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임성혁

글 입력 2019.05.2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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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혁1.jpg

주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없어서, 처음이라고 신이 나서 온 친구이다. 활발하고 발랄하고 귀여웠다. 키는 작지만, 자신은 얼굴이 작아서 비율이 좋다고 괜찮다고 했다. 랩과 춤을 좋아하는 깨발랄한 친구이다.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러 카페에 갔다. 흥미딘딘. 음료를 시키고 재료를 꺼냈다.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데, 취하는 자세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림 그릴 때 종이를 안보고 내 얼굴을 지켜보는 건 처음이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아이컨택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네. 보통 다른 사람들은 다른 일들을 하거나, 그림 그리는 종이를 보거나 하는데 나를 보고 있다니.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볼을 괴고 있는 손의 오른쪽 턱선이 마음에 들어서 거기서 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노란색 부분부터 먼저 칠하고, 선과 색을 채워나갔다. 입을 그리고 코를 그리고 안경을 그리는데, 눈은 그리기 싫어서 그리다가 지워버렸다. 머리카락 부분까지 색깔을 칠하고 나서, 콩테로 라인을 그렸다. 그리고 빨간색 셔츠도 넣었다. 자신만만한 표정과 턱을 괸 모습이 흥미로웠다.

"오묘해. 누가 봐도 나야. 사실 '오묘하다'라는 표현은 정말 모호하지만, 이 그림에는 너무 정확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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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가 작지만 만족해. 비율이 좋거든. 그리고 속눈썹이 매력이야."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은 만족해한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프로필 사진의 브이한 포즈가 나왔다. 볼살이 없어서 아쉬워서 브이로 볼을 만든다고 했다. 브이하고 있는 포즈도 귀여운걸.

그래서 브이하는 손가락 부터 먼저 그렸다. 뭉글뭉글한 감성으로 (스캔해서는 그림의 색감이 잘 나지 않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는 중간 중간 볼 때마다 또 굉장한 아이컨택. 모델 입장에서 화가를 보는 것도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이를 먼저 그리고 위로 점점 올라가는데, 입꼬리와 함께 눈도 매력적이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렵네. 그리고 배경을 노란색과 애매랄드 색으로 채워나갔다. 이건 너의 색이야. 지금 분위기의 지금 느낌.

"이번에는 설명하는 느낌이야. 아까 그림이 강렬해서 그런가? 표정이 다르네. 하지만 덜 마음에 드는 건 없어. 더 마음에 드는 것만 있을 뿐이야."

말 잘하고 표현 잘하는 친구는 피드백이 많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

임성혁3-1.jpg

눈이 제일 인상 깊고 매력적인데,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인물 그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눈을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 어렵기도 하고. 그게 너무 아쉬워서 눈만 따로 빼고 그렸다. 눈이 너무 그리고 싶어서 따로 그렸다.

"색깔은 다양한데 왜 이 그림은 우울해 보이지?"

말도 많고, 애교도 많고,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친구이다. 어려서 귀엽다. 용기도 있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는 그 시기의 친구. 애정이 넘치는 친구와 함께해서 따스한 시간이었다. 어디로 튈지는 모르지만 항상 팔랑거리며 잘 뛰어다닐 것 같다. 이 프로젝트가 상대를 위한 것도 있지만 전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해서 너무 즐겁다.

* 아무리 스캔하고 보정해도 원본 그림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사진도 추가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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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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