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은 박보검과 박소담 주연의 드라마로, 오랜 연예인 지망생인 사혜준(박보검)과 대기업에서 나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 안정하(박소담)의 청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청춘기록'은 첫 회부터 청년들에게 "우리는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사기 치는 놈이 문제지 당하는 사람이 문제야? 그런 시각이 사기꾼들한테 면죄부를 주는 거야. 그게 2차 가해라는 거야." - 사혜준
"사랑은 안 하고 싶고 감정은 갖고 싶어" "너도 네 위주로 살아. 대한민국은 너무 가족 위주야." - 안정하
1화에 등장한 몇 안 되는 대사만으로 이 드라마는 청년들의 마음을 열었다.
변화하는 시대. 그리고 벌어지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모두 한 번쯤은 겪어봤을 괴로움을 단호한 주인공들의 태도가 위로해 준다.
청년들의 편에 서면서도, '청춘기록'은 세대 간의 화해를 위해 손 내미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혜준의 가족이 왜 그렇게 꽉 막히고 답답한 선택을 강요하는지, 혜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한 배경 설정이 탄탄하다. 부모 세대는 자신이 겪은 경험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의 소통 방식은 자식세대에게 통하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반대로 흔히 금수저라고 불리는 혜준의 소꿉친구 해효는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삶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어머니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가 얻은 크고 작은 성과들이 알고 보니 자신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해효가 겪을 충격 또한 상상할 수없이 클 것이다.
언젠가 "부모와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은 부모를 한시라도 빨리 실망시키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삶을 분리시키는 순간, 그러니까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흔한 가족 간의 갈등이 보편적이면서도 새롭게 해석되면서 드라마의 공감성이 배가 되었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자신의 권리를 짓밟고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는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말하는 '라떼' 이야기가 현재의 부조리에 대한 변명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리고 알면서도 맞서지 못하는 답답함을 드라마의 인물들이 대신 헤쳐나간다.
사실 "연예인"은 특수한 직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관계는 꿈을 찾아 나서는 모든 청년들의 삶을 대변한다.
그 어떤 선택도 안정적이지 않고, 주변의 수많은 말소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요즘에는 더욱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처음으로 '청년의 날'이 지정될 만큼 청년들의 삶이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청춘기록'은 모든 청춘들의 삶이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끝없이 작아지고 하염없이 내려가는 와중에도 청년들이 현재의 행복을 이기적일 만큼 챙겼으면 좋겠다.
"니들은 내 소중한 순간을 망쳤어.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은 순간이 얼마나 된다고..."
'청춘기록' 2화에서 사혜준이 친구들에게 한 대사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대사가 아닐까 싶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직은 철없이 웃어도 된다고.
청춘기록의 '청춘'이 더 의미 있는 것은 혜준의 할아버지인 '사민기'라는 인물이 느끼는 불안정함을 함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 때문에 집안에서 떳떳한 입지를 가지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대로 집 안을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고령인구는 점점 많아지지만 활발한 경제활동 인구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이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려고 했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청춘은 한 시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당당한 성공이 아니다. 열심히 한 뒤에 아무것도 못 얻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최선을 다해 달린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청춘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모든 청춘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는 증명.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청춘기록'이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이 더 기대된다.
*사진출처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