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극 “엄마 젖, 하얀 밥”

글 입력 2014.03.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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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극 “엄마 젖, 하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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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먹은 '노인'들은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은 것을 넘어, 생에 끝자락에 서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마치 정해진 것처럼, '노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분명히 있다. 늙고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느리게 걷는 걸음, 힘없이 낭창거리는 얇은 몸.

"좋아, 둘인데 둘 다 아버지가 나왔어. 이상한 게 내가 스무살이나 더 먹었더군. 내 기억엔 나보다 젊으시니까. 처음 건 가물가물한데 마을에서 만났더니 돈을 주셨어. 근데 잃어버렸지. 두 번째는 옛날로 돌아간 거야. 밤에 말을 타고 산길을 달렸지. 좁은 오솔길 말이야. 춥고 땅엔 눈까지 쌓였는데 아버지가 말 타고 날 그냥 앞질러 가시는 거야. 담요를 두른 채 머릴 숙이고 계시더군. 지나가실 때 횃불 드신 걸 봤지. 그땐 뿔속에 불을 밝히고 다녔잖아. 불빛에 뿔이 비치는데 달빛 같았어. 꿈이지만 먼저... 서둘러 가셔선 어둡고 추운 곳에 불을 밝히고 계실 거란걸 알았어. 내가 도착하면 날 맞으시려고. 그러다 깼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속 에드 톰 벨의 대사 중 하나이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곧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올 아들을 위해 준비해주는 것같은 꿈을 꾼 에드 톰 벨. 아버지처럼 늙어가는 그의 불안한 내일, 위태로운 하루하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듯 '노인'들은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을 넘어, 생에 끝자락에 서있는 것 같은 위태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극은 이러한 '노인'에 대한 이미지의 틀을 완전히 깨부시고 새로운 의미의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무시당한채 살아가는 '늙은이'로서의 모습이 아닌, 사회의 꼭대기에 서서 권력을 행사하는 '기득권의 모습을 보인다. 즉, 이 작품은 현대사회의 ‘갑’들의 모습을 ‘노인’들에게 투영하여, 이 시대에 존재하는 갑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노인을 배척하고 외면하는 나라가 아닌, '노인들을 위한 나라'의 모습. 즉 ‘갑’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보여지는 편협함, 폭력, 부도덕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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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어느 한 섬의 은밀한 공간. 네 명의 원로들이 비밀리에 회의를 한다. 그들은 젊은 마을 사람들의 최소한의 욕정, 그걸 해소시킬 비밀통로를 열어준다는 명목 하에 제비뽑기로 무작위의 짝짓기 추첨을 한다.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오래된 질서이고 관습이다. 제비뽑기에 뽑힌 인원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게 두건을 쓴 상태로 원로들의 감시와 그들의 수하인 요원의 공권력 행사 하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짝짓기를 해야만 한다. 그러던 와중 그들이 말하는 질서와 관습에  의심을 품은 마을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마을 사람들과 원로들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충돌의 소용돌이 속에 그 동안 함구했던, 발설하지 말아야 했던, 원로들의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는데...

기획의도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극에 달한 시점이 요즈음이 아닌가 싶다. 모두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맹렬하게 지켜보건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권력을 가진 자들의 시선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껏 ‘을을 위한다’는 요란한 언어놀이가 있을 뿐, 실상은 을을 짓밟기 일쑤다. 우리 사회의 집단이기주의와 그들의 폭력적 권력은 이미 도를 넘었다. 
갑의 횡포에 나가떨어지고 갈가리 찢어지는 을이야 오죽할까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맘껏 휘두르는 갑의 폭력이란 것이 유치하기 짝이 없고, 비열하고, 엉성하고, 짜깁기식이고, 우둔하고…차라리 우습다. 우스워서 무섭다. ‘엄마 젖, 하얀 밥’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진, 이 우스워서 무서운 갑의 권위적 횡포, 횡포적 권력의 ‘속살’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살은 바로 이 세상을 나뒹구는 온갖 종류의 갑의 횡포들이 공유하는 그 어떤 의식에 다름 아니다.
공연은 바로 이 유치하고, 비열하고, 엉성하고, 짜깁기식이고, 우둔한, 그래서 우습고, 너무 우스워서 무서운 인상과 이미지를 남기는 텍스트의 전략적 패턴을 그대로 연극적, 공연적 전략으로 대치한다. 우리는 이래저래 짜깁기한 공연형식으로 관객을 공략할 것이고, 관객은 난무하는 형식의 카오스에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사회 을의 아픔과 갑의 폭력적 음모를 알리는 하나의 비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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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 오태영 
- 호텔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수레바퀴, 돼지비계, 숲 속의 작은 아픔, 전쟁, 
임금알, 난조유사, 빵, 바람 앞에 등을 들고 외 

연출 : 박재완 
- 미스쥴리, 2g의아킬레스건, 우물, 서울소음, 핫 하우스,
 극적인 하룻밤, 에드워드 본드의 리어 외 다수 연출

조연출 : 김영래 

무대 : 김인준
 - 미스쥴리, 2g의 아킬레스건, 우물, 텔레폰, 햄릿의 한 여름밤의 꿈 외

조명 : 나한수 
- 미스쥴리, 2g의 아킬레스건, 동주앙, 냄비, 너의 왼손, 세자매 산장 외

의상 : 조현정 - 미스 쥴리 외

기획 : 조부현 
- 미스쥴리, 2g의 아킬레스건, 독수리의 등, 우물, 신 자유종, 
서울소음,극적인 하룻밤, 호랑가시나무, 숲의 기억 외

그래픽 : 이후성 - 당통의 죽음, 미스쥴리, 2g의 아킬레스건, 자유종 외 


출연진

최태용 - 원로1
김진복 - 원로2
이래경 - 원로3
조은데 - 원로4
색계 - 권경희
산모 - 류진
요원 - 김낙균
허당 - 조부현
우톰 - 이후성
루비 - 김윤경
사향 - 민윤영
최유리 - 뱀
총 12명



연극 "엄마젖 하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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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일시 : 2014년 4월 18일 (금) - 4월 27일 (일)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연령 : 17세이상 관람가능

예매 및 공연문의 : 010-8748-3883




[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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