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탄생하기까지 [시각예술]

The Diamonds of Tiffany -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향한 위대한 여정
글 입력 2019.08.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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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 yourself on a train in a station

With plasticine porters with looking glass ties

Suddenly someone is there at the turnstile

The girl with the kaleidoscope eyes


역에서 기차에 올라타있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그 곳에는 지점토 짐꾼들이

넥타이를 반대로 매고 있죠

갑자기 누군가 회전문에 서있네요

만화경 눈의 그 소녀


The Beatle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존 레논의 아들 줄리안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루시의 얼굴과 다이아몬드가 수놓인 하늘이었다. 아들의 그림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존 레논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곡을 작곡하였고, 그렇게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탄생하였다.

다이아몬드는 사랑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보석이다. 투명하고 반짝거리는 모습에는 누구라도 매혹될 것이고, 그 탓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가장 흔히 선물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다이아몬드는 한편으로는 가장 단단한 광물이기도 하다. 결국 단단하고 영롱한 이 보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사랑을 약속하는 징표가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유치원생까지도) 다이아몬드를 선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재 DDP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The Diamonds of Tiffany -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향한 위대한 여정’에서는 다이아몬드에 대하여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기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본 전시를 주최하고 있는 티파니앤코(Tiffany & Co.)는 다이아몬드의 유통, 선별, 가공 과정 전체를 전시하며 다이아몬드를 다루는 기업으로서 어떤 태도로 다이아몬드를 대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에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담아서 소비자에게 하나의 대서사를 전달하는 과정이 본 전시에서 흥미롭게 표현되는데, 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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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앤코의 전시장 입구
본 전시는 영국의 티파니앤코 팝업스토어를
재현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1. 채굴 및 선별


다이아몬드는 지각 약 150km 아래에서 생성된다. 다이아몬드는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세부적인 구조를 설명하자면 탄소원자가 인접한 모든 탄소원자들과 강하게 결합을 이루고 있는 형태이다. 연필심을 이루고 있는 흑연 역시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다이아몬드에 비해서 비교적 원자들 사이에 거리도 상대적으로 멀어서 결합력이 다이아몬드만큼 강하지 않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이 되었고, 흑연은 스치기만 해도 부스러지는 흔한 물질로 전락하였다.

한편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탄소원자들을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는 고온·고압의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탄소라는 물질이 지표면에 가까이 있으면 흑연이나 석탄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지각 깊숙한 곳에 있으면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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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로 다이아몬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다. 다이아몬드는 지각 깊숙한 곳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해야 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가 많이 발견되는 지역들이 있다. 화산지대를 비롯하여 지반이 전체적으로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더욱 쉽게 만들어진다. 시에라리온, 브라질, 캐나다 등지에서 이러한 지리적인 환경이 잘 조성돼 있어 다이아몬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산출되는데, 티파니앤코는 이 장소들에서 자사 상품의 기반이 되는 다이아몬드를 가져온다고 한다.

물론 현지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다이아몬드를 대거 싼값에 사오는 것은 아니다. 티파니앤코는 까다로운 선별 기준을 통해 충분히 상품가치가 있는 다이아몬드만을 들여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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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선별하는 기준인 4C 중에서 투명도(Clearity)와 색상(Color)에 따라 다이아몬드를 분류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색상이라는 기준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상품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상품으로 판매될 수 없는 노란색 다이아몬드가 전시되어있었다.

노란색 다이아몬드는 일반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 보이는데 기업에서는 오히려 색을 띠는 다이아몬드를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투명한 것은 앞서 말한 탄소원자의 규칙적인 배열과 관련된다. 한가지 원자로만 이루어져 있고, 원자들 간의 결합이 치밀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져 있어 어떠한 색의 빛이든 동등하게 다이아몬드를 통과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가 투명하고 반짝거릴 수 있는 것은 단일한 조성의 ‘순수한’ 물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탄소원자들 사이에 질소와 같은 불순물이 함유돼 있는 경우에는 다이아몬드에 색깔이 생기게 된다. 탄소원자들 사이에 질소원자가 첨가돼 있을 때는, 원자들 사이의 일관되고 규칙적인 배열이 무너지고, 그 탓에 특정 색깔의 빛은 다이아몬드에 흡수되거나 심하게 반사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노란색 다이아몬드는 불순물이 함유된 다이아몬드인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일반적으로 ‘완전함’, ‘무결함’, ‘완벽’, ‘이상’, ‘깨지지 않음’ 등의 이미지로 상징되는데, 불순물에 의해 발생하는 색깔은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상징성에 결함이 된다. 결국 티파니앤코가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표현하는 ‘순수함’의 속성에 노란색 다이아몬드는 부합하지 못한다.



2. 디자인 및 가공


티파니앤코는 1837년 뉴욕에서 설립된 기업인데, 이들이 귀금속계에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티파니앤코의 웨딩링(wedding ring) 세트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6개의 크롬 지지대가 다이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이들 웨딩링의 디자인은 다이아몬드를 아름답게 보호할 수 있는 동시에 빛의 반사가 화려해 보석을 빛나게 한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보석의 디자인과 가공 과정 역시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 선별 기준을 보여주는 전시장 다음에는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이 이어져있다. 액세서리의 도안이 완성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다이아몬드를 가공하기 시작한다. 우선 적당한 중량과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골라 도안의 디자인에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적합성이 확인된 다이아몬드는 본격적으로 가공 과정에 들어간다. 다이아몬드 가공은 회전하는 원판에 원석을 마찰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경도(硬度)가 가장 높은 광물이라 다른 광물들과 마찰시켜도 표면이 갈리지 않고, 오히려 다이아몬드와 마찰시킨 광물만 변형된다. 도슨트는 회전하는 금속 원판에 미세한 다이아몬드 입자를 뿌린 다음 원석을 회전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입자들에 마찰시키는 방식으로만 다이아몬드를 연마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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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를 연마할 떄 사용하는 원판이다.
사용시에는 원판에 미세한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물질은 다른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서 변형된다.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면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우발적은 접촉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물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고 마찰시키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공을 하게 된다.

모스라는 광물학자는 광물이 단단한 정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정리하여 모스 경도계를 고안하였다. 1도부터 10도까지 광물의 단단한 정도를 정리한 것인데, 1도와 2도는 가장 무른 광물인 각각 활석, 석고이고, 10도가 가장 단단한 광물인 다이아몬드이다. 활석(1도)을 가공하고 싶으면 상대적으로 더 단단한 석고(2도)와 마찰시키면서 활석을 가공하여 원하는 모양을 얻으면 된다.

같은 원리로 석고를 가공하고 싶거든 3도나 4도의 광물과 접촉시키면 된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다른 어떤 물질과 접촉시켜도 변형시킬 수가 없다. 그 자체로 너무 완전해서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다이아몬드를 변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다이아몬드끼리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 자체로 너무 완전한 것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스스로의 힘으로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3. 제품과 스토리


마지막 방에는 티파니앤코의 완제품들이 전시돼있다. 각 유리 진열장 안에는 하나의 작품만 들어있었고, 그런 진열장이 4개 있었다. 이전 전시까지는 낱개의 보석들만을 관찰하였는데, 완제품이 전시된 방에는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액세서리들이 전시돼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서 작품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보석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너무 심하게 빛이 나서 세부적인 디자인을 관찰하기 힘들 정도였다.

다이아몬드는 빛을 잘 왜곡시키는 신기한 물질이다. 물리학에서는 굴절률을 이용해 빛이 물질 표면에서 굴절되는 정도를 표현한다. 잔잔한 물의 표면에 들어간 빛이 물을 통과할 때 방향이 휜다. 수조에 막대기를 담그면, 막대기가 휘어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다이아몬드의 굴절률은 물보다 훨씬 크다. 다이아몬드의 구조상 탄소원자들이 서로 강력하게 결합돼 있는데, 그 강력한 결합력이 빛이 방해없이 직선으로 통과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다이아몬드 내부로 들어온 빛은 크게 휘고 다이아몬드 외부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내부에서 반사를 반복한다. 입사한 여러 빛들이 반사되고 중첩되는 과정이 연이어 일어나며 다이아몬드는 다양한 각도에서 환하게 빛나게 된다. 특히 전문가의 손에서 탄생한 다이아몬드 액세서리는 빛의 반사가 가장 잘 일어나도록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여타 다른 보석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짝거림을 보인다.
  
다이아몬드는 순수하고, 단단하고, 이질적인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티파니앤코는 엄격한 선별과 세공을 통해 다이아몬드의 특징적인 속성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완성된 작품에 스토리를 입혀 사랑을 위한 완벽한 보석을 탄생시킨다.

전시장의 마지막 방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티파니앤코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표현하는 구간이 있다. 사랑에 관한 짧은 명언들과 사랑하는 연인의 일상이 담긴 동영상, 유치해보이기도 하는 낙서와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티파니앤코의 상징색인 민트색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은, 다이아몬드는 완전하고 영원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로서 티파니앤코의 제품만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방을 거쳐 마지막 방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마주하게 되는 관람객들은 다이아몬드 작품들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체계적인 전시 구조는 티파니앤코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고 다이아몬드 상품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전시회를 나가는 통로에 “상품구매는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라는 글귀를 보기 전까지는 한 기업의 상업적 의도를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

티파니앤코의 이번 전시는,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다이아몬드 제품을 대중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막연히 귀금속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한 보석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나 상징에 대해서는 알기가 쉽지 않은데, DDP에서의 전시는 일반대중이 귀금속, 특히 다이아몬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기업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이아몬드가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전 과정을 눈으로 보며, 다이아몬드가 마냥 아름답기만 한 보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티파니앤코의 스토리라인에서는, 다이아몬드가 투명하고 아름다워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고 가정을 지켜줄만한 보석이라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다이아몬드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배타적인 보석이기도 하다. 일단 그 자체가 탄소 외에 어떠한 물질도 허용하고 있지 않으며, 스스로를 가공하기 위해서 다른 물질의 도움을 받을 수조차 없다. 티파니앤코에서 취급하는 다이아몬드는 더더욱 불순물이 없고, 결함도 없고, 환하게 빛나는 보석들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다이아몬드는 사랑이나 가정보다는, 고고함과 외로움의 상징이 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질적인 그 어떠한 것도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한 사랑이나 가정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관념은 동화적인 가치관에 불과하다. 사랑은 불변의 대상이 아니다. 불완전한 자아들은 불완전한 사랑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서로의 차이를 계속 발견하고 그 탓에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다시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이루는 것, 그러다가도 예상치 못한 이유로 다시 다투는 것을 반복하면서 유지되는 것이 외려 진정한 사랑에 가까울 것이다. 가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정은 하나의 이상적인 모습을 정해두고 그것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취사선택을 반복하며 한 갈등에서 다른 갈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 방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지금 그리고 언제까지나 티파니는 모든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과 언약을 존중하며 진정한 관계와 영원한 사랑에서 오는 즐거움을 축복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다이아몬드로 행복하게 지켜질 수 있는 가정은 몇이나 될까. 오늘 낮에는 구혜선과 안재현이 협의이혼의 수속을 밟게 될거라는 기사가 떴다. 다이아몬드를 보며 눈이 또랑또랑해진 중년 여성 관람객들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에디터.jpg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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