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오전 9시

글 입력 2014.04.0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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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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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로 꼬박 한 시간. 학기 중에는 적어도 한 주에 세 번은 왕래해야하는 터라, 운전 중에 어떻게 하면 심심하지 않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라디오도 틀어보고 음악도 장르별로 들어보았다. 설교도 들어보고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연동해서 들어보았다. 나름대로 모두 도움은 되었지만 결국 운전 중에는 멍 때리는 일이 생기고 만다. 내가 출근길로 이용하는 도로들은 신호등도 별로 없을뿐더러 요사이 자동차전용도로가 생기면서 멍하니 딴생각하기에는 그저 안성맞춤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꾸중들은 말이 하나 있다. 내가 먼 산이라도 바라보듯 멍하니 있으면 뒤통수라도 툭 치시며 무슨 생각 하느냐며 나무라셨다. 그러면 뭐라도 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바보를 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요즘 내가 느끼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정보의 양과 ‘멍 때림’의 양이 비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엉뚱한 생각이다. 우리 주위에는 정보가 넘쳐난다. 이 정보들은 때로는 책이나 미디어, 혹은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파고든다. 그래서 우리들은 시시각각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데, 나는 이 의무감이 현대인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내가 보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심지어 운전 중에도 엄지손가락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뭔가를 읽고 있다. 다들 너무 바쁘게 산다. 뭔가를 알려하고 뭔가를 습득하려 한다. 한편으로는 꽤나 좋은 일이다. 아는 것에 힘쓰는 일이 뭐가 나쁜가. 하지만 아는 일에만 힘을 다 쓰고 나니 생각할 힘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큰일이다. 하여 초등학교를 다니는 코흘리개들에게조차 논리를 가르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생각할 힘을 남에게 빌려 배워야 한다는 문화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오전 9시. 보통 내가 학교로 출근하는 시간이다. 바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한 시간 전이다. 요즘 내 목표는 학생들이 멍 때리게 만드는 일이다. 음악이라는 거대한 대상(對象) 앞에서, 자신 앞에 놓은 악보 앞에서 말이다. 학부모들이 이 사실을 알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정보를 가르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짧은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라 쉽게 믿기 힘들겠지만, 분명 깨닫는 것과 멍 때림은 관계가 있다. 무릎을 탁 때리는 깨달음과 멍 때림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오전 9시. 생각이 가장 많은 시간이다. 집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의 생각과 맞닥뜨리는 시점. 정보와 멍 때림이 공존하는 시간. 음악의 한 소절에서조차 멍하니 산을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음악은 과연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출처 - 음악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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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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