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 영화 그리고 클래식 기타 - 아쿠아렐 콰르텟 내한공연 리뷰

글 입력 2014.09.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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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아트인사이트의 초대로 클래식 기타 사중주단인 아쿠아렐 콰르텟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코엑스 오디토리움을 향했다. 공연감상을 목적으로 코엑스를 찾은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처음 가보는 클래식기타 연주회, 세미나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에서 열리는 연주회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할 생각에 나는 꽤 마음이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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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에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로 말끔의 수트차림의 기타를 든 4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여타 다른 음악회와는 다르게 연주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소개를 하는가 하면 연주 전 곡명, 작곡품이 삽입된 영화 제목 등 뒤이어 연주할 곡에 대한 설명을 연주자들이 직접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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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타이타닉, 여인의 향기, 쉰들러 리스트, 러브스토리 등 대중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곡들로 채워졌다. 한 연주자의 소개처럼, 영화는 보지 못했더라도 음악을 들어 봤음직한 대중적인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연주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공연장을 찾았음에도 이들의 공연을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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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편곡와 연주 뿐 이외에도 관객이 연주회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미디어월을 통해 펼쳐지는 영화 속 명장면이었다. 흑백 영화의 여러 장면을 단편적으로 끊어 놓은 연출법은 마치 사진 전시회에 와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하였고 멕시코 여류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다룬 영화 <프리다>의 OST 연주에서 미디어월을 통해 보여지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의 강렬함과 그로테스크함은 그녀의 삶과 내면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만들어주었다. 순간 내가 있는 곳이 공연장이 아니라 클래식 기타 선율이 흐르는 세련된 갤러리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공연에서 아쉬운 점은 음악적인 부분이 아닌 공연장 및 관객 관리에서 드러났다. 연주회를 위한 전문 공연장이 아닌 탓이었는지 연주 도중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진 촬영을 제재하는 이가 없어 순간순간 감상의 흐름에 방해가 되었고 연주회 예정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성급하게 켜진 조명에 관객들은 공연의 여운을 충분히 즐길만한 시간을, 연주자들은 충분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겨버렸다. 과장하여 말하자면 마치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공연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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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렐의 공연을 보기 전까지 클래식 기타를 반주악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공연이 끝날 무렵 내 안에서 클래식기타는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울림이 있는 악기로 바뀌었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생각들을 안고 돌아가는 길에는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쳐있었다. 좋은 음악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저녁. 하루를 마감하는 이보다 더 근사한 방법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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