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보면 분명 후회할 전시,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톤코하우스와 함께 떠나는 따뜻한 모험
글 입력 2019.06.0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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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에 다녀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 또 다른 일요일이 찾아왔다. 비록 오늘의 나는 산더미 같은 일에 추격당하며 여유 없는 일요일을 맞아야 했지만, 일주일 전의 기억을 더듬고 사진으로 그때의 시간을 다시 추억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만큼은 참 좋다. 더구나 오늘도 톤코하우스의 따뜻함을 마음 한켠에 안고 행복한 미소와 함께 전시장을 나오고 있을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니 마음에 없던 여유가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시 관람 전 내가 그랬듯 아직 톤코하우스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혹자는 도대체 이 전시회는 어떤 전시회길래 그 공간 속에 있었던 자신을 추억하는 것만으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걸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톤코하우스로의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먼저 간략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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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코하우스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주요 멤버 로버트 콘도(Robert Kondo)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Daisuke 'Dice' Tsutsumi)가 독립해 만든 회사로, 그들은 픽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2014년 톤코하우스를 설립했다.


로버트와 다이스는 픽사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2> <라따뚜이>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으며 현재는 2D, 3D 영화를 비롯하여 TV 시리즈, 도서, 게임, 교육 자료 및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복합 미디어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서 한땀 한땀 탄생해서 만들어진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별전"이 5월 3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나는 친한 네덜란드 친구와 함께 톤코하우스를 찾았다. 전시회장에 들어가 댐키퍼의 캐릭터들을 보던 중 태국에서 오신 분께서 우리에게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외국인 친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전시에 관한 영어자료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톤코하우스에서 일하시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오셨다는 그분은 우리에게 톤코하우스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전시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여러 팁까지 알려주셨고, 이 따스한 친절 덕분에 나와 내 친구는 전시를 200%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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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1층은 톤코하우스에 의해 제작된 애니메이션, ‘댐키퍼’의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돼지가 저렇게 귀여울 수도 있는 동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댐지기 pig부터 그의 친구 fox, 그리고 그들의 다채로운 색깔이 더해진 이야기들까지.


영화 주토피아가 그랬듯, 인간의 이야기를 동물들의 세상에 녹여낸 기발한 상상력이 마음에 들었고 또한, 수채화로 표현한 듯한 부드러운 느낌의 캐릭터들은 보는 사람들을 그림 속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치명적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이 다른 전시와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목표가 대변하는 듯 보인다.



Our Mission


톤코하우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와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 목표처럼 실제 이 전시는 전시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의 내재된 호기심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곳에 계셨던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벽면의 작품 말고도 전시장 곳곳에 숨어있는 그림들이 있다고 했다. 로버트콘도와 다이스는 전시회 시작 전 이곳을 방문하여 사람들의 창의력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숨겨진 공간에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구석진 벽면이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천장 등 평소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공간들이 실제 예술로 채워져 있었고, 숨겨진 예술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아주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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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층에서는 톤코하우스 증강현실(AR) 앱을 활용해 새로운 캐릭터를 찾을 수 있는 활동과 휴대폰을 전시장의 스케치북에 대면 그속의 여러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서, 친구와 나는 우리의 예술혼을 톤코하우스에 남기고 가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작은 그림을 그려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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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댐키퍼의 pig를, 난 fox를 그렸는데 우리의 작품에 더욱 의미를 부여한 것은 바로 누군가의 또다른 그림이었다. 2층에서 상영되는 톤코하우스의 애니메이션을 다보고 나온 후 다시 우리의 그림 쪽으로 가봤더니 누군가 그림 옆에 pig의 친구를 그려 자신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적어놓고 갔다.


그 당시 우리와 함께 전시회를 관람 중이었던 누군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이렇게 그림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멋지게 다가왔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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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상영되었던 애니메이션 3편을 모두 보면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이 상영관은 CGV나 롯데시네마 못지 않은 마성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곳이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엉덩이를 뗄 수 없는 늪과 같은 장소라는 것을. 하지만 어둠 속 늪은 머지않아 우리가 1층에서 보았던 댐키퍼의 캐릭터들과 단편 애니매이션 Moom의 캐릭터들에 의해 생명의 숲으로 바뀌어 나간다.


먼저 18분 분량의 짧은 단편 영화인 댐키퍼는 마을의 댐지기인 pig를 주인공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풍차를 작동시켜 마을을 지키는 듬직하고도 고마운 역할을 하는 pig는 또래 친구들에게 dirty pal이라는 낙서와 냄새난다는 놀림을 받는다. 얼핏 보면 귀여운 캐릭터들에 의해 동심으로 가득 메꾸어진 애니메이션. 하지만 이 작품을 어린 아이들이 봐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그 실체가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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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pig의 짓궂은 친구들은 단지 놀리는 행위를 넘어 일부러 책을 떨어뜨려 선생님께 꾸중을 듣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를 화장실 좁은 칸으로 끌고가 괴롭히기도 한다. 화장실 문이 열린 후 온몸이 흠뻑 젖어있는 pig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머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댐키퍼는 지금 우리 사회의 따돌림, 왕따, 환경오염 등과 같은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순수함으로 포장된 애니메이션이다. pig가 영화 도중 말했던 대사는 절대 한 마리의 동물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아버지는 내게 마을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정작 나 자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선 가르쳐주시지 않았어."



댐을 작동시키며 마을을 지키는 그는 다가오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pig에게 항상 먼저 따뜻하게 다가와준 fox가 있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였다.


Pig가 댐지기가 된 과정을 기억해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댐키퍼:피그이야기 또한 아주 흥미로운 애니메이션이었다. 여러 개의 시놉시스 형식 구성으로 pig를 비롯한 마을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비를 흐뭇한 미소를 띤 먹구름으로 형상화시켜 풍선처럼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상상력에 감탄했고, 바나나와 사과가 서로를 한 조각씩 떼먹으며 싸움이 붙는 장면에서 역시 유머를 갖춘 신선한 아이디어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과연 무생물인 과일들이 생명을 부여받아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으로 탄생할 줄 예상이나 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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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상영되었던 Moom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잊혀지고 버려진 물건들에 대한 기억들이 살고 있는 신비로운 땅을 배경으로 한다. 소방관 모자의 기억인 Moom은 아기와도 같은 순수한 캐릭터였고, 새로 만난 발레슈즈의 기억인 루빈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마음 또한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졌다. 루빈이 슬퍼하는 이유를 몰라서 답답해하던 뭄은 로봇 친구에게 조언을 구한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로봇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뭄, 만약 너가 네 모자를 잃어버렸다면 어땠을 것 같아?"



루빈은 잃어버린 한 짝의 다른 발레슈즈에 대한 상실감으로 슬픔에 젖어있는 상태였다. 우리들이 일상 속에서 소홀히 여겼던 작은 존재들, 혹은 버려지고 잊혀져왔던 사소한 기억들을 한 생명으로 가치있게 표현한 톤코하우스의 작품세계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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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고백하건대, 애니메이션 전시회이고 다른 전시회에 비해 규모가 작은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 머무르며,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함께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다.


전시회에 다녀온 후 이틀이 지난 날, 수업시간 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슬쩍 봤더니 연습장엔 댐키퍼의 pig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내 친구, 모린에게도 톤코하우스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나보다.


모린은 댐키퍼의 풍차가 자신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풍차가 친구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남겨놓고 떠났듯이, 우리들 역시 소중한 추억 하나를 톤코하우스 속 풍차의 고요한 바람 옆에 남겨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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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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