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KT&G 상상마당 선정작가전 : 사진 미래色 2014

글 입력 2014.09.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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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기획전
제6회 KT&G 상상마당 선정작가전
사진 미래色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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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철, 38.00.00, Gelatin Silver Print, 50x100cm, 2014
 
 
2014년 8월 12일부터 11월 19일 까지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는 고은사진미술관이 주관하고 KT&G 상상마당이 주최하는 ‘사진 미래色 2014’展을 선보인다.
‘사진 미래色’展은, 사진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춤으로써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연례기획전시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고은사진미술관은 KT&G 상상마당과 연계하여 한국사진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올해 3회를 맞이하는 ‘사진 미래色’展에는 제6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최종작가로 선정된 정지현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지영철이 참여한다.

정지현의 ‘Demolition Site’는 도시재개발 철거현장에 작가 자신이 남긴 흔적을 담아낸 작업이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도시 재개발 현장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익숙하지 못한 풍경이다. 과거를 짓밟고 철저하게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세워지는 새로운 도시는 사람들에게 편하진 않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도시 속에서 자라온 작가는 거듭 요구되는 도시의 새로운 기능을 위해 개인의 시간이 축적된 장소를 내어주는 일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은 공간을 단순한 소비대상으로 분류하는 사회 안에서 생략된 소멸과 생성의 과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정지현은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를 기다리는 건물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건물의 전체가 아닌 일부 공간을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 뒤 촬영한다. 그리고 건물이 철거된 후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잔해 속에 자신이 칠해둔 빨간색 페인트의 흔적을 찾아 다시 한번 더 기록으로 남긴다. 이 기록은 단지 처참한 철거현장의 증명이라기보다, 개인의 시각을 중심으로 한 건물의 조형적 디테일을 담고 있다. 그의 객관적인 시선은 작가가 공간의 상실에 대한 감정적 접근보다 기억의 매개가 되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정지현의 ‘Demolition Site’가 편의적 공간에서의 ‘개인의 공간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지영철의 ‘north latitude 38°’는 편의적으로 나누어진 영역을 수치로 보여주는 좌표체계가 만들어내는 공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위도와 경도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대륙을 하나로 묶기도 하며 한 대륙을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 지영철은 위도와 경도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분리를 넘어, 역사, 문화, 사회, 국가, 인류적 특성을 만들어내는 공간의 연속성에 주목한다. ‘north latitude 38°’는 보이지 않는 위도와 경도의 선들 중 하나인 북위 38도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만난 지점들을 촬영한 작업이다. 우리에게 북위 38도선은 지금도 진행 중인 과거이자 멈춰버린 현재로서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같은 위도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지역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관람자는 북위 38도선을 따라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이동하며 우리와 닮은 듯 다른 풍경들을 만난다. 그곳에는 우리처럼 아픈 역사가 존재하기도 하며 단편적인 세계사적 사실들이 남아있기도 하고, 단순한 지리적 좌표로서 평화로운 공간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각 나라의 사람들은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사회를 형성하고 다른 문화를 영위함에도 때로 공통의 모습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영철은 북위 38도선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 나갈 뿐 자신의 해석에 입각하여 그 의미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북위 38도선이 인위적으로 그어진 한정적인 경계선이 아닌 확장적인 공간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제6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올해도 많은 신진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방법론을 보여준 작가들이 많았지만, 신진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거대한 이데올로기적 담론보다는 어떠한 현상에 대해 개인의 시각에 입각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종 2인에 선정된 정지현과 지영철도 재개발지역과 북위 38도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들 역시 국가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거대한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정지현은 재개발지역이라는 우리 사회의 한 부분에서 개인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개인적 흔적에 대한 장면을 포착해나간다. 지영철의 경우에는 우리에게 항상 거대한 국가적 역사적 의미와 함께 다가오는 북위 38도선을 기호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자신만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 두 작가에게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과 관심을 담아내는 현대미술적 특징이 잘 드러나지만 이러한 특징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과 세대교체만큼 작가들의 작업적 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방법론과 시선의 균형을 유지해나가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하는 정지현과 지영철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일 시 : 2014년 8월 12일 – 2014년 11월 19일
장 소 : 부산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문 의 : 051-744-3924

 
 
[한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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