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깜깜한 어둠 속 꼬리 하나

글 입력 2014.04.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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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GH CUT NIGHTS [꼬리 언어학]
- 깜깜한 어둠 속 꼬리 하나


글 - 이륜화
사진 - 목진우


깜깜한 어둠 속 꼬리 하나. 기묘한 움직임으로 차분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보통의 고양이들이 갖고 있는 의사소통의 움직임과는 달랐다.
많은 비밀을 갖고 있을 법한 꼬리.
그 꼬리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점점 이상한 곳으로 인도를 한다. 

보라.
저기. 
이상한 생물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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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옷을 입은 4명의 인간들과 얼굴을 알 수 없게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탄 아이가 나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과장된 옷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아주 괴이한 움직임과 좁은 보폭으로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줏대 없이 받아드린 교양주의의 부작용처럼 느껴지며 마치 어떠한 신념도 의지도 없이 그저 고집만 부리는 한 인간의 모습 그 자체로 느껴졌다. 곧 커다란 옷 속에서 마치 그런 인간을 조롱하듯 따라한 것 마냥 다가와서는 허물을 벗듯이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그들.

그리고 생각을 알 수 없는 그래서 그 존재 자체가 거부감이 드는 얼굴을 가린 자전거를 탄 사람. 그는 그렇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벗어 놓은 옷들 사이에 있는 고양이 꼬리를 괴롭히며 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 행동을 보니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이유 없는 폭력을 일삼는 몇몇의 인간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들의 주제의식은 이 앞에서 이미 무게감 있게 쏟아 낸 듯 하였다.

그 무게감을 뒤로 하고 개성 있는 무대 의상과 함께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였고 그 캐릭터들은 조금 더 소통하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다각적인 요소들을 사용해 표현을 시도하기 시작하였고 천장에서 마이크가 내려와 사운드와 함께 움직임을 시작했다. 무대의 대각선 구도로 두 팀이 움직임을 하는데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이 참 바빴다. 그들이 마이크를 두드리고 소리를 내고 그것에 끊임 없이 반응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통이라 생각이 들었고 설사 그게 언어가 첨가되고 해석적 오류가 있는 것에 표현이라 해도 그게 인생이라. 그게 삶이라 생각이 들며 차라리 무표정으로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며 공연을 볼 때보다 그 이후에 그 흥미진진함의 여운이 계속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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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모든 것을 잠재우듯 나오는 무용수 한명의 단독 무.

뭔가 이 표면적 주제의식이 강한 무용공연의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까?

지극히 개인적 생각으로 무용수 혼자 안무를 하는 부분의 음악이 참 아쉬웠다.

교양 주의와 언어의 해석적 오류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에 다른 나라의 언어가 계속 나오는 음악으로 쓰며 안무하는 것에 공감이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음악이 주는 의미를 모르겠고 그것에 맞춰 무용을 하는 것이 무엇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인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 또한 무분별하게 받아드리는 교양주의가 아니던가! 라는 조금의 모순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 해석을 하려는 나의 집착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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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무대의 천장에서 하염없이 뿌려지는 초록색의 종이 날림이 무용수들의 몸에 떨어지고 그것을 또 방독면 쓴 아이가 풀질을 하며 다닌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종이들은 무용수의 몸에 다닥 다닥 붙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다.
저건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구나.
하지만 내 생각을 흔드는 또 다른 생각은.
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들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인가.

언어에 의해 빚어지는 오해로 인한 수많은 사건들. 말이 말을 낫는 지긋지긋한 현실. 생각 없이 뱉어지는 말들에 대한 무책임의 피해로 인해 벽을 쌓고 교양주의에 얼룩진 인간들의 옷을 짓밟고 꾸겨버렸구나 라는 생각. 나름 선과 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무대는 그 아이의 생각 속에서 변이된 언어라는 움직임의 생물들을 소리 없이 담담하게 무표정으로 잠재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좀처럼의 무대에서 볼 수 없는 굉장히 쿨 한 시도들은 눈을 즐겁게 하였고 그것은 정말 극장의 무대가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이었다는 마무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공연의 흐름을 주시하며 이 움직임들이 배경이 되는 큰 체계를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집중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조만간 빨리 무용 자체의 순수예술을 보고 싶을 정도로 ^^
별 거 아닌 것에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엄청난 의미가 상징적으로 들어 가 있는 부분에선 오히려 저런 건 왜 넣는거야? 하며 잘 못 이해하기도 한 것 같다. 너무나 다양하게 생각을 하게 해준 이 실험 공연은 정말 볼 만 했다. 무대 의상도 무대 디자인도 너무 좋았다. ROUGH CUT NIGHTS의 모든 공연들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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