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냘프고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 - 나비부인

자포니즘의 멋과 비극적 스토리
글 입력 2019.05.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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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아트오페라단
오페라 <나비부인>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2019년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국내 오페라 공연을 진흥시키고자 시작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창작작품부터 대중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여, 누적 관객 약 23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노블아트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이 큰 기대를 모은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1904년 스칼라극장에 초연된 자코모 푸치니의 전 3막의 비극 오페라로, 19세기 후반 유럽에 불어온 자포니즘(Japonism)을 일으킨 이국적이고 신비한 게이샤를 다룬 피에르 로티의 소설 <국화부인>을 바탕으로 한다. <나비부인>에선 당시 서양에서 바라본 동양의 시선과,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인 푸치니가 꾸려낸 동서양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1900년대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열 다섯의 나이에 게이샤가 된 나비 부인 '초초상'과 미국 해군 중위 '핑거톤'의 사랑 이야기다. 둘은 나가사키항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별장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을 약속한다.


그러나 핑거톤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초초상은 아이와 함께 그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던 중 초초장이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노래를 부르며 소원을 빌자, 정말 남편이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핑커톤의 옆엔 그의 미국 부인이 있었다. 핑거톤과 부인은 초초상의 아이를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고 약속한다. 초초상은 슬퍼하며 아들의 손에 성조기를 쥐어 주며 떠나 보낸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물이었던 칼에 써있는 문구를 읽고 자살한다. "명예롭게 살 수 없을 땐 명예롭게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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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가 배경인 <나비부인>, 자포니즘의 멋을 한 껏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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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이도의 매화 정원(왼)'
'오하시와 아타케의 천둥(오)'
안도 히로시게의 우키요에(민중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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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 매화나무'(왼)
'비내리는 다리'(오)
반 고흐


자포니즘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 돼 서구 사회에서 유행한 일본 미술, 판화, 문화 등을 일컫는다. 당시 프랑스 근대 화가들은 아카데미 미술에서 벗어나 근대 미술에 적합한 새로운 미학 형식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져온 미술, 공예품, 판화 전시를 보게 된다. 화가들은 일본 미술의 장식성, 평면성, 원근법을 무시한 대담한 구도, 단순한 색채를 보며 동양의 이국적 신비로움과 파격적인 양식에 매료된다. 화가 뿐만이 아니라, 미술계 인사들과 문인 인사들 또한 일본 판화를 적극 수집하여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자포니즘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가로 마네를 들 수 있다. 마네는 자신의 작품을 옹호해온 비평가, 자카리 아스트릭를 통해 일본 판화를 처음 접했다. 그 판화는 일본 서민들의 풍속을 중심소재로 다룬 '우키요에'다. 그가 1868년에 그린 '에밀 졸라의 초상'에서는 우타가와 쿠니아키의 우키요에 작품이 그림의 배경 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우키요에는 프랑스 화단에서 널리 유행되고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선호하는 양식이 되어가면서 모네, 드가, 고흐, 고갱 등 인상주의 화가들도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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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1868 (왼)
'스모선수 오나루토 나다에몬', 우타가와 구니아키 (오)



자포니즘 X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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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탕', 앵그르, 1863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e)는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제도 및 스타일’로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에서 동양은 비합리적이고 열등하며 비도덕적이지만, 서양은 합리적이고 우월하며 도덕적이라는 인식을 해왔으며 이는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되었다. 즉 '오리엔탈리즘'의 용어를 사용하는 주체는 서양이며, 동양은 객체이자 타자로서 설명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포니즘 또한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의해서만 이루어졌을까? 만국박람회에서 보인 일본의 문화는 '야만적인 동양'이라는 서구의 편견을 지우고 신비롭고 이국적인 고급문화를 가진 '문명국'이라는 이미지를 서구에 심어주었다. 이와 같이 일본문화가 서구에서 적극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던 데는, 단순한 서구인들의 호기심으로 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러한 인식은 일본에 의한 계획적인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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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박람회에서 손님들을 접대하는 일본여성들, 1867



실제 자포니즘을 이끌었던 '우키요에'에서 나온 일본인의 모습과 19세기 일본의 모습은 매우 달랐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상당한 근대화를 진행하고 있었고, '민중 미술'에서 나올 법한 생활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순종적이고 헌신적이고 기예에 능한 게이샤 역시 사라지고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급속한 근대화는 '전통'에 대한 집착을 불러온다. 민족의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공동체의 이야기가 전승되어야 한다. 여기서 일본 정부는 일본의 고유한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국가적 차원에서 홍보한다. 또한 급속한 제국주의 시대에서 문명의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해선 어떤 세련된 형태로 제시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파리 만국박람회는 철저한 정부주도 하에 국가적 규모로 필요한 산업분야를 동원해 출품작을 선정한 결과였다.


따라서 이 이미지는, 실제 일본의 모습이 아니다. 일본 국가가 세계에서 보여지길 원하는 이미지다. 자국의 문화를 전통적이고 고급적이며 세련된 문화로 보이고자 만들었던 이미지 메이킹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고유한 정신' 혹은 '민족적 정체성'이라기 보단 '허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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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푸치니가 가진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은 부정할 수 없고, 그가 보여준 일본이 '진짜' 일본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동양의 나이 어린 여성, 게이샤, 서구 백인 남성, 정절, 헌신, 인내 등. <나비부인>의 스토리엔 이와 같은 키워드들이 뭍어 있으며,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비부인>이 살아있는 이유는 고전의 클래식한 특성 때문일 테다. 그리고 노블아트오페라단 또한 원작의 가치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지금의 관객 정서와 현대화된 무대에 맞게 풀어나갈 예정이다. 스토리에 온 신경을 쏟아붓지 않고도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국내외 최고의 출연진과 왕성한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차세대 젊은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빈 국립 폭스오퍼 주역가수를 역임한 소프라노 한지혜와 오페라페스티벌 오디션을 통과한 소프라노 이다미가 초초상역을, 메르로폴리탄 주역가수 테너 신상근과 한국 정상급 성악가인 테너 김동원이이 핑커톤 역을 맡는다.


또한, 노블아트오페라단 신선섭 단장이 예술총감독을, 섬세한 대본 분석과 아름다운 무대재현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숙영이 연출을 맡았고, 국내외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는 지휘자 장윤성이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담당한다. 오는 5월, <나비부인>을 보며 한 껏 기대해도 충분한 이유다.






나비부인
-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


일자 : 2019.05.31 ~ 06.02

시간
금, 토 19:30
일 16:00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티켓가격
R석 150,000원
S석 120,000원
A석 80,000원
B석 50,000원
C석 30,000원
D석 10,000원
페스티벌석1 30,000원
페스티벌석2 20,000원

주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
예술의전당

주관
노블아트오페라단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 20분)


[이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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