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아침 7시 30분

글 입력 2014.02.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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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아침 7시 30분


13년. 탈도 많고 음악도 많았던(?) 타향생활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아침밥이 아닌가 싶다. 밥상머리에 앉은 내 앞에 있던 움푹한 공기에 따뜻한 흰 밥은 이제 생각해보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그 공기에는 가장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한 마음이 담겨 있었고, 아침을 먹어야만 달콤한 군것질 같은 것도 허용된다는 무언의 압력이기도 한 것이었다. 텁텁한 빵 사이에 햄이나 치즈를 채워 한 입 베어 무는 것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그래도 한 손에는 밥을 닮은 빵, 다른 한 손에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도 없는 시꺼먼 커피를 국 삼아 연습실로 향하던 발걸음이, 그나마 학창시절의 그리움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오늘 아침에도 사랑스런 딸은 일어남과 동시에 “아빠! 까까!”를 외친다. 모르는 척 하고 넘기기라도 하려면, 친절하게도 그 즉시 아빠의 손을 움켜쥐고 까까가 가득한 부엌 한 구석으로 데려간다. 곧 작은 손가락으로 입과 서랍을 번갈아가며 자신의 불타는 의지를 표현한다.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토록 갈망하는 까까를 아침도 먹기 전에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침밥을 먹고 까까는 나중에 먹자는 말이 다행히 아직은 먹히는 까닭에 결국 옆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는 엄마를 붙잡고 ‘맘마’를 외쳐댄다. 빵에 익숙한 나는 아침에는 가끔 달걀요리와 빵 그리고 커피를 즐겨왔다. 하지만 딸과 아침밥을 함께 먹게 된 이후로는 언제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식사 시간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바른 식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아직은 많이 부족한 부모가 내린 결정이다. 밥은 기본이다. 그래서 상 위에 반찬은 그런대로 차려지지만 반드시 밥은 먹을 사람이 앉고 나서야 차려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 주위에는 기본을 무시하는 성향을 띤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그들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의 마음대로 안 되는가 보다. 아침밥을 거르지 말라는 부모의 말은 들리지만! 듣지 않는 것이다.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 나선 적이 많다. 내심 점심을 잘 먹으면 될게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가끔 아내에게 꾸지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아침밥을 먹어야 할 때가 오고 말았다. 사랑하는 딸이 혼자서도 숟가락을 이용해 밥을 떠먹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말이다. 아직 이 작은 아이는 국도 많이 흘리고 숟가락보다는 손가락을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엄마아빠처럼 능숙하게 밥을 떠먹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옆에서 밥은 이렇게 먹는 거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 꼬마 아이는 말로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우선 숟가락을 들고...팔꿈치 높이는 이렇게... 숟가락에 위에 밥 양은 3분의2가 적당해...’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여주면 곧잘 따라한다. 흉내가 아닌 진심을 다하면 이해한다. 언제부턴가 가끔 있었던 나의 위병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규칙적인 아침밥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닐까. 기본에 무게를 더하는 사회, 아침밥을 짓는 마음이 담긴 가르침, 흰 쌀밥처럼 기본에 우선 충실한 음악. 우리에게 병든 곳이 있다면 우선 밥을 지어주는 것은 어떨까. 자식에게 지어주는 아침밥을 말이다. 
글 · 박의홍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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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음악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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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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