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총 균 쇠 _ 제레드 다이아몬드

글 입력 2014.09.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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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_ 제레드 다이아몬드
 
 
<과학으로 읽는 역사>
 
 가끔 텔레비전을 틀어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가난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돕자는 후원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갈비뼈의 형태가 훤히 드러나고, 눈가에 파리가 꼬이지만 기력이 없어 제대로 쫓아내지도 못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왜 이렇게 못 사는 걸까? 유럽이나 아시아와 달리 아프리카인들은 대부분이 흑인이다. 그러나 그들이 흑인이어서 못 사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흑인들이 뛰어난 신체조건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넬슨 만델라나 마틴 루터 킹 등과 같이 노벨상을 받은 위인들도 흑인이다. 또한 오늘날엔 많은 연구들 끝에 어느 인종이 딱히 더 우월한 지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왜 아프리카인들은 오늘날 다른 대륙인들보다 못 살고 있는 것일까? 
 
 『총균쇠』는 이러한 내 의문을 생태학적, 지리학적 관점에서 많이 해소시켜주었다. 미국과 유럽이 동양이나 아프리카 등보다 먼저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여 세계의 부와 힘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이 먼저 과학과 기술을 발달시킨 걸까? 이는 사회적 요인과 같은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계된 것이겠지만 『총균쇠』는 그 중 가장 근본적인 요인인 생태환경을 중점으로 그 원인을 찾아본다.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왔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자연이었다. 오늘날엔 과학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간은 자연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인간에게 미치는 자연의 영향에 대해 아주 직접적이고 좁은 범위의 것밖에 몰랐다. 예를 들자면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유럽에선 밀을 주식으로 하지만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를 가진 우리나라에선 쌀을 주식으로 한다는 것, 초기 고구려는 평야가 적어 약탈경제가 이루어진 것과 반면에 평야가 많은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삼한은 고구려보다 농경이 발달되고 중시되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총균쇠』는 자연환경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 깊숙이 인간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프롤로그는 나와 비슷한 의문을 지닌 한 뉴기니인이 책의 저자에게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해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에 책의 저자가 그에 대한 물음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답하고자 한다. 문명의 우열을 가리거나 인종차별이 아닌, 과학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부와 힘이 왜 불균형하게 분포되어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책으로 밝히는 것이다. 『총균쇠』는 크게 4부로 나누어진다. 먼저 1부에서는 오늘날 인간 사회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은 오늘날 오기까지의 여러 갈림길에서 각자 다른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예로 저자는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 사회를 들었는데, 폴리네시아 섬 사회는 동일한 하나의 조상에서 여럿으로 갈라져 나온 사회이다. 이들이 다양하게 변한 이유는 적어도 여섯 가지의 환경적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인간 사회가 환경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2부부터는 환경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각 대륙에서 식량생산이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 수렵․채집민으로 남은 사람들은 왜 식량을 생산하지 못(혹은 안)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식량 생산은 인간이 가장 직접적으로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면서 간접적으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식량생산이 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데 선행조건인지는 다음 3부에서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책의 부제, ‘무기, 병균, 금속이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면역체도 생성되었다. 험난한 자연환경으로 고립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문자와 기술이 발달되어 확산되었고, 중앙 집권적 정치 체제가 달성되고 종교가 조직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룬 자가 세계의 부와 힘을 차지하게 된다. 4부에서는 각 대륙들을 비교하여 오늘날 최종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지닌 대륙이 유라시아임을 밝히고, 다른 대륙들은 왜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해 2,3부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중점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모든 인간 사회에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있고, 단지 환경의 차이가 발명을 위한 제반 여건에 유리함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환경과 무관하게 작용한 문화적 요인이라던가 특이한 개인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도 저자는 덧붙인다. 
 
 『총균쇠』는 자연과학으로 분류되는 책이고, 역사적 사건이나 연도를 다루진 않았지만 읽고 나자 한 편의 세계사를 읽은 기분이 들었다. 『총균쇠』의 저자 또한 에필로그에서 이 책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살펴본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과학이 어떤 일들이 현대 세계를 형성했느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 예측하게 하여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과학과 무관한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왔던 내게 ‘역사적 과학’으로 쓰인 『총균쇠』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 대학에는 없지만 사학과는 인문사회대로 분류된다. 역사학이라는 학문은 과학보다 인문학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균쇠』를 읽고 나자 역사를 인문학으로만 보는 것은 역사를 보는 시야를 좁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과학적 관점으로 오직 환경이 인간 사회에 미친 영향만을 말하고 있지만 책에 적용된‘과학적 방법론’과 기존의 역사를 보아온 방법론을 병행한다면 『총균쇠』보다 더 풍부하게 역사를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역사를 공부하여 인간 사회가 오늘날같이 형성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에 여러 부분에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총균쇠』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박하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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