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A, "가면의 고백" (2014.7.10 ~ 9.14)

글 입력 2014.08.10 17: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서울에 위치한 미술관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 세계적인 건축가 램 쿨하스가 설계를 맡은 것으로 더 유명한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모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탁월함을 보여 온 미술관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현대미술작가들의 새롭고도 실험적인,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업들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제시해 왔다. 뭐, 다른 어떤 미술관에도 쾌적하고 깔끔한 내부 시설이 뒤쳐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1.jpg

매 전시마다 선명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내걸고 있는 모아가 이번 여름에는 SNS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여 방문했다. 이 글에서는 전시가 흥미로운 작품들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2.jpg

2, 3년 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났을 즈음 부터일까, SNS가 이토록 급작스럽게 몸뚱이를 불리게 된 것은. 나 또한 그 즈음부터해서 지금까지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SNS에 내어주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 피상적인 세계 속에 껍데기만 남겨진 나의 모습과 우리들의 소통에 대해 요새 들어서는 회의감마저 사라져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3.1.jpg

이번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되어 있었다. 가짜 사건을 고백하는 자(Those who Confess Pseudo-Events), 고백을 엿보는 자(Those who Peek at Others). 


첫 섹션에서는 자신의 (가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 혹은 그 속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한다는 특성을 가진 사진이라는 매체가 기술발달로 위조될 수 있는, 왜곡된, 혹은 일정하게 의도된 방식으로 세계를 담게 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반부에 위치해 있었다. 이후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격렬하게, 혹은 담담하게 털어 놓고 있는 작품들이 이어졌다. 

4.jpg

정주아 작가의 "진실한 남자" 속 등장하는 남자는 그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발가벗은 온몸으로 자신을 내보이고 있다. 관객은 과연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의 몸짓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그에게 주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격렬한 그의 몸부림 속 무엇이 담겨있는 것인지 절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관객과 남자 사이에 존재하는 벽-스크린이든, 작가든, 무엇이든 간에-은 절대 누구도 허물 수가 없다. 이처럼 MoA의 전시들은 매 주제마다 정확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기보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 연결고리를 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기존의 작품들을 이용하여 주제를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시, MoA의 전시들이 다들 그러하듯, 매우 다양한 장르, 작업방식을 통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주아의 작품 이외에도 담담한 목소리를 담은 두 편의 애니메이션과, 사진작업 및 회화작품들까지 전시되어 있다.

특히 김민경 작가의 "Consist of Daily Container"는 매우 독특한 방식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평소 사용하는 많은 일상적인 사물들을 오브제로 하여 그 오브제들을 가지고 이미지작업을 한 후, 그러한 여러 이미지들을 '컨테이너'라고 불리는 방의 내벽에 도배하였다. 관람객들은 확대경을 통해 그러한 이미지들을 바라보게 되며, 컨테이너 외벽에는 각각의 이미지들에 대한 기술, 설명 또한 제시되어 있다.


6.jpg

추미림 작가의 'Digital LOVE'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그녀는 컴퓨터가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본 단위인 픽셀을 소재로 하여, 화면 상에 색색깔의 픽셀들을 제시한다. SNS나 인터넷 상 우리들의 모습 또한 이처럼 거칠게 픽셀화, 파편화 된 가면일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섹션에서는 전시의 이야기가 SNS에 나타난 타인과 이 세상의 모습을 바라본다는 맥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엿보는 작품들이나, 관람객들 자신이 작품을 엿보는 입장에 서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7.1.jpg

정정주 작가의 "응시의 도시"는, 무릎높이의 미니어쳐 마을을 제작한 후 그 높이에 맞춰 중앙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바라보는 사방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쏘아 관람객에게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카메라를 통해 '응시'하게 되는 미니어쳐 건물들의 모습은 매우 비현실적인 동시에 우리가 마을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때때로 화면에 건물의 모습 뒤로 관람객 자신의 다리가 보일 때면, 미니어쳐 건물들이 있는 화면 속 세계와 자신이 서 있는 현실세계가 뒤섞여 순간 흠칫 놀라게 된다.

8.1.jpg

김형무 작가의 "단상채집-복제된 일상"은 멀리서 보면 마치 실제 존재하는 특정한 장면을 그려놓은 것과 같은 회화작품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하게 장면을 들여다 보면 곧 인물과 배경 간의, 인물들 간의, 심지어 공간적인 배경 간에도 이질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멀리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임에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지극히 조잡한 각각의 파편들의 집합이라는 점이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우리 삶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가면의 고백'. 아무리 속깊은 이야기를 고백한다 해도 결국 이 고백은 가면이 하는 고백일 뿐이다. SNS 속 자신의 모습이, 그 껍데기가 마치 온전한 자기 자신인냥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는 날카로운 지적을 이번 전시에서 맞닥뜨릴 수 있어 매우 인상깊었다.



이번 전시에서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김종환 작가의 시 한 편을 소개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다.


정말 쓰고 싶은 시는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다
엎어져도 쏟아지지 않도록

거꾸로 매달려도 흘러내리지 않도록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다

정말 쓰고 싶은 시는
진짜로 꼭 쓰고 싶은 시는
없다

진짜라면 가짜라고 생각하고
가짜라면 진짜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통곡하고 싶다

- 김종환, "더 쓰고 싶은 시"


12.jpg


[최다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