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글 입력 2022.09.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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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이야기 -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_표1 띠지.jpg

  

[화차]와 [도가니]의 심상치 않은 결합






<책 소개>
  
 
"이 책을 읽고
우샤오러가 지금까지 썼고 앞으로 쓸
모든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 정세랑 소설가
 
 
동아시아 사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작가 우샤오러의 장편 소설. 변호사 판옌중이 아무 비밀도 없다고 생각한 아내의 이면을 발견하고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판옌중은 갑자기 실종된 아내 우신핑의 행적을 쫓다 우신핑이 과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신핑의 생존을 바라면서도 원망한다.
 
우샤오러는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된 단편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에 이어 장편소설 [상류 아이]까지 교육 및 부모 자식 사이 관계의 본질을 첨예하게 파고들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작가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우샤오러의 대표작이다. 변호사 판옌중의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사건을 시작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진실성을 다루는 묵직하고 논쟁적인 사회파 미스터리다. 우샤오러는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주제를 파헤치는 데 탁월한 작가이며, 사회평론가로서도 이름이 높기에 이 작품은 '우샤오러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독자들이 자기 내면의 편견을 들여다보고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게 하며, 사회가 성폭력을 얼마나 깊은 편견으로 다루고 피해자를 재단하는지 바닥까지 파헤쳐 보인다.
 




<출판사 서평>
  
 
정세랑 작가는 "쾌락 독서를 믿는 독자로서, 손 뗄 수 없이 미끄러운 전개에 말끔히 맞아떨어지는 결말을 갖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면 만족스럽다. 그런데 어떤 소설이 그 모든 것을 갖추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잡한 동시대의 문제를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파고들면 그때는 읽는 쪽도 등을 꼿꼿이 세우게 된다"고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완벽한 미스터리인 동시에 동시대의 문제를 누구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깊이까지 파고드는 사회 고발 소설이다. 변호사 판옌중이 실종된 아내 우신핑의 행적을 쫓는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 줄기로, 우신핑이 과거 성폭력을 당했었다는 사실처럼 몰랐던 여러 사실을 접하는 과정이 반전을 거듭하며 정교하게 펼쳐지는 구성, 충격적인 결말은 과연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화차]가 떠오를 정도로 짜임새와 완성도가 뛰어나다.
 
그에 더해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 소설의 긴장감을 십분 활용해 독자들을 순식간에 무거운 주제로 깊이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본문 299쪽의 "선생님, 제가 낯선 사람에게 얻어맞았다면 지금처럼 몇 번씩이나 신고하지 말라고 하셨을까요?"하는 질문은 곧장 독자의 머릿속에 파고들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성폭력은 어째서 다른 폭력 사건과 다르게 취급되며, 성폭력을 다른 폭력 사건과 다르게 여기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들은 성폭력에서만 유독 피해자를 검증하는 현실과, 가해자의 심리와 위선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며 자기만의 답을 찾게 된다.
 
"사람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죄상을 부인하는 것은 단순히 심성이 악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선량하고 정직한 일면에 미련을 버릴 수 없어 뻔뻔스레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이었다."(131쪽)
 
이 소설은 독자들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대중의 판결에 시달리는 작금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도록 깨우친다. "적당히 마음을 받아줬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늦은 시간 집 밖에 있지 않았더라면" 등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서 범죄의 원인을 찾는 문화 속에서 가해자의 책임은 축소되고, 피해자는 '순결한 피해자상'에서 약간의 결점만 발견되어도 비난받는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신경질적이거나, 불쾌하며,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피해자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됨으로써, 살아 있는 피해자는 '순결한 피해자상'과 다르며, 고통을 겪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려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피해자에게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 또한 자기 내면에 놓인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직시하고 치열히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무의식 중 외면해오던 폭력의 실체를 대면하고 진실에 다가가는 통찰을 얻을 것이다.
 
***
 
"성폭행 기사가 나면 트위터 같은 SNS에서 누리꾼들이 '합의가 잘 안 됐나 봐'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해'라고도 하죠. 제가 쓰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런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예요. 당신의 인생이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신이거나 바보이기 때문일 겁니다."(저자 인터뷰 중에서)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 판옌중은 아내 우신핑의 과거를 쫓으며, 성폭력 피해를 호소했던 아내를 두고 "거짓말쟁이"라고, "돈을 노리고 그런 짓을 했다"고, "창창한 청년의 미래를 망쳤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이 작품은 그런 목소리가 두려워 오랫동안 폭로하지 못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개인의 비밀로 안고 침몰해야 했던 소녀들을 연민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나간다. 아내 우신핑의 과거에 얽힌 소녀들은 서로를 굳게 믿고 비밀을 세상에 꺼낼 결심을 하지만 선의와 용기는 곧 세상의 편견에 무너지며,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인간의 선과 악은 무엇인지, 누군가의 피해에 연대한다는 것의 무게가 어떠한지 곱씹게 된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2017년 전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겪은 미투 운동의 반향에 깊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도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미투'는 우리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공감의 고백이며 큰 호응을 얻었지만 '미투'를 고백한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두웠다.
 
우샤오러가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쓰는 데 영향을 미친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비채, 2018)의 저자 린이한은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 후 자살한다.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자살을 '진짜 미투'의 증거로 '인정한' 한편, 진짜 미투인지 판별하겠다는 명목으로 죽지 않은 피해자들을 오래도록 검증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는 말은 피해자를 타인으로 두고 비난하는 언어이자, 오늘날 전 세계의 성폭력 사건 기사에 빠짐없이 댓글로 의심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국립 대만대 법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법조계의 길을 거부하며, 법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 문학만이 살필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로 한 저자의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작품은 성폭력 피해자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편견과 의심을 예리하게 그려 보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깊고 정교하며 복잡한 편견까지 파고든다. "서로 좋아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냐", "서로 즐긴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담긴, "서로 좋아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전제다. "둘이 사랑했다면 성폭력이 성립할 수 있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라는 말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조차 잘 피해가지 못하는 함정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이고 피해자의 애정을 이용하는 그루밍 성범죄의 수법이 알려진 요즘에도 벗어나기 쉽지 않은 편견으로, 이 작품에서는 이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이 이어진다.
 
이 함정을 우샤오러는 정면에서 되묻는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를 사랑할 수 없나요?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했다면, 가해자가 저지른 일은 폭력이 아닌 걸까요?" 그리고 오랜 취재를 거쳐 이 작품에서 섬세하게 그려낸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이 질문에 완곡하게 답한다. 가해자와의 왜곡된 관계 속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했더라도, 사랑의 보답으로 건 착취는 폭력이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다루기 어려운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 책에 대해, "이 책은 문학이 왜 위대한 언어인지를 증명하면서 문학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론이다. 스릴러 장르로서 우리의 심박수를 높이지만, 평화를 준다."고 평했다. 시인 훙치쉬안은 극찬하며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여성이기 때문에 '이 일을 빌미로 돈을 벌려고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마땅히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순결하다는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편견 아래 여성은 강제로 '음소거'를 당한다. 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항상 '수동적인 단어'로 표현되고, 먹는 것과 입는 것 모든 행동에서 '사회적 관념'을 고려해야 한다. 소녀의 신체는 소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소녀는 관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욕망할 수 있는 객체가 되었지만, 저항하거나 주체가 될 수는 없었다.
 
이로부터 소녀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소녀'가 된다.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끌어안은 채 짊어진 비밀은 점점 늘어만 간다. 소녀의 얼굴 위에 유화 물감으로 덧칠했지만 왜곡된 심장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포스트 소녀들은 '정상적인 삶'을 원하고 '가정이 있는 삶'을 갈망하지만 최후에는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에는 일찌감치 끝없는 어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샤오러가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쓴 핵심이 아닐까? 우샤오러는 수많은 포스트 소녀들의 하소연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비밀이 있다. 하지만 비밀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비밀의 숲을 헤치고 나와야만 빛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성에 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고 성폭력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성폭력이 피해자가 떠안아야 할 비밀로 작용한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비밀을 터놓았을 때 가까워지지만 사회에서 침묵을 바라며 금기시하는 비밀은 터놓는 순간 사회의 저항을 부르는 폭탄이 될 뿐이다. 이 책은 사회가 원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에 비밀을 강요받는 피해자들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이러한 비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씌어졌으며, 인간의 복잡성과 사회라는 이름 속에 숨은 악을 고발해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이야기 -
 
 
지은이: 우샤오러
 
역자: 강초아
 
출판사: 한스미디어
 
분야
추리/미스터리
 
규격
140*210
 
쪽 수: 452쪽
 
발행일
2022년 10월 11일
 
정가: 16,500원
 
ISBN
979-11-6007-612-3 (03820)




 
우샤오러 吳曉樂
 
1989년생 대만의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는 딸이 확실하게 가난을 벗어나길 바랐던 어머니의 설득으로, 국립대만대학교 법학과에 진학 후 졸업했다. 학업에서 좋은 성취를 보였지만 바라지 않은 진로와 전공으로 방황하다 끝내 변호사 자격 시험을 포기한다.
 
사회 지도층의 길에서 벗어난 우샤오러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어온 가정교사 경험을 통해 대만 특유의 교육 문제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였고, 사회적 반향이 큰 소설을 창작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편소설로 [상류 아이]가 있으며 작품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에 실린 단편소설 5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돼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으로 폭로된 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제대로 전하지 않고,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는 사각지대를 조명하며 그간 집중해온 교육과 가정 내 관계를 깊이 파고드는 것은 물론, 사회의 금기라는 이름으로 비밀을 강요받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짜' 얼굴을 돌려주기 위해 창작되었다.
 
 
강초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13.67], [망내인], [디오게네스 변주곡] 등 찬호께이 작가의 작품과 하오징팡의 소설집 [고독 깊은 곳]이 있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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