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상가족은 없다 Ep1. 가족치료의 세계

가족치료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22.08.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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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는 법의 정의는 잠시 접어두겠다. 그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족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떠올려보자. 한번 더, 솔직하게 물어보고 싶다. 평소 심심치않게 마주하는 사회의 '가족상'에 대하여. 가족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를 바라보고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 대한 예상답변을 떠올리자면 다음과 같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또는 따가운 가시방석이다. 혹은 천국이나 지옥 그 어딘가에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쓸법한 '애증'의 관계라는 표현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개인에게 가족은 '고유한 삶의 역사가 반영된 사적인 느낌'이다. 그렇기에 가족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모든 감정에 '정상'과 '정당성'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럴 자격은 없다.

 

그렇기에 이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상가족은 없다"라는 사실을.

 

 

 

가족의 정의와 형태는 빠르게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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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족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가족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매우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이미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직업 생태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시대. 아이는 적게 태어나고 나이 든 사람은 점점 더 오래사는 최초의 세기. 이 속에서 지금까지 감히 정상이라고 믿어왔던 가족의 형태와 관계는 미친듯이 흔들리고 있다. 가족생태학적 관점에서 가족은 개인 및 집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적응하는 체계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정상가족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는 어디에 있는가?

 

작금의 변화에 따르면 가족은 더이상 법이 제시하는 범위만으로 한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미 30년 전 외국에서는 '가족'이란 개념 자체가 법 또는 전문가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의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가족 정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가족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어디까지를 가족으로 생각할 것인가'를 먼저 확립해야 한다. 가족이 무엇인가를 외부에서 한정하는 것 자체는 모순이며, 가족의 범위에 대한 생각은 개개인의 인식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현 시점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확장되고 있다. 혼인과 혈연 또는 입양으로 이뤄진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조금 더 세세한 결로 살펴보자면 결혼 절차없이도 부부에 준하는 사회적 보장이 가능한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이 있으며, 이미 미국 전역에서 법제화된 동성결혼도 있다. 이밖에도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분거가족(기러기가족,주말부부가족 등)과 같은 가족유형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이 같은 개념이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새로이 열어갈 변화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진부하다며, 현실 속에서는 그저 예외없이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가족 형태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가족의 정의와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변화의 물결은 사회의 파도에 힙입어 더욱더 거세질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있다.

 

 

 

변화하는 가족, 변하지 않는 문제 : 에세이 시리즈 [정상가족은 없다]


 

앞으로 격주간 총 5편의 에세이 시리즈 [정상가족은 없다]를 발행한다. 본 시리즈를 기고하게 된 이유는 가족 안에서 느끼는 고민과 갈등의 다양성을 진솔하게 터놓고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갈등과 사건을 떠올려보라.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가족'에서 파생됨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 학교폭력, 직장 내 따돌림, 가정폭력, 노인학대 등의 사건들만 떠올려보아도 그렇다. 그리고 그 속에는 역기능적인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상흔으로 남겨져있다. 어렸을 때 학대를 당한 자가 부모가 되어 또다시 '학대의 세대 간 전이'를 이어가는 비극.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성인이 되어서도 경계와 울타리 없이 간섭하는 불행, 그로 인한 앙금으로 벌어지는 노인 방임과 학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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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 형태가 다변화되고 가족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고 한들 가족이라는 체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만큼은 해소와 해결이 필요한 불변의 영역이다. 그래서, 본 시리즈의 제목을 중의적인 의미가 담긴 '정상가족은 없다'로 명명했다. 시리즈의 중심내용으로는 이 시대 모두가 읽어도 좋을 '가족치료'의 세계를 담는다.

 

그렇다면 가족치료란 무엇인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유튜브와 책 등을 통해 심리학과 개인 심리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가족의 변화로 파생된 다양한 문제를 가족치료의 접근으로 조명하는 시각은 보기 드물다. 따라서 <정상가족은 없다> 시리즈를 통해 가족 안에서 겪을 수 있는 개인의 심리뿐만 아니라 관계의 역동을 보다 넓은 시각으로 따라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보고자 한다.

 

 

가족치료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아주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가족치료의 세계로 온 걸 진심으로 환영한다. 면대면 상담이 아닌 몇 편의 글로써 만나게 되는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심오해지기도 오묘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딱 한번 주어진 인생에서 '가족'이라는 관계를 더 깊이 살펴보고 고민한다면 당신의 관계와 삶이 더 윤택지리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펴볼 가족치료의 개념은 무엇일까. 이전의 개인심리치료가 한 사람의 독립적인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다른 접근법을 지향한다. 즉 개인 내면의 병리보다는 타인과 접한 다른 관계에서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고 개인을 바라본다. 즉 개인의 문제를 그 한 사람의 내적인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속단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전체로서의 가족이라는 맥락 속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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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IVE(아이브)의 노래 'LOVE DIVE"의 한 가사를 떠올려보자. "Narcissistic, my god I love it 서로를 비춘 밤 / 아름다운 까만 눈빛 더 빠져 깊이"라는 화제의 춤으로 유명해진 노랫말이 있다. 가사에서 보듯 나르시시즘은 중요한 단서인데, 만약 더 나아가 이것을 대상관계 가족치료의 개념으로 해석해본다면 '병리적인 자기애 발달'의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다. 아이브가 말하는 나르시즘은 어느날 갑자기 '혼자' 생겨버린 마법같은 환상일까? 그렇지 않다.

 

심리학자 코헛의 방식으로 접근하자면 과한 자기애 발달은 생애 초기에 돌봄을 요구하는 유아의 욕구가 적절히 수용되지 않아 생기는 것이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에서 미해결된 갈등과 욕구가 쌓이고 쌓여 어른이 되어서도 아동기의 경향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타인은 배제하고 자신의 모습을 환상과 결부시켜 스스로에게 자아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팽창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듯 가족관계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심리를 살펴보면, 체계 속 패턴에 개입된 개인의 환경과 배경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


 

가족치료는 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보며, 그 체계 속의 상호 교류 패턴에 개입함으로써 개인의 증상이나 행동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도록 추구하는 치료적 접근법을 의미한다. 가족치료사는 가족이 하나의 역동적 구조라고 보며, 물리적 또는 정서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집합체 이상이라고 간주한다. 왜냐하면 개인은 가족 속에서 다른 가족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역할이나 규칙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중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개인적인 결함모형에서 여러 개인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역기능을 파악하는 대인관계적인 모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치료사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문제행동이 개인이 갖고 있는 어떤 장애에서 발생한다는 관점을 벗어날 수 있다. 더 나아가 문제행동은 가족의 상호작용, 생육사, 그리고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게 된다.

 

- <가족치료 이론과 실제(김유숙 저)> 중에서 p. 36~39

 

 

이 외에도 가족치료가 굉장히 흥미진진한 학문이라는 단서는 몇 개 더 있다. 가족치료의 선구자로 선망받았던 애커먼(N.Ackerman)은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 겉으로는 한 단위인 것같이 보이지만, 이면에는 감정적으로 분열되어 경쟁적인 내분 상태에 있다"라고 일컬은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가족 안에서 얽히고 설킨 매우 복잡하고도 깊은 문제들을 하나하나씩 수면 위로 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분열된, 경쟁적인 내분 상태에 있는 그 오묘하고도 숨겨진 이야기들을.

 

그렇다면 정서적으로 꼬인 실타래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또다른 패러다임의 예를 살펴보자. 가족치료의 발달배경 중 하나인 '일반체계이론'을 통해 가족의 맥락으로 상호작용 원리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 만약 늦은 귀가로 인해 양육자에게 매일 꾸중을 듣는 자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피상적인 관점에서는 이를 선형적 인과관계(A->B->C->D)로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비행청소년이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말은 선형적 인과관계의 사례다.

 

하지만 이 가정에서 벗어나 순환적 인과관계(A->B->C->A)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하면 어떨까?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레 짐작하는 대상인 양육자가 오히려 악순환의 연쇄고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만약 양육자가 자녀에게 갖가지 일을 간섭하고 지나치게 추궁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는 자녀의 문제행동을 일으킨 또다른 원인이 된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독립적인 한 개인, 한 사건이 아니라 '순환적'으로 돌고 도는 것이다.

 

실제로 가족관계에서 각 구성원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순환적인 관계망'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선형적 인과관계로서 명확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일차적 가정을 하면 곤란하다. 원인을 선형적으로 보지 않고, 가족 내에서 문제가 이뤄지는 '패턴(Pattern)' 자체가 역기능적임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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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발행할 시리즈에서 소개할 가족치료의 주요 축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 또는 그 이상의 세대에서부터 전수되어온 요소를 분석할 수 있는 '보웬 다세대 가족치료', 과거의 무의식과 현재의 경험에서 연관을 살펴보는 '정신역동적 가족치료', 비합리적 사고의 순환과 인지구조의 영향을 바라보는 '인지행동주의적 가족치료', 갈등의 예외상황을 찾아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중심 가족치료' 등이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움켜쥐었던 깊은 관계와 고민을 스스럼없이 떠올리고,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원가족의 역사에 여전히 남아있는 미해결 문제, 자신의 내면 속에 살아있는 어린아이의 이야기 등을 진솔히 꺼내는 장을 마련하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언제나 그랬듯 삶과 관계는 모호하고 불확실하지만, 의식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인생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도서 출처 및 인용 : 가족치료(김유숙 저)

*익명 댓글로 사연을 기재해주시면 다음 시리즈 속 분석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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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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