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나정 피아노 독주회 - 피아노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의 글

글 입력 2014.07.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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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7일(일) 오후 2시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피아니스트 김나정의 독주회를 감상하고 왔다.

클래식 공연 초보자(?)라서 어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갔었다. 마치 어렸을 때 영화를 처음 보러 가는 길의

설레임이랄까? 리사이틀 홀에 들어간 내가 본 것은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아노 한대와 화장대 의자같은 작은 의자였다.

마침내 불이 꺼지고 피아니스트가 앉을 자리에 스폿라이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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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적용되었을 뿐인데, 덩그러니 외롭게 놓여있던 피아노가 당당히 빛나 보였다. 피아니스트 김나정씨가 들어온

이후에는 사진을 못찍었다. 저번에 오페라 갈라쇼를 보았을 때 멋모르고 사진을 찍었다가 직원에게 제지당한 기억에

공연 시작하고 나서는 사진 찍을 생각을 안하게 되었다. 김나정 피아니스트는 생각보다는 나이가 많은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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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 사진을 보고 들어온 나는 이제 막 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온 여성 피아니스트가 귀국 독주회를 연다는 

혼자만의 독단을 내리고 공연을 보러 온 것이었다. 김나정 피아니스트는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몸을 숙여 숙녀답게

인사를 하고는, 조금은 떨리는 표정과 몸짓으로 의자에 앉았다. 이어지는 음표의 향연...

■ PROGRAM
F. Schubert   
Klavier Sonata in a minor, D. 845
 Moderato
 Andante, poco mosso 
 Scherzo: Allegro vivace
 Rondo: Allegro vivace
 
A. Schonberg   
Sechs kleine Klavierstucke Op. 19
 Ⅰ. Leicht, zart
 Ⅱ. Langsam
 Ⅲ. Sehr langsam
 Ⅳ. Rasch, aber leicht
 Ⅴ. Etwas rasch
 Ⅵ. Sehr langsam
 
Intermission
 
F. Liszt 
Sonata in b minor
Lento assai- allegro energico- Andante sostenuto- Allegro energico

김나정 피아니스트는 노련하게, 그리고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피아노 연주를 이어갔다. 나를 비롯한 주변의 클래식

초행자들은 숨죽여서 그녀가 만드는 음표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느린 속도로 유지되는 피아노의 울림은 점점 빠른 템포로 이어져 갔다. 그리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해머를

눌러 현을 때리고, 그 소리는 리사이틀 홀을 울렸다. 피아니스트 손끝에서 움직이는 건반, 건반이 움직이는 헤머.

헤머가 때리는 현.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음音의 행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연주가 휘몰아쳤다.

폭풍같은 연주가 끝나고 인터미션(쉬는시간)이 왔을땐 피아니스트에게서 느낀 감동때문에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다.

악보도 없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피아노 건반을 때리는 그녀의 집중력과, 이 공연을 위해 그간 흘린 땀방울,

좌절과 포기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눈물. 그것들을 상상하자니 엄청난 피아노 속주를 끝내고 왜 그녀가 그렇게

가슴이 떨리는 표정과, 터져나오는 감동에 휩싸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또한 그 연주를 통해 그것을 전달받은 나 역시

피아노로 전하는 음악의 예술의 위대함과, 감동에 젖어들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가 시작되었을 때는 1부와는 다른 감정으로 감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 공연장에 

들어와서 1부를 감상할 때는 그냥 막연한 관람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이 공연에서 하나라도 놓치기 싫었고

이 순수한 감동을 최대한 그대로 마주하고 싶었다. 클래식 공연을 거의 처음 본 나로서는 귀로 다운받아서 미디어를

통해서 듣는 것과 실제 공연장에서 연주자와 호흡하면서 듣는 것의 차이를 그제서야 느낀 것이다.

김나정 피아니스트의 남은 공연은 감정의 울림을 담은 느린 연주와, 폭발하는 빠른 속주를 번갈아가며 마쳤다.

공연을 보는 내내 감탄과 감동,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클래식 공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내게는 클래식을 보는 눈을, 듣는 귀를 일깨워준 김나정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독주회. 잊지 못할 것이다.
[홍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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