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형제의 밤] 리뷰

글 입력 2013.12.0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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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형제의 밤> 리뷰


 연극 <형제의 밤>은 두 명의 배우가 나와 열연하는 2인극이다. 고등학교 동창 시절,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형제가 된 연소와 수동은 인간상의 끝과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다. 조금만 욱해도 바로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내는 다혈질인 연소와 소심한 범생이인 수동. 이 극과 극의 두 사람은 형제라는 단어에 묶여있다



 연극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형제가 장례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집을 나가겠다며 보험금, , 유산을 나누기에만 급급한 수동과 계산적이고 속물적인 수동의 모습에 화가 난 연소는 서로의 약점을 들먹이며 다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연소가 수연이라는 사람에게 집을 남겨달라고 부탁한 부모님의 유언을 말하고, 수연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연극은 빠르게 전개된다. 


 이 연극은 소품을 활용한 연출이 탁월하다
. 현재 시점의 형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어머니가 그린 그림 액자, 부모님의 유서, 메모 등의 장치를 이용해 과거 부모님의 관계, 사건의 중심 소재가 되는 수연의 존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 아버지가 쓴 시를 통해 연소와 수동,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수연의 존재를 알게 되고
, 어머니가 그린 그림 뒤에 숨겨진 또 다른 그림을 보게 된 연소와 수동은 퍼즐을 맞추듯 부모님의 과거와 수연의 존재를 맞춰간다. 수연의 존재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부모님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극은 극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부드럽게 전환된다
.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기만 했던 수동과 연소가 서로 숨기고만 있었던 속마음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연의 존재를 부정하고, 어머니의 그림에 집착했던 수동의 비밀, 외로움이 두려웠던 연소. 서로를 할퀴던 둘은 소주잔에 빗물을 받아 나란히 앉는다. 서로 외면하고, 등을 돌렸던 형제가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서로를 마주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빗물을 삼키며 서로의 아픔을 흘려보낸다.



 이제 그들은 라디오 방송에서 말하던 우주고아도 아니고
, 홀로 항해하는 돛대도 아니다.
 
가장 비극적인 밤. 서로를 죽일 듯 달려들고, 치열하게 싸우던 그날 밤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은 형제가 되었다. 그림 속 아버지의 시처럼, 하나였다가 둘이 되고, 둘에서 다시 하나로 사는 형제가 된 것이다.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전혀 비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숨도 못 쉴 만큼 웃긴 코믹한 요소들이 많다. 그게 이 연극의 가장 큰 강점이다. 자칫하면 너무 무겁고 지루해질 수 있는 극 사이사이에 웃긴 상황이나 대사들을 끼워 넣으면서 관객들이 더 쉽게 두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더불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



 연극
<형제의 밤>은 올해 본 연극 중 가장 몰입도가 좋았던 연극이였다. 아직도 수동과 연소의 말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연소와 수동의 모습은 연극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수동의 코트를 같이 입고, 각자 팔 한 쪽씩을 끼운 채로 새로운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던 연소와 수동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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