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rano 조안 서덜랜드 “내가 이 세상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 -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

글 입력 2014.04.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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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rano 조안 서덜랜드
“내가 이 세상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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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 이후 최고의 소프라노는 누구일까. 이런 토론에서 거의 항상 맨 앞에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조안 서덜랜드(Dame Joan Alston Sutherland, 1926~2010)다. 서덜랜드는 호주 시드니의 동부 해안지역인 포인트파이퍼에서 태어났다. 아마추어 메조 소프라노였던 어머니로부터 노래를 배운 서덜랜드는 시드니 음악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마침내 1949년 시드니의 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바로 런던 왕립음악원으로 유학길을 떠났고 1952년에는 <마술피리>의 제1시녀 역으로 코벤트가든에 데뷔한다. 그리고 곧 있었던 칼라스의 코벤트가든 데뷔 무대인 <노르마>에서 조연에 불과한 클로틸데를 노래하며 칼라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동향 출신인 4세 연하의 리처드 보닝(Richard Bonynge, 1930~)이 런던에 유학을 왔고 둘은 1954년 결혼을 하게 된다. 리처드 보닝은 역시 호주 출신의 위대한 소프라노 넬리 멜바(Nellie Melba, 1861~1931)의 반주자 피아니스트를 사사한 만큼 오페라에 탁월한 감각이 있었는데 서덜랜드와 결혼한 후부터는 더욱 이쪽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게 된다. 리처드 보닝은 바그너나 베르디를 주로 부르던 서덜랜드에게 드라마티코 발성을 버리고 레쩨로-콜로라투라로서 변신하도록 독려했고 자신도 오페라 지휘자로 영역을 넓혀간다. 결국 서덜랜드는 1959년 코벤트가든에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로 대호평을 받으며 화려한 벨 칸토 가수로 등극했고 1960년대 이후엔 콜로라투라로서의 칼라스를 잇는 최고의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칼라스를 ‘라 디비나(La Divina)’라고 불렀던 이태리 애호가들은 그녀에게 '라 스투펜다(La Stupenda)' 즉 경이로운 가수라는 애칭을 붙여줬고 영국에선 Dame 작위가 서훈되었으며 호주에선 최고훈장이 내려졌다. 

서덜랜드는 매우 정확한 콜로라투라 가창을 날카롭지 않고 아름답게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수정같이 투명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트릴을 청중에게 퍼붓는 그녀는 최고음에서조차 쇳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가벼운 역에서 점점 무거운 역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지만 서덜랜드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사실 여기에는 남편의 도움이 매우 컸다.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1915-2006)가 남편 월터 레게(Walter Legge, 1906-1979)의 도움으로 일부 레퍼토리에 집중하여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연상될 정도다. 좋은 소프라노에겐 좋은 남편이 있기 마련인 것일까. 특히 1965년, 당시 떠오르던 신인으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를 발탁해서 서덜랜드와 함께 호주와 세계 순회연주를 벌인 것은 음악사에서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들은 <연대의 아가씨> 같은 난곡도 부활시켰고 얼마나 인기를 누렸는지 1주일에 8회의 공연도 예사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덜랜드-파바로티-보닝의 세 콤비는 오랫동안 오페라 흥행의 최고의 보증수표였다. 파바로티의 명연주들에 서덜랜드의 이름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생각해보라. 서덜랜드가 은퇴한 후엔 파바로티도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일 정도다.


고미현3.jpg▲ 지난 1978년 3월 10일 서덜랜드(가운데)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상연한 돈 지오반니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하는 모습


Home! Sweet Home!

1990년은 조안 서덜랜드가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는 해였다. 두 번의 중요한 고별공연이 있었는데, 하나는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의 송년 <박쥐> 공연 2막 파티 장면에 특별출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오페라보다도 코벤트가든과 함께 해온 이 위대한 프리마 돈나를 송별하기 위해서 모였고 이날은 영국 여왕도 참석했다고 한다. 서덜랜드의 최고의 동반자들인 파바로티와 마릴린 혼(Marilyn, Horne, 1934~)도 함께 게스트로 나왔다. 특히 파바로티는 25년간 함께 노래해온 서덜랜드와 <라 트라비아타>의 유명한 이중창 ‘파리를 떠나서 (Parigi o cara)’를 불러서 큰 박수를 받았다.


고미현2.jpg▲ 1987년 1월 10일 서더랜드(왼쪽)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도니제티의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공연하는 모습.


또 하나의 중요한 고별공연이 유튜브(www.youtube.com/watch?v=sqpDZMKCbRw)에 그 일부가 올라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박수와 사랑의 환호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눈물이 다 날 정도다. 오늘날 어느 가수의 고별공연이 이처럼 뜨거울까. 한참동안 이어진 기립박수와 꽃다발과 꽃잎세례를 받던 서덜랜드가 무대 위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는 이었고 이 노래는 1990년 10월의 어느 저녁 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음악 안에서 진짜 가정처럼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노쇠했지만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고 그녀의 마지막 노래를 차분하게 지휘하는 리처드 보닝의 표정에서도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나도 이렇게 은퇴하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난민들을 위한 위문공연에도 와서 우리에게 따뜻한 음악을 선사했던 그녀는 겸손하고 마음이 따뜻했던 진정한 ‘라 스투펜다’였다. 글 · 고미현





 추천하는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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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니제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1971년 녹음
서덜랜드와 그의 최고의 파트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게다가 셰릴 밀른즈와 갸우로프까지 총동원된 최고의 캐스팅, 그리고 서덜랜드 평생의 조력자 리처드 보닝의 지휘와 시드니를 떠난 서덜랜드에게 제2의 고향과도 같았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이 모든 것이 최고의 명반으로 남았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서덜랜드의 광란의 아리아는 칼라스의 금속성의 비극미와는 대조되는 순수한 음악 자체의 선율미가 돋보이는 역사적인 명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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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1970년 녹음.
파바로티의 완벽한 네모리모와 서덜랜드의 원숙한 표현력 그리고 리처드 보닝의 활기 넘치는 지휘가 이룬 또 하나의 명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서덜랜드는 실제 무대에서 한 번도 아디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한다. 발랄한 처녀 역으로는 서덜랜드의 목소리가 다소 무겁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서덜랜드의 코믹하면서도 원숙한 아디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형을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 최근에 리마스터링되어 다시 출시된 최고의 명반. 




고미현6.jpg3. <프리마 돈나의 예술> 1960년 녹음.
모처럼(?) 리처드 보닝이 아닌 다른 지휘자와 남긴 음반이다. 1959년에 코벤트가든에 최고의 루치아로 혜성같이 등장한 바로 다음해에 녹음되었으니 서덜랜드의 가장 싱싱한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그녀의 장기였던 리골레토의 질다나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물론 파우스트나 오텔로같은 서덜랜드에게는 드문 레퍼토리들도 포함되어 있어 흥미롭다. 영국 그라모폰지의 70주년 기념 선정 클래식 명반 100선에도 들어가 있는 명반이다. 






출처 - 음악저널

음악저널 로고 크기조절.jpg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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