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음악으로 하는 깊은 이야기, 한여유의 음악

글 입력 2019.05.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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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하는 한여유의 질서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스스로 깊은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토록 순수하게 음악을 진정으로 대한 적이 있었을까? 지금까지 음악을 해오고 주변의 많은 음악 하는 사람들을 봤지만 그녀만큼 음악을 진정으로 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그녀와의 대화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건 그녀가 한 말들이 한 마디도 남김없이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싱어송라이터 한여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한여유 :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하는 싱어송라이터 한여유입니다.



Q. <나름의 질서>로 작년 9월에 데뷔(2017)하고 난 뒤에 벌써 10개월이 지났어요. 곧 있으면 1주년(2018)이 되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A. 한여유 :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실감이 잘 안 나요. 쉬는 동안에도 꾸준히 음원 준비나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른 걸 체감을 잘 못한 것 같아요. 제 이름으로 나온 음원을 사람들이 들어주신다는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나고요. 사실 곧 1주년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Dike : 맞아요. 저도 그런 일들이 실감이 안 날 때가 있어요. 쉬는 동안은 어땠나요?


한여유 : 음원 준비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첫 음원이 나오고 난 뒤 오히려 슬럼프가 왔어요. 한동안 음악도 듣지 못하겠고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어요. 올해 3월 정도에 들어서야 다시 공연을 하고 음원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1년이 아니라 반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오히려 이렇게 지난 10개월이 아쉽기도 하고 지금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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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여유’라는 이름이 인상 깊어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의 느낌이나 가사, 이름까지 굉장히 문학적인 분위기의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했어요. 본명인가요?


A. 한여유 : 본명은 ‘황 보람’이에요. 그런데 같은 이름이 포털 사이트에 이미 많더라고요. 또 제가 직접 이름을 지으면, 그에 대한 책임감이 생길 것 같아서 예명을 만들게 되었어요. <나름의 질서>를 준비하면서도 그렇고 20살 이후에 대학교를 오면서 온전하게 쉰 적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바쁘게 산 것 같아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여유’라고 짓게 되었고 ‘한’이라는 말은 형용사를 붙이기 쉬워서 붙이게 되었어요. 행복한 여유, 고요한 여유, 평안한 여유 같은 말들처럼요. 그래서 ‘한 여유’라고 하게 되었어요. 이젠 포털 사이트에 동명이인이 없고 조선 후기 학자만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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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분위기라는 건 아마도 어머니의 영향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가 시인이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항상 다독을 하셔서 TV보다 부모님이 책을 읽는 모습을 더 많이 봤어요. 한 번은 어머니에게 우울하다고 얘기했더니 책을 읽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처음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조언이 아닌가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책을 읽으면 감정이 깊어져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며 권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지식 너머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가사에도 책에서 얻은 단어나 느낌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아마 문학적으로 느껴졌다는 게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어머니가 시인이라고 느껴졌던 건 20살 이후부터였어요. 그 전에는 학교 공부만 하고 그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어요. 가사를 쓰고 시집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다, 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거기서 얻어지는 게 많았어요. 지금은 가끔씩 가사를 보여드리면 문법적으로 틀린 것도 알려주셔요.(웃음)



Q. 인디View의 고정 질문입니다. 성장과정이 궁금해요. 본인의 일생을 짧게 얘기해 준다면.


A. 한여유 : 저는 집에서 연구대상감이라고 부를 정도로 말괄량이 막내였어요. 부모님 말에 꼭 한 번씩 대꾸하는 아이였죠. 공부에도 흥미를 애매하게 가져서 강요에 의해서 했던 편이었어요. 외고를 지원하는 등 남들 하는 건 다 따라서 해봤어요. 그러다가 중 3때 한 친구를 만난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준 친구예요. 그 친구로부터 변화되어 반장이나 부반장, 학생회 같은 일도 해보고 친구를 대하는 마음도 배웠어요. 고등학교 3년 내내가 추억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너무 행복하고 아프기도 한 시간을 보냈어요. 저는 남들이 20대 중반까지 겪을 일을 그때 다 겪었다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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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살이 되어 대학을 왔어요. 제가 울산 출신인데 대학을 온 직후에는 서울에 동네 친구도 아무도 없고 이렇게 사람이 외롭고 고독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껴본 거죠. 정말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휴학을 하고 친오빠와 유럽여행을 갔어요. 그게 제 인생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되었죠. 그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날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도 되겠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그 이후엔 학교 안에서도 아싸로 지냈는데, 아 자처한 거예요(웃음) 전 그게 너무 행복했어요. 영어도 공부하고 싶어 져서 국제 교류원에서 교환학생들을 케어하는 어우라미라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2년 동안 활동했고 그때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음악은 7살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인기가요 같은 음악방송을 보면서 나도 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졌는데 19살까지는 막연히 서울에 올라가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20살이 되고 서울에 올라와서도 뭘 할지 몰라서 헤매다가 이렇게 미뤄두면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어우라미 활동이 끝나자마자 <나름의 질서> 준비에 들어가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2016년 1월 1일에 김광석 다시 부르기 본선 진출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사실 타 전공생이라 음악적으로 평가받을 일이 드물었는데,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긍정적인 결과를 내려준 것이 처음이라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나가서 우쿨렐레 상까지 받게 되어 더 용기를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음악을 꼭 해야겠다고 느낀 건 김동률 선배님의 콘서트에 콰이어로 섰을 때에요. 그때 음악을 대하려면 이런 마음과 정성으로 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더 책임감과 사명감 같은 것들이 생겼죠.


Dike : 김동률 님의 콰이어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한여유 : 당시에 음악을 배우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3일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그때는 콘서트가 끝나고 집에 가서 하나도 잊지 않으려고 일기를 썼을 정도였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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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오디 콘서트의 콰이어를 한 적도 있는데 맨 앞에 서게 되었었죠. <촛불 하나>라는 곡을 할 때 셔플 리듬으로 박수를 치는 부분이 있었는데 god선배님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니 너무 긴장이 되었죠. 그때 박준형 님이 갑자기 저에게 엄지를 내밀며 ‘박자 진짜 잘 탄다’, ‘진짜 멋있다’라고 해주시고 데니안 님도 엄지를 탁 치켜세워주시는 거예요. 그때는 아직 제가 음악을 제대로 배우거나 잘 하고 있던 때가 아니라서 그 말에 ‘내가 정말 감각이 있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정말 큰 힘과 자신감이 되었어요.


사실 음악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제 인생 모토가 후회는 하지 말자는 것이거든요. 아무리 실패를 해도 결국 배우는 게 있더라고요. 음악을 전공한 게 아닌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것도 좋고 어우라미 활동을 한 것도 좋았어요. 견문이 넓어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런 부분들이 음악에도 묻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상에도 관심이 많아 디지털 미디어학을 복수 전공해서 자연히 영상 관련한 수업도 들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구도 같은 부분이나 아이디어에 관해 제가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서, 제가 아쉬워했던 순간이 음악을 하는 과정에 묻어 나온 경우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데뷔곡 <나름의 질서> MV



Q. <나름의 질서>에서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어요. 요즘 아티스트들이 곡을 내는 속도에 비해 꽤 여유가 있게 다음 음원을 발매했는데 특별히 시간을 들인 이유가 있을까요?


A. 한여유 : 앞서 얘기했듯이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왔었어요. 사실 <나름의 질서>를 내고 그 해에는 한 번도 그 곡을 끝까지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고 너무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오히려 너무 못하겠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래도 결국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게 음악뿐이라서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작업해 놓은 곡들 중 애정이 가는 곡이 어떤 곡인지 생각하다가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가 진심을 200% 이상 쏟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 3월부터 다시 힘을 내자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계속 곡을 쓰긴 했지만 내고 싶을 만큼 마음을 충족시키는 곡이 없어서 오래 걸린 것 같아요.



Q. 가사가 굉장히 인상 깊어요.


한여유 : 그 말 들을 때 굉장히 행복해요.(웃음)


Dike : 그렇군요.(웃음) 앞서 말했듯이 음악의 분위기와 매치돼서 굉장히 문학적으로 들려요. 뮤직비디오도 그렇고요. 꽤 성숙한 정서의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느껴져서 더 집중해서 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제목도 시선을 끌고요. 특별히 가사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요?


A. 한여유 : 가사에 신경을 쓴다기보다는 거짓말을 안 적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억지로 쓰려고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진짜 안 써지더라고요. 그러다 누군가와 이별을 겪고 난 뒤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훅 쓰인 게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였어요. 그때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그대로 가사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형식에서 벗어나 제가 느끼는 것들을 이것저것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Q. <나름의 질서>에서는 곡은 밝지만 ‘감정의 무뎌짐’에 대한 정서가 깔려 있는 것 같아요. 모두들 나름대로의 질서를 안고 살아간다는 표현도 공감이 되어요. 어떤 생각으로 만들게 된 곡인가요? 곡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A. 한여유 : 모든 건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고 생각했고 유럽여행 이후로 그걸 지키면서 살고 싶었어요. 그러다 언젠가 한번 어떤 사람에게서 무례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분은 왜 사람들이 나름대로 지켜가는 질서가 없지? 나와 저 사람 사이에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왜 그걸 무시하는 거지?’라고 느낀 게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충격을 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그냥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며 무디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많은 것들을 겪었다고 했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런 이야기들도 담담하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보통은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다음 작업도 대게 같이 하게 되기 마련인데 2장의 앨범에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보면 꽤 유의미한 변화인 것 같은데.


A. 한여유 : 사실 바뀐 듯 보이지만 바뀌지 않았어요. 크레딧에만 이름이 일부 바뀌었을 뿐이고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를 작업하면서도 처음에 작업을 도와주었던 정윤이와 설민이에게 조언을 얻었어요. 연주 부분에서는 스트링 쿼텟이 들어가면서 클래식 편곡자, 연주자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아도 항상 조언을 얻고 영향을 받는 친구들은 비슷해요. 친한 친구들이다 보니 평소 생활하다가도 서로 곡을 들려주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SHUYA도 항상 나서서 도와주고 음악 외적으로도 잘 맞아서 맛집 탐방하러 다니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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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질서>에서는 친한 동료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는 최정윤 님이 편곡에 참여했어요. 그래서 사실 최정윤 님의 느낌도 묻어있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한여유 : 항상 정윤이와 하는 얘기인데 둘이 음악 취향이 같다는 게 감사한 일이에요. 서로 곡을 추천했을 때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지하철에서 이어폰 나눠 들을 때도 서로 들려주는 노래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윤이도 제가 말한 대로 잘 이끌어주었고 아무래도 먼저 음원을 내고 활동을 하다 보니 저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었어요.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Q.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나름의 질서> 뮤직비디오가 도쿄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영상들이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최정윤 님의 <Tokyo Tower>의 뮤직비디오도 도쿄 여행의 영상이었고요. 두 분이 같이 여행을 가신 건가요?


A. 한여유 : 네.(웃음) 정윤이랑 첫 해외여행 겸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갔어요. 저는 <나름의 질서>의 분위기에 맞게 풍경이나 질서가 있는 모습들을 담으러 갔고 그런 정적인 이미지가 일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정윤이는 <Tokyo Tower>였기 때문에 도쿄에 가야 했었어요. 사실은 뮤직비디오 생각은 없었는데 정윤이가 같이 찍으러 가자고 해서 가게 되었죠. 촬영도 제가 했어요.(웃음) 너무 급하게 가고 촬영 장비를 구할 수도 없어서 집에 있는 오빠 카메라를 가져가 눈에 보이는 건 다 찍어 왔었어요. 300개 가까이 찍었어요. 편집은 그중 베스트 컷만 모아서 다른 분이 도와주셨어요. 나중에 한 번 더 해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재밌었던 2박 3일이었어요.


Dike : 요즘 여행 관련 영상들이 유튜브 같은 온라인에서 꽤 인기가 많은데 두 분의 뮤직비디오가 그런 곳에 소개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한여유 : 그러길 희망하고 있어요. 많이 봐주세요.(웃음)



2nd single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 MV



Q.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의 뮤직비디오에 시선이 가요. 카메라 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감각적으로 보였어요. 본인도 뮤직비디오에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그런가요?


A. 한여유 : 분위기는 진짜 좋아하는데 제가 출연한 게 민망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그것도 발매가 된 뒤로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본 적이 없어요.(웃음) 괜히 처음엔 남들이 ‘뮤비 잘 나왔더라’라고 했을 때 ‘놀리는 건가?’라고 생각했어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주신 분은 대학교 같은 과 선배 분인데 그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이나 영상이 전공을 하시는 분이 아니더라도 저와 분위기가 맞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 꼭 부탁을 드리고 싶었고 흔쾌히 함께 해주셨어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데 제가 그 카메라를 한 번 들어보았다가 그게 너무 예뻐서 그 장면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어요.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작업자와의 친밀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름의 질서> 때에는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이상으로 같이 하는 사람과의 케미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제가 어떻게 있어도 예쁘게 잘 만들어 주셨어요. 사실 전 제 얼굴이 그렇게 많이 나갈 줄 몰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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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 그런데 정말 분위기에 맞게 표정 같은 것도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한여유 : 잘 이끌어 주셨어요. 진짜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해요. 찍어준 사람의 시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애정 어리게 바라봐주어서 ‘너무 예쁘다’, ‘너무 잘 나온다’라고 정말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니까 안 해본 표정도 짓게 되고 도전도 해본 것 같아요. 꼭 다시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해주실 거죠?(웃음)



Q.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에서는 스트링 쿼텟이 나와요. 너무 예쁘게 잘 연주되어서 기분 좋게 들었어요. 크레딧을 보니 리얼 녹음을 진행한 것 같더라고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이 곡을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A. 한여유 : 일단 녹음이 5시간 걸렸어요. 저도 스트링 녹음이 처음이었거든요. 편곡해준 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사실 일정이 너무 급히 들어가서 연주자 분들도 연습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텐데 녹음 날 서로 잘 맞춰가면서 요구하는 대로 잘 해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했어요. 다만 한번 해보니까 다음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와 마음적인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아, 5시간 녹음하는 동안 부스 밖에서 ‘이제 끝났다’하고 스트레칭을 할 때 앞에 있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다시 부딪혔어요. 그리고 일어나면서 또 부딪혀서 총 3번을 부딪혔어요. 그래서 무릎에 멍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연골이 찢어졌다 하시더라고요. 녹음이 3월이었는데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웃음) 한동안 무릎에 아대를 하고 다녔어요. 그 녹음 때 부딪힌 무릎을 아직도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얘기하면 녹음실 기사님도 놀라시고 연주자 분들도 놀라고 제가 가장 놀라고 있어요. 나름대로 웃픈 에피소드예요.



Q. 곡을 쓸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나요?


A. 한여유 : 지루하게 들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나조차도 지루하게 들리면 남들도 지루하게 들린다고 생각해요. 편곡적인 부분도 그래서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편곡이 곧 느낌이라 생각해요. <나름의 질서>의 경우엔 밝은 멜로디지만 담담하면서 슬픈 느낌이 묻어 나왔으면 했고 <나는 가끔 사랑이 무엇인지를 몰라>는 방에서 혼자 독백하는 슬픈 느낌을 생각했어요. 곧 나오는 <뱅뱅뱅>은 1차원적으로 이 사람이 좋아서 내 머리에 뱅뱅 도는 유치한 마음이 묻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도한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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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A. 한여유 : 정말 사랑하는 뮤지션으로 김동률 님, 유희열 님, 김연우 님이 있어요. 그리고 이영훈 님도. 특히 가사를 너무 좋아해요. 곽진언 님과 정준일 님도 좋아해요. 특히 <안아줘>를 우울할 때 들으면 항상 울게 돼요. 정준일 씨가 활동했던 메이트의 곡은 여행 갈 때 항상 넣어서 가고 있어요. 중국 배낭여행 때도 버스에서 10시간 이상 가는 험한 여정에서 정준일 님의 노래를 듣고 힘냈어요.



Q.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인가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곡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A. 한여유 : 대화를 하다가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아니면 혼자 생각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요. 대학교 친구 한 명과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시집 중에 이규리 시인님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 <락스 한 방울>이라는 시가 있어요. 화병의 장미가 너무 아름답지만 실상은 락스 한 방울을 넣어서 유지시키는 것이라는 내용이에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죽여가고 있는 거죠. 제 인생 소설인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너무 미우면서도 계속 억지로 원치 않는 걸 나의 욕심에 강요하는 것도 <락스 한 방울> 같다며 그런 얘기를 3, 4시간씩 하곤 해요. 그러는 와중에 얻어지는 게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얘기를 하자면 어느 날, 전 연애를 할 때 상대가 A라는 사람이어서 제 자신보다 좋아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전 항상 누군가를 좋아할 때 제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혼자 생각하게 된 것들을 메모하고 그러기도 해요.


곡 작업은 가사가 먼저 있어야 곡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기분도 그 가사에 딱 들어맞아야 해요. 그래서 느리게 나오는 스타일인데 억지로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가사에 맞는 기분이 된 날 피아노 치다가 만들어지는 편이에요. 항상 그랬어요.



Q. 평소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A. 한여유 : 해리포터를 봐요. 진짜 해리포터 너무 좋아해요. 해리포터는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7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부모님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 티켓을 주셔서 오빠와 보러 갔다가 해리포터와 사랑에 빠졌어요. 해리포터 때문에 20살 때까지는 다른 책을 안 읽을 정도였어요. 그 외에는 예능을 보기도 하고 자기 전엔 책을 읽는 편이에요. 아, 그리고 유튜브로 리액션 보는 것도 좋아해요. 외국인들이 K팝을 듣고 리액션하는 영상이라든지 그런 종류의 리액션 영상들이 있거든요. 처음엔 영어 공부를 위해 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외국인 분들의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나면 항상 따릉이를 탄답니다. 따릉이 짱(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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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활동하면서(혹은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한여유 :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부족했던 점이 힘들었어요. 이상하게 음악은 너무 아껴서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좀 뻔뻔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인가요?


A. 한여유 : 그 생각 혼자 얼마 전에 했었어요.(웃음) 저는 음악을 잘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잘 한다는 표현이 단순하긴 하지만 진짜 많은 게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음악 안에 감정을 담아내고 전달하고 배로 느끼게도 해야 하니까요. 사람과 관련된 행위고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잘 하고 싶어요.


Dike : 지금까지 인터뷰하셨던 분들 중에서 가장 문학적인 대답이었어요.(웃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한여유 :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잘 맞고 잘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알아가 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공연도 부지런히 해보고 싶고요.






#전지적 Dike 시점


찍어낸 듯한 컨셉과 뻔한 가사의 소재 때문에

요즘 음악이 재미가 없다고?
그렇다면 그녀의 음악을 반드시 들어라!


그녀만큼 진정성 있게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 없을 걸?


음악으로 진짜 '사람이 하는 대화'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걸

인디View가 보증한다.


거기에 고막 정화까지 함께 하는 건 보너스.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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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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