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치 짬짜면처럼, "지금 여기, 마임"

지금 여기서, 마임을 한다.
글 입력 2019.08.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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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짬뽕 중에 고르라고 하면 선택하기 어렵다. 토마토 파스타와 크림 파스타 중에 선택하라고 해도 한참 고민할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짬짜면, 로제 파스타일 것이다. 좋아하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책과 영화 중에 무엇이 더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면 좋은 답은 무엇일까. 책은 마음껏 상상하는 재미가 있고 영화는 현실감이 넘쳐 몰입도가 높다. 10분을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둘 다 선택할 수가 없다. 책과 영화를 합친 것 같은 장르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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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마임 / 최정산
 


마임. 마임이란 단어는 자주 들어봤지만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굉장히 친숙하기는 하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나 가족과 장난식으로 앞에 유리가 있는 것처럼 허공에 손을 대고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놀고 했기 때문이다. 허공의 벽을 두드리고 만지며 놀 때마다 진짜 마임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마임에 가진 이미지는 대부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나온다. 만화 ‘유리가면’에서 주인공 마야가 허공에 LP판을 뒤적거려 건네주는 시늉을 하는 장면이나 영화 ‘라푼젤’에 나오는, 찰리 채플린 옷에 하얀 얼굴 분장을 한, 마임이스트가 꿈인 친구가 시간을 끌기 위해 마임을 잠깐 보여주는 장면이 다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마임을 무언극,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연극이라고 말한다. 메디컬코리아에서는 무용극에서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하는 묵극 부분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무용은 대사를 직접 말하지 않고 몸의 동작으로만 드러내기 때문에 춤을 추지 않고 스토리를 표현할 때가 필요한데, 그 장면 표현을 마임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두산백과에선 그리스어로 ‘흉내’를 뜻하는 미모스(mimos)에서 유래했다고 말한다. 희극적 요소가 짙은 기존의 팬터마임과 달리 신체 마임, 현대 마임은 마임을 진지한 예술의 일종으로 본다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는 건 최소한의 정의를 알기에 좋지만, 문화예술의 경우 직접 보지 않으면 아무리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찾아보면 볼수록 직선을 빙 둘러 가는 것만 같다. 그런데 마침, 대학로에서 마임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여기, 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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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마임 / 류성국



대한민국 마임의 계보를 잇는 고재경, 최정산, 류성국, 유홍영 그리고 유진규(24일, 25일 특별출연) 5명의 마임이스트가 지금, 여기서, 마임을 선보인다.


고재경의 <여정>은 삶의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싶은 한 사람을 이야기한다.


최정산은 <마당 쓸다가>에서 빗자루질을 하다가 동전 한 닢을 주운 것에 대한 이야기를, <지구별 여행>에서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표현한다.


류성국은 <사진>으로 사진 속에 담긴 추억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


유홍영은 <2019 꿈에>로 가장의 위치에 있는 그동안의 슬픔이나 아픔을 딛고,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위해 다시 일어나는 모든 아버지를 응원한다.


24, 25일 특별 있는 유진규의 <있다! 없다>는 어둠 속에서 성냥 불빛과 목소리만 사용하여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한다.


간단하게 프로그램을 펼쳐보자 대부분의 이야기 배경이 일상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누구나 생각해보고 겪어본 이야기를 올리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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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마임 / 유진규


대사가 없다는 건 곧 장면이나 상황을 말로써 규정지을 때보다 더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영화와 글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는 장르 같다.


글에서 아무리 분명하게 상황을 표현한다고 해도 읽는 사람마다 주인공의 외형, 입고 있는 옷의 느낌과 색상, 배경에 존재하는 나무 수, 색상 등이 모두 다르다. 반면 영화는 관객이 모두 같은 화면을 보고 있다. 영화에서 은유하는 것이나 상황의 추측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주인공의 외형, 입은 옷, 배경에 대해서는 대부분 같은 이미지를 받아들일 것이다.


공연을 보기에 앞서 마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의 마임 공연을 찾아보았다. 작은 알이 점점 커지고, 그 알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는데, 허공에 손짓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투명한 알을 어디서 구해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에 웃음이 나왔다.





마임의 매력은 이렇듯 영화처럼 사실적인 표현을 하면서도 글과 같이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상황을 끌고 온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작은 알이 점점 커져서 사람만해지는 걸 상상하는 건 글을 읽으며 상황을 떠올리는 것처럼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큰 알을 서로에게 건네주려고 애쓰는 모습은 꼭 영화의 장면처럼 확실하다.


1차원과 3차원의 매력을 모두 골고루 갖춘 장르가 더 있을까. 짬짜면이나 로제 파스타처럼 좋은 것과 좋은 것을 더하면 대부분 더 좋은 게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책을 선호하는 사람도 마임을 본다면 분명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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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마임

- 몸으로 전하는 진심 -


일자 : 2019.08.21 ~ 2019.08.25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동숭무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주관

마임공작소 판


관람연령

7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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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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