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Anonymity,
어떤 사물은 모여들면서 하나 이상의 틈새를 만듭니다. 쌓이면 쌓일수록 틈새들도 점점 더 많아지죠. 저는 기와들이 쌓인 곳에서 이 틈새를 발견했고, 이 기와들이 모여든 곳에서 너머의 풍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풍경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아름다운 꽃과 울창한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신비로운 풍경을 보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기와밖에 생각나지 않더랍니다. 제 기억 속에 풍경은 이제 뿌옇게 흐려졌지만 그 틈새 사이에서 빛나던 색들만은 머무르며 기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2021년 5월 20일
From 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