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난한 아이에게도 꿈이 있다 - 아프리카 오버랜드 [공연]

대학로에서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느끼자.
글 입력 2019.05.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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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는 먹는 것, 입는 것보다 자신을 위한 악기 하나에 더 행복해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난하다고 하여 꿈까지 가난한 것은 아니니까요.'

- 뮤지션 하림



가난한 나라와 그 나라의 어린 예술가를 위한 <아프리카 오버랜드>

뮤지션 하림이 아프리카의 초원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성들로 만들어진 미발표곡! 그 트랙킹 투어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뮤지션 하람, 싱어송라이터 양양, 밴드 조준호, 베이시스트 이동준, 비브라포니스트 마더바이브가 함께하는 특별한 공연이다. 마치 우리가 직접 세렝게티 초원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은 어떤 곡을 연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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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꿈

가난한 사람은 꿈을 가지기 어렵다. 당장 먹을 것도 부족하고, 내일 써야 할 비용, 매달 나가는 지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생계가 위험하다. 조금 좋은 상황에서 살고 싶지만, 당장 사는 것도 급급해 더 먼 미래를 바라보기가 힘들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가난에 물들어 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신경 쓰지도 않을 돈 몇만 원이 안절부절못하고, 커피숍에서도 가격이 제일 작게 나가는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쓴맛을 맛보게 된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가장 저렴한 것, 가장 가성비가 좋은 것, 싼 것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고르는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런 것에 안주하게 되고 만다.

예전에 언니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사 와서 읽게 되었는데,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젊을 때 저축을 하는 개그맨은 일찍 망한다는 이야기였다. 젊을 때 돈 한 푼을 모으면서 살기보다는 그 돈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지금이야 YOLO족도 많고, 정신건강에 스트레스를 주는 회사에서 미련없이 퇴사하는 등 자기 삶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 인상 깊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때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특히, 그 시절에는 우리 가족이 외식 한번 하지 않고 모든 돈을 아끼던 때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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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투자

가난한 삶을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돈을 벌어서도 나는 앞으로 식비를 얼마나 쓸지, 교통비 등의 공과금은 얼마나 나갈지, 그리고 남은 돈을 모두 저금해서 1년간 모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같이 일하는 회사 실장님께서 나에게 BIM 학원에 다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BIM은 건축설계를 평면적으로 하는 CAD에서 나아가서 건물을 3D로 입체적으로 모형화하고, 건물의 구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지금 상황에 너무 만족하고 있는데 왜 뭔가를 더 배워야 하는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온종일 시간을 가지며, 지금 상황에 안주해서 불안함을 회피하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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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것의 두려움

꿈을 가진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그 꿈을 갖기까지도 어려울뿐더러, 꿈을 이룰 거라는 확신도 없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그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지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비난을 듣고, 얼마나 스스로 실망을 하게 될지.

사회에 나가니까 사람들이 가장 자주 묻는 말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할거냐는 거였다. 그 질문에 나는 늘 그래 왔듯이, 그걸 찾기 위해 살고 있다는 말이나, 아직은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는 말로 대답을 하지만, 이쯤 되니 내가 너무 계속 피해왔던 것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잊고, 앞으로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보자고 해도, 계속해서 과거의 습관으로만 돌아가려는 자신을 붙잡기에도 벅차서 꿈을 꾸기가 힘들다고 하는 그럴듯한 변명.

사실 자신이 없다. 변하는 것이 두려운 것 같다. 여기는 그래도 내가 가장 잘 아는 곳이니까.

바깥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각자 자기들이 맡은 일을 하고, 자신의 자리에 있다가도 나와의 접점이 생기는 순간, 그들의 삶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들이 무엇을 꿈꾸고,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배우는 것에 서툰 나는, 그렇게 또 삶의 의미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정말 서툴게도, 내 삶을 사는 지금은 이제 꿈과 일, 앞으로의 대해 선택을 하고 배워가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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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고 싶은 것은?

나는 먹을 거나 입을 것 대신, 선물을 받는다면 어떤 것을 받는 게 가장 행복할까.

이번에 받은 월급으로 가장 먼저 산 건 다름 아닌 게임용 노트북과 모니터 한 대였다. 4년째 노트북을 쓰고 있지만, 최근에 엄청난 메모리를 쓰면서 일을 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아서 내 돈으로 주고 산 가장 비싼 물건이 될 것 같다. 최상의 효율을 내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이것이 꿈 때문인지 아니면 필요에 의한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구분이 상관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 건강한 식단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운동복과 운동화를 먼저 샀을 텐데 최근 1년을 통틀어서 나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심지어 냉장고 속에 야채가 완두콩밖에 없다는 사실, 냉동실 속에 구워서 얼려놓은 고구마가 없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는 사실도 정말 놀랍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갔던 마트를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가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먹을 것과 입는 것은 그동안 생존의 수단을 넘어서서, 나를 외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수단이었다. 타인에게 보일 아름다운 인형이 되는 선택을 하는 대신에, 내가 갖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여전히 운동복을 갖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다만, 운동복이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서 다시 호피 무늬 레깅스들로 변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그것을 사지 않는다면, 기회비용으로 나에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투자를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면 학원에 갈 수도 있을 거고, 문화초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보고 싶었던 공연도 볼 수 있을 거고, 남자친구의 생일에 맛있는 밥도 사주고 근사한 선물도 할 수 있을 거고, 진짜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도 갈 수 있을 것이다.

*

너무 가난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가난해져 버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꿈을 연습하는 것. 원래부터 꿈을 잘 꿀 수 있는 사람, 삶을 인식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부럽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연습하기.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러 받은 문화초대 <아프리카 오버랜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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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버랜드
- 프로젝트 기타포아프리카 -


일자 : 2019.05.10 ~ 05.12

시간
금요일 20시
토/일요일 15시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주최
하이컴퍼니, 아뜰리에오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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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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