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송암문화재단) :: 유근택 회화 : 끝없는 내일 Everlasting Tomorrow

글 입력 2014.11.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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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I미술관은 일상 속에 내재한 개인의 삶의 체험과 정서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며 동양화의 지평을 확장해온 중견작가 유근택의 초대개인전, <끝없는 내일 (Everlasting Tomorrow)> 展을 오는 11월 6일부터 12월 28일까지 약 두 달 간 개최한다. 

○ 유근택은 30여 년 동안 화업을 이어오면서 줄곧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동양화의 길을 열고자 통찰과 모색을 거듭해왔다. 그는 동양화에서 관념성의 무게를 덜어내고, 역사-일상-정서-주관으로 이어지는 관점의 심층적 이동을 거치면서 개인의 현실에 연원하는 다양한 감정들의 발현을 재료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표현해왔다.
 
 - 그는 1980년대 중․후반기에 대학을 다니며 민중미술과 수묵화운동이 소진되는 상황과 포스트모더니즘 및 다원주의의 의미가 차츰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목도한 바 있다. 이후 그는 민중미술에서 연원하는 역사적 소명 의식의 자리에 개인의 일상을 접목하는 관점의 이동을 보여주는 한편, 지필묵(紙筆墨) 이외의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과 같이, 동양화의 관념성과 정신성의 영역에 시공간의 현실성을 이식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러한 선구적인 행보는 당시에 ‘동양화의 현대화’라는 해묵은 과제를 시의적절하게 풀어나간 대안으로 주목되었으며, 그와 같은 방향전환을 통해 이후의 동양화는 개인의 일상 속 현실을 자유자재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다. 

 - 유근택은 자신과 관계 맺은 체험적 깨우침을 통해 '일상' 속 '지금', '여기'라는 주제에 매진해왔고, 2000년경부터는 일상 속 단면의 포착을 넘어서서 그 순간에 이루어지는 대상들과의 소소한 정서적 교감에 주목해왔다. 주로 현실의 풍경 위에 또 다른 차원의 정서적 표층이 겹쳐진 것처럼 풍경과 정서가, 현실과 비현실이, 순간과 영원이 서로 이질적으로 공존하면서 수많은 서사를 보여준다. <앞산 연작>(2000~2002), <어쩔 수 없는 난제들>(2002) 등은 대상에 대한 지독한 관찰과 탐구를 통해 시시각각 변모하는 객관적인 현상과 교감 속에서 형성된 주관적 느낌과 감정, 에너지 등이 혼재되어 있으며 이는 먹과 호분, 아크릴, 과슈 등으로 표현되었다. 

○ 유근택이 2년 동안 매진해온 신작들이 대거 공개되는 <끝없는 내일 (Everlasting Tomorrow)> 展은 그동안 개인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시공간의 특별한 순간들과 그 사이에 형성된 교감의 층위를 내밀한 시선으로 다루어온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풍경과 그것에 맞물려 있는 개인의 삶의 단상을 심도 깊게 통찰하는 확장된 관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새롭게 등장한 대형 <산수> 연작과 <말하는 벽> 연작 등을 비롯하여, <앞산>, <숲>, 실내 풍경 연작 등을 통해 동시대의 사회 체계와 개인의 삶의 구조를 돌아보게 한다. 

 - 또한 전시의 제목인 끝없는 내일 (Everlasting Tomorrow)은 현실의 평범함, 비루함과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끝없이 지속되는 우리 삶의 기묘한 순환 구조를 상징하고 있다. 
 
○ 새롭게 선보이는 가로 2.7m, 세로 1m 크기의 대형 산수풍경화 <산수> 연작은 충청북도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에 걸쳐있는 인공호수, 충주호의 풍광을 다룬 것으로, 총 10점이 전시장 1층의 독특한 공간 환경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산수’라는 소재는 동양미술의 핵심을 이루는 관념적 대상이자 개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무게가 중첩되어 있는 하나의 장(場)이다. 유근택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이 어려운 화두를 다루면서 다시 한 번 ‘관념의 현실적 수용’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수학여행으로 충주호에 방문했을 때, 물이 빠져 흉측해진 풍경 아래에서 방문객들이 여흥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낯설고 이질적이며 기괴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처럼 경외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치유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와 현실 속 산수풍경의 기대 밖의 모습이 상충하는 상황이라든가, 산 아래에 인위적으로 호수를 만들어 동양의 풍경에 서양의 문물이 밀고 들어온 듯한 생경한 장면 등이 있는 그대로 실재하는 한국의 산수풍경이라고 설명한다. 

 - 이 연작들은 호수 위의 하늘과 산수풍경이 수면 위에 투명하게 비춰져 서로의 풍경이 데칼코마니처럼 마주하고 있는 기이한 모습인데, 이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표현되어 어느 쪽이 진경(眞景)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름다운 경치와 그것의 뒤집힌 장면이 동시에 담긴 산수풍경은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숱한 부조리가 밖으로 드러난 것과 같이 실제와 허상, 진실과 거짓, 정상과 비정상이 충돌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투사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양면성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 <말하는 벽> 연작은 사간동 근처의 담장을 소재로 한 것으로, 도심 속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가는 모양이 모두 다른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긴 벽을 보면서 어느 날 그 돌들이 수군거리는 듯한 생경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연작들은 그러한 심상의 관찰을 담은 것인데, 등하교 길의 어린이들이 담장 아래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도 마치 벽과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상상으로 이어지고, 벽 속에 갇힌 듯, 혹은 벽이 품은 듯 형상의 구분이 모호한 아이의 모습 등에서 생명을 가진 또 다른 차원의 벽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 이와 함께 벽이 상징하는 시각을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중의적 관점도 엿보인다. 즉, 개개인이 단위가 되어 저마다의 발언에 집중하면서도 소통에는 무관심한 채 군집을 이루며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담장처럼 세대간, 계층 간, 사회 간에 벽으로 차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연작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순수하지만 나약한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며, 벽을 지나가야 하는 개인의 상황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기이한 동행, 얽힘과 대립의 순환 관계를 가늠하게 한다. 

○ 그 외에도 작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실내 풍경을 비롯하여 숲, 앞산과 같은 실외 풍경이 연작 형식으로 등장하는데 모두 시간의 변화에 따른 일상의 풍경과 그 위에 덧입혀진 작가의 내면 풍경이 섬세하게 교차되어 있다. 

○ 이번 작품에서도 수묵과 호분, 아크릴, 과슈, 콘테, 템페라 등의 다양한 재료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색채의 적용이 더욱 자유로워진 점이 두드러진다. 

○ 유근택은 동양화에 개인과 사회와 역사를 관통하는 친연적 시선을 담고자 살아 숨 쉬는 현실을 일관되게 다루어왔다. 그것은 작가 자신을 둘러싼 매순간의 상황과 그 상황 속의 대상들을 충실히 읽고 느끼면서 살아있는 감성을 수록하는 구도의 행위를 통해 완성되어온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 대처라기보다는 동양화 고유의 가치를 시대의 논리 안에서 가장 적절하게 엮어나가기 위한 고민과 탐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결과라고 하겠다. 늘 그래왔듯이 유근택은 이번 전시에서도 멈추지 않는 저력과 뚝심으로 새로운 시선을 향해 수평 이동을 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의 모습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 11월 29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OCI미술관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 (송암문화재단)
유근택 회화 : 끝없는 내일 Everlasting Tomorrow
 
2014-11-06 ~ 2014-12-28
[조호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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