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 남희승 판화전

글 입력 2014.11.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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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보여주는 삶이라는 드라마 (갤러리 도스 김미향)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삶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허상에 불과하다우리는 행복을 얻기 위해 끝없는 욕망을 추구지만 이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다만약 인생의 완성체가 있다면 우리는 그 충만함 속에서 희노애락 없이 단조롭게 살아갈 지도 모른다이처럼 결핍은 삶의 원동력이 되고 우리의 지적유희는 삶의 불완전성에서 시작된다채울 수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드라마틱한 인생을 갈구하는 현실의 모습과 그에 대한 사유를 남희승은 마치 일기를 쓰듯이 작품으로 진솔하게 표현한다작가는 현실에 없을 법한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드라마틱(Dramatic)‘이란 단어를 중심으로 특유의 작품세계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이번 전시는 ’ 어느 정도는 실화임.(This is true story to some extent.)‘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현실과 비현실의 혼동을 감행한다모노 드라마(Monodrama) 형식으로 삶의 실재를 반영하면서도 만화의 자유로운 화면구성과 실크스크린 기법의 과감한 생략이 보여주는 단조로운 흑백의 구성은 드라마와 같은 극적인 현실을 제시한다.
 
 
     모노 드라마(Monodrama)는 그리스어 모놀로그(독백, Monologue)와 드라마(Drama)의 합성어이며 한 사람의 배우가 모든 배역을 혼자 맡아 하는 연극을 뜻한다작가는 작품 안에서 주인공이 되어 본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일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풀어놓는다모든 존재의 근거는 현재의 삶 그리고 나 자신에게 있음을 전제로 주위 상황과 사건들을 포용하고 있으며 일상의 한 페이지를 내면의 일기처럼 보여준다드라마의 특성상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서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한 컷 만화처럼 보이는 정지된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시간이 지속된다여기에는 감상자에 의한 능동적인 내용구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사유와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대상에 한정되지 않으며 과거의 문화와 예술도 포괄한다본인을 투영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상업매체에서 본 듯한 의미 없는 풍경이 놓이기도 하고 백남준의 작품이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이 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한다.이것들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고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이미지들처럼 인과 관계 속에 작용하지 않은 채 남겨진 하나의 정보이자 기호로 작용한다작가는 여기저기 흩어지거나 겹쳐진 일상의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마치 세련된 연극무대처럼 연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을 닮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드라마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이처럼 단편화된 현실의 환영을 화면 속에 도입하면서 생기는 현실과 환영과의 묘한 긴장관계는 만화의 형식과 실크스크린 기법의 도입을 통해 극대화된다.
     남희승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와 같은 화면구성이다만화라는 형식은 실재의 모방적 재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외부세계의 정확한 구현이나 물리적 법칙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은 만화가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유이며 작가가 만화의 형식을 작품 에 도입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전달을 명확히 드러내는 도안도식 그리고 문자 등은 서술적 필요에 의해 존재하게 되며 한 장면마다 치밀한 설정이 이루어진다특히 내면에서 울리는 사적인 중얼거림은 만화에서 사용되는 말풍선과 언어로 형상화되며 이는 본인이 본 세상에 대한 번뇌를 제시라는 성찰의 도구로 사용된다문자와 기호가 주는 또 다른 감상의 즐거움은 그 대사가 가진 목소리의 음량과 질감까지 드러내어 작품의 연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이처럼 언어의 적극적인 도입은 작가가 장면들의 시각적 재현과 모사보다는 고정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하지만 여기에는 언어적 내용 이상의 무언가를 드러내는 조형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크스크린이 주는 화면의 대중성은 만화라는 형식과 잘 맞아떨어진다실크스크린이 순수예술에 사용된 것은 1950년대 후반 팝아트에 의한 것으로 비록 최근의 일이다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발달로 인해 잡지나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오브제로 수용하고 선택하여 콜라주하는 방법이 좀 더 수월해졌다컴퓨터가 보여주는 기계적이면서 건조한 감각은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미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예술의 표현 영역을 확대시키고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기존의 대량 생산된 이미지를 그대로 응용하여 화면에 배치하는 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남희승이 작품을 구현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된다또한 실크스크린은 다른 판화기법에 비해 종이에 잉크가 많이 묻기 때문에 색상이 강하고 선명하여 시각적 효과가 명료하다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살려 색은 철저히 배제한 채 흑백으로만 화면을 구성하여 극적이고 과장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빛과 어둠에 묻혀 불분명하게 가려진 형체들은 보는 이에게 상상력의 해방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남희승은 그림으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작가는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를 담아내기 위해 과거와 현재전통과 현대문명 등의 이질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드라마틱한 현실의 무대를 연출한다작가에게 작업에 임하는 것은 홀로 연극무대에 오르는 것과도 같으며 주변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예술로써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그리고 더 나아가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과 함께 우리가 욕망에 이끌리는 결핍된 존재라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이러한 현실적인 재현 위에 실크 스크린으로 표현된 흑백의 강렬한 명암대비는 현실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가 보여주는 허구적 서사의 불완전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작가는 작품을 통해 비현실적인 화면으로 오히려 현실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고 삶의 본질과 고뇌를 순수하게 직시하고자 한다
 
 
작가 노트
 
애매한 것확실치 않은 것들을 욕망함은 우리의 실존 자체가 불완전하고 불안을 내포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실존의 불확실함은 인간에게 하나의 존엄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인식에 대한 통로를 열어주며 가치를 재정립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이는 실존자체가 인간의 조건이면서 그 인간의 인식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리즈<Dramatic: 어느 정도는 실화임>는 어둡고 망망대해와 같은 불확실한 실존 가운데 우리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자아를 획득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타이틀'Dramatic'은 본래 드라마(drama,연극)가 삶의 모방으로 이루어져 있고이를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이는 그 자체로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재인식 하는 과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또한 이를 연극적인 형식을 빌어 어느 정도는 실화임을 통해 일상적 진실이 연극적 진실과 상응함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떠남을 예고한 주체들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을 대변하고 그 여정위의 과정이 삶의 방식과 닮아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또한 이를 삶의 과정에서 경험되어지는 사건관념감정 등을 재구성하여 서사적 방식으로 재현하고자 하였으며이는 단순히 실재의 재현이 아닌 본인의 내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의식을 대변하는 양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dramatic' 시리즈는 인간의 불완전한 실존에 대한 인식을 극복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립함과 동시에 삶을 영속해 나아가면서 그 안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또한 현실을 모방한 이미지를 통해 내면을 투영하고 이와 교감함으로써 결국엔 실질적인 행위로 이어나가는 삶의 드라마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작가 약력
 
 
남희승 (Nam Hee-seung)
 
2010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융합디자인예술대학원 멀티미디어아트 전공 석사.
2007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4 'DRAMATIC' This is real stories to some extent. 갤러리 도스 서울
2013 'DRAMATIC' It's only just begun. BMM부티크 모나코 미술관 서울
2012 'DRAMATIC' 5POINTZ Art Space 5!BAM PROJECT 서울
2010 “IN A ROCK AND ROLL BAND” 성신GalleryS101 서울
2010 “CONTEMPORARY BAND” Gallery Artga 서울
 
[단체전]
 
2014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展 스페이스K, 광주
2013  3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세종문화회관 미술관(B1), 서울
2012  아시아프 ASYAAF (Asia Student Young Artist Art Festival) 문화역 서울284
2011  동방의 요괴들 [→←화살표전 대구 MBC 갤러리 대구
2010  대한민국 선정작가展 서울시립미술관 경복궁분관서울
2009  The Fifth Cultual & Arts Festival of Songzhuang China, Beijing Songzhuang
2009  Art Space MITE 선정 신진작가 공모전, Art Space MITE, 광주
2008  우리 안의 신화(Myth in Us), 토탈 미술관서울
2008  서교육십2008, The Battle of Taste, 갤러리 상상마당서울
 
[작품 소장]
Boutique Monaco Museum (부티크 모나코 미술관 서울)
 
 
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
남희승 판화전
 
2014-11-12 ~ 2014-11-18
[조호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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