감성은 마치 솜털 같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모든 공감각적 자극들에
나는 크게 반응한다. 그 감성은 얌전히 있다가도 이렇게 문득문득 강렬히 반응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다.
위
네 가지 영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들이다. 왼쪽 두 개는 직접 포스터를 모아본 것이다. 니키타와 레옹은 같은 감독인데 한때 그의 영화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둘
다 주인공이 과묵한 킬러이면서 인간적 감수성이 결여된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지는 그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사랑이 나온다.
제트에서는
속도감 있는 연출을, 월플라워에서는 청춘 스토리를 좋아한다. 이
영화들로 날 소개하는 이유는 내 안에 그 특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
*
자기소개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는 사실 재밌게 써보고 싶었던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마감날까지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이것 또한 나를 소개하는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치중하다 보니 가끔은
이렇게 실패한 완벽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나에 대해 글을 쓰면 레포트 4장은
거뜬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쓰고 보니 두 장을 채우기가 버거웠다.
나에 대해 멋지게 소개하고 싶은 일종의 부담감과 말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골라 말해야 될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나열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인상만 남기는 자기소개글을 쓴 걸 수도 있다. 화가로 치자면 인상파 화가 정도일테다.
자기소개 글에 자기소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나열하고 있는 상황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모든 글과 묘사하는 행위들이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멋들어지게 설명한 글보다 지금 이렇게 마구 쏟아내는 글들에서 오히려 진짜 박소희라는 사람이 나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