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 생존신고합니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8.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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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이르는 말.


그 찬란하고 빛나는 시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을, 우리는 각자의 방법들로 살아내고 있다. 넘쳐나는 열정을 집중할, 나의 청춘 여기에 바쳤다 싶은 그런 일을 모두 하나씩 갖고 있으면 좋겠다. 청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열정은 그 특유의 열기와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열정을 태울 곳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가만히 죽어가는 시간이 싫었고, 내가 미쳐 지낼 만한 무언가가 고팠다. 그러던 중 작은 공연을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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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연합 밴드 동아리 “청춘기획”(이하 “청바지 기워입기”)은 올 여름, 청춘들의 생존신고법을 알렸다. 2019년 8월 4일 그들은 라이브 공연 <OUR Playlist>를 직접 기획해 청춘을 노래했다. OUR-청춘의, Playlist-재생목록, 말 그대로 청춘들의 재생목록으로 공연장은 채워졌다.

“청춘기획”은 기획팀과 음악팀이 따로 구성된 밴드 동아리이다. 공연 컨셉부터 셋리스트까지 전부 동아리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순수 그들만의 음악을 하는 동아리이다. 직접 작곡한 곡도 있고, 대부분의 커버곡들도 그들 손에서 수십번의 편곡 과정을 거친 후 공연에 올라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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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뜨겁게 “청춘했던” 공연 <OUR Playlist>, 그 감성을 느껴보자.



1곡이 재생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청춘”이라는 주제에 맞게, 셋리스트는 청춘의 아픔, 사랑, 그리고 열정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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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리스트 목록을 보면, 익숙하고 공감 가는 노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표현하고 또 다른 청춘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지 몇 개월간 연구한 흔적이다.

공연을 통해 가장 크게 얻어간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재생목록이다. 그들이 불러서였을까, 나는 한 곡 한 곡 전부 나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때의 그 공감과 떨림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난 그냥 좋았을 뿐인데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수만 있다면

텅 빈 날 가득히 채웠던 내 작은 꿈들은

어느새 조금씩 날 숨 막히게 해


내가 만든 노래가

초라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와

‘괜찮아 이제 시작일 뿐이야’

내 눈물 닦아주네

- <스물>, 권진아


두 번째 곡이었던 권진아의 <스물>. 가장 인상 깊었던 곡 중 하나였다. 피아노를 치던 '은솔'은 노래 속 “기타를 치며” 부분을 “피아노를 치며”로 개사해서 불렀다.

이 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정말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래를 듣는 순간, 대화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노래 속의 고민과 아픔은 너무나 우리의 이야기였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 곡을 듣던 관객은 모두 다르지만 비슷한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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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외에 인상 깊던 다른 공연으로는 엔플라잉의 <옥탑방>과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가 있다. 공연장 내에 있으면, 관객이 전부 공감하고 즐기고 있는지 느낌으로 알 수가 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도 뭔가 느낌으로 전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왔던 공연이 바로 <옥탑방>이었다.

사실 <옥탑방>이 이렇게 청춘에게 잘 어울리는 곡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다 같이 모여 웃으며 감상하니 “와, 나 진짜 살아있구나. 내가 지금 청춘을 살아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또한, 보컬 '민희'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국내 유일 청춘기획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옥탑방>을 감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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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말하는 대로>는, 편곡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원곡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밴드 버전으로 편곡된 <말하는 대로>는 관객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었다. 공연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곡이었기 때문에 더 벅차올랐던 것 같다. 정말 말하는 대로 이뤄질 것 같은 소소한 설렘도 느낄 수 있던 공연이었다.




처진 달팽이 - 말하는 대로 (Cover by 청춘기획)


직접 기획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셋리스트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고, 공연 자체가 편하게 다가왔다. 정말 OUR Playlist, 우리들의 노래를 했기 때문에 마음껏 노래와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즐길 수 있던 것 같다.



사랑스러움은,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전국의 학교의 다양한 학과 학생들이 모여 만든 대학생 동아리이기 때문에, 전문 뮤지션들처럼 완벽한 공연기획과 무대를 선보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진행이나 무대 전환 같은 경우, 숙련되지 않으면 실수가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청춘기획의 공연 진행은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지만, 확실히 대학생 동아리의 어색함과 풋풋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이 어설픔을 <OUR Playlist>의 매력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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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OUR Playlist> 공연이 참 편안해서 좋았다. 내가 마음껏 “나”로 있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른 큰 공연들과는 다르게 수동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고, 정말 나의 이야기를 그들을 통해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준비한 어떠한 기획도 편했고, 아닌 걸 알면서도 날 위한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다.

그 공간이 편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대학생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시간을 내 연습을 하고 공연을 만들고, 나와 비슷한 방학을 보내다 공연을 위해 같은 장소에 모였다. 나에게 그 공연이 일상 속의 이벤트이듯, 그들에게도 그 공연은 일상 속의 이벤트이다. 그 점은 상당히 편하면서, 동시에 공연에 더 애정을 갖게끔 했다.

진행에 어색함이 느껴져도, 그게 참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밴드 동아리가 청춘을 음악 하는데, 모든 게 프로페셔널 했다면, 그 나름대로 멋있었겠지만, 청춘기획의 공연에서 느꼈던 그런 사랑스러움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공연장 내에서도, 공연 후에도 그 기분은 참 좋았다. 모르는 사람들의 공연이었지만, 전부 친구가 돼서 돌아온 느낌이었다.



청춘을 음악하라! 음악을 청춘하라!



청춘기획 부원들은 모두 자신의 청춘을 불태우고 있었다. 각자 맡은 파트와 역할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청춘기획 부원들의 1순위는 전부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낸 그들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그들이 청춘을 보내는 방법은, 청춘기획일 것 같아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열정으로 뭉쳐진 단체는 다른 어떤 단체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음을 공연을 통해 알렸다. 그들의 생존신고를 나도 들었고, 다른 관객도 들었고, 그들 스스로도 들었을 것이다. 내가 그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찼다.

청춘이란, 열정 하나만으로 타인을 감동하게 할 수 있고, 열정 하나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 “가장 예쁜” 시기라고 많이 하는데, 나는 “가장 뜨거운” 시기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청춘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 좋겠다. 어떤 분야가 됐든, 이 순간의 열정을 표현한다면 분명 가장 뜨겁고,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잘해야 할 필요도, 성공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 여기에 우리가 있다”고 외칠 수 있는, 그 정도의 일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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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청춘들의 생존신고, <OUR Playlist>를 기획해준 청춘기획(청바지 기워입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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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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